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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20. 2024

사진 찍히기

시간이 포토샵

오늘따라 내 헤메코가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온몸을 비틀어가며, 안 쓰던 근육까지 써가며 사진에 예쁘게 나오려고 애를 썼다.


자주 찍지는 않지만 어쨌든 오늘은 내 스타일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카페 테이블에서 자연광을 받으며 찍히기 위해 자리를 옮겨도 보았다.


한 서른 장 찍었나.


괜히 기대하며 앨범을 보았다.

사진들을 넘겼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면 ‘하트’를 눌러 즐겨 찾는 사진으로 저장해 두려고.


음.


사진들을 넘기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넘겼다.


음.


분명히 찍히는 순간은 예뻐 보였단 말이지.


근데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은 팔자주름이 깊게 파이고 피부는 검게 보이고.. 팔뚝은 천하장사처럼 나와있다.


그리고 식상하게 묻는다.


“나 이렇게 생겼어?”


그 식상한 질문에 돌아오는 식상한 대답은


”카메라가 실물을 못 담네 “


식상하고 식상해도 대답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사진들을 흐린 눈으로 보고 그나마 괜찮은 사진을 골라 ‘싸이메라’로 불러온다.


(요즘 다른 사람들도 여전히 싸이메라 쓰려나)


그리고 팔뚝을 조금 줄여보고, 팔뚝을 줄이다 의도치 않게 휘어진 빨대를 다시 펴고.


인위적으로 적당히 맘에 들게 해 놓으면 기분이 좋다.


예쁘게 나온 사진 한 장이 앨범에 추가로 저장되는 것 하나로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근데 얼마 전 엔드라이브를 보며 알게 된 사실.


몇 년 전 사진은 그 순간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른 지금 보면 다 예뻐 보인다.


아마 오늘 찍은 사진들도 시간이 흐르면 예뻐 보이겠지 하는 생각이 또 스쳐가고.


시간이 싸이메라보다 좋은 뽀샵도구인 것 같다.


그럼 지금도 충분히 예쁜 시간이니 예뻐해 줘야지!

푸하하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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