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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Jul 17. 2024

전업독서가가 되었습니다!

꿈은 일단 이루어졌는데..

인스타그램에 네이버에 올라간 내 모습을 상상하며 가짜로 프로필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도 내 피드에는 가장 위에 올라와있는 가짜 프로필. (언젠가 진짜가 될 수도 있죠!)



직업은 ‘전업독서가’, ‘작가’ 그리고 수상경력은 ‘다독상’.


나 책 많이 읽으니 누가 내 인스타그램보고 다독상을  줬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에 이런저런 상은 많이 받아봤어도 다독상은 못 받아봤는데..


배경음악은 장나라의 ‘Sweet Dream’이다.


몇몇 분들은 이 가짜 작품을 보고 진짜인 줄 아시고 축하도 해주시고 재밌게 봤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리고 직업에 적은 ‘전업독서가’가 진짜로 직업이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 전업독서가.


요 며칠 나는 전업독서가로 지내고 있다.


과연 정말 내가 만족할 만한 일상인가?


나는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한다.


쉬는 날 하루종일 뒹굴거리거나 유튜브만 보거나 티브이만 보면 그날 하루가 너무 아깝다!!

 

그리고 불안이 찾아온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 커리큘럼이 요구되는 대한민국에서 자라 그게 습관으로 이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성취지향적 인간이자 발전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하고 성과를 내야 할 것만 같다.


그런 내가 전업독서가?


처음 저 프로필을 만들 때만 해도 열심히 일을 하고 이런저런 사건을 처리하느라 전업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너무 좋아 보였다.


지금은 하루종일 이 책을 읽고, 저 책을 읽고.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가 붙어 하루에 책 한 권은 거뜬해져 버렸다.


하루에 책 한 권. 장르를 불문하고 (자기 계발서는 제외) 그렇게 왕창 읽다 보니 책을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나는 책은 재미로 읽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었는데.


언행불일치가 되려고 한다.


또 전업독서가가 되다 보니 기차에서 책을 낭만적으로 읽겠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새마을호를 끊어 부산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4시간이나 걸려서 올라왔다.


하지만 3시간은 잔 것 같다. 것도 코를 골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죄송해요. 승객분들.)


나란 인간.


꿈꾸던 걸 실제로 할 수 있게 되니 며칠 만에 벌써 권태가 찾아온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책을 사서 읽는 버릇이 들어 금전적인 문제도 생길 것 같고..


조금 지루한 일상들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적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글은 감정의 배설..


이러나저러나 지금 나한테 주어진 시간을 있는 그대로 누려보는 것도 필요하단 말이죠.


이렇게 ‘전업독서가’와 나의 독서방향에 대한 신뢰가 조금 흔들렸다는 걸 고백하고 나는 다시 마음을 먹고 온전히 누려보련다.


저 전업독서가예요.


전업독서가 부럽죠?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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