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나는 병원투어를 즐긴다.
이비인후과, 피부과, 치과, 한의원 등등.
회사를 다닐 때 병원 가려고 휴가를 내면 한 군데만 가기 아쉽기 때문에 나간 김에 쭉 돌면 관리(?)를 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번에는 특히 고장 난 부분이 없고 코가 좀 아파서 이비인후과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김에 다른 병원도 가야겠다 싶어 생각한 곳.
치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치과를 다녀오면 바비인형을 사주곤 했다.
엄마한테 치과는 고통스러웠는지 나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었는데 나는 치과를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던(?)것 같아 선물 받으러 가는 곳 같았다. 게다가 누워있는 걸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고 매우 내향적인 성격에 아픈걸 아프다 말하지 못해 치과의사 선생님은 어린데도 치료를 잘 받는다고 칭찬도 해주곤 하셨다.
여러모로 좋은 곳이다.
성인이 되어서는 스케일링을 받으러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가는데 여태 충치가 나온 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 깨달았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나이가 상당하심에도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계신다.
지금 94살이심에도 여전히 본인의 치아로 명절이면 갈비를 뜯으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아빠는 이를 잘 닦지 않고 잠이 드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우리 착한 동생은 아빠가 잘 때쯤이면 항상 이닦았냐고 물어본다.
아빠 이 닦았어요?
이 짜줄까요?
저기서 “이 짜줄까요?”라는 말은 칫솔에 치약을 짜준다는 말인데 우리 집에서만 쓰는 말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아무튼 가족들끼리 서로의 이를 짜주며 치아 건강을 지키려고 애쓴다.
아, 우리 가족의 치아돌봄을 자랑하려던 건 아니고 이를 종종 닦지 않고 자는 아빠도 충치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튼 오복 중의 하나라는 치아건강을 물려받아 나는 치과를 갈 때마다 돈을 버는 기분에 칭찬을 받아 자존감이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치아 관리 잘하셨네요~
조금 전 스케일링을 마치고 이를 찍어 가족 단톡에 보냈다.
엄마도 충치가 없어 기분이 좋다는.
그래서 든 생각인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면 양치를 열심히 하고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자.
그리고 칭찬을 받자.
적어도 치아관리는 잘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