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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침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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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01. 2024

메커니즘

사물의 작용원리

눈을 떴다.


새소린지 사람소린지 모를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힘없이 펼쳐져있는 내 팔이 보인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저 팔이 내 팔이 맞나? 하다가 문득 팔을 어떻게 움직였더라 하며 방법을 생각한다. 방법을 찾으려다 보니 팔을 움직이는 방법을 잊었다.


어제 잠들 때와 똑같은 장소에서 눈을 떴다. 바닥에 깔았던 까끌까끌한 여름이불. 그 자세에서 눈알을 굴려본다. 일인용 이불이라 이불 밖 맨바닥이 가깝게 보인다. 바닥을 쳐다본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먼지. 일어나면 청소기 돌려야겠다. 괜히 코가 가렵다.


고양이가 다가온다. 턱 밑으로 자기의 머리를 부빈다. 그래, 이 느낌이 느껴지는 대로 몸을 움직여보자.

하지만 팔을 움직이는 법을 잊은 나는 다른 부위도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포기하고 눈알을 다시 굴린다.


창문이 보인다. 맨날 있던 자리에 있는 창문. 창문을 통해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 떠있는 해는 그저 날이 밝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해 줄 뿐, 직접 방 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싼 값에 이 방향으로 잡았지 하며 돈 탓을 한다.


그러다 이상한 걸 깨달았다. 내가 숨은 쉬고 있다는 것. 폐를 움직이고 숨을 들이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방법을 생각해 본다. 그랬더니 숨 쉬는 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


그런 걸 뭐라 하더라. 커리큘… 아니지 메커니즘.


숨이 안 쉬어진다. 이것도 잊었네. 그렇게 잊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생각은 어떻게 하나 그 생각을 한다. 생각..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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