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살이 너무 쪘다는 구박에 못 이겨 밍구를 데리고 나왔다.
간간히 도시 소음에 새소리가 섞여 들린다.
찹찹한 아침공기와 적당한 소음, 좋다.
밍구는 걷기 싫은지 개모차에서 내릴 생각을 안 한다.
내릴 생각 없는 밍구를 데리고 놀이터로 와서 밍구는 그대로 앉혀두고 그네를 탔다.
그네를 타면 배가 울렁거리니 코어운동이 되지 않을까.
다리를 저으면 그 나름 다리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네를 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까마귀가 몰려왔다.
새까만 날개를 활짝 펼치고 놀이터 주변에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여섯일곱 마리 정도.
어릴 때 가족들하고 한라산 윗세오름에 가서 커다란 까마귀를 보고 울었던 기억 이후로 까마귀를 생각하며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좀 자세히 봐야겠다 싶어 봤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덩치가 그래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새 중에 커서 겁이 없을 줄 알았더니 도망은 또 간다.
그래도 또 슬금슬금 다가가봤다.
까마귀.
멀리서 본 게 예쁘다. 너는 그렇다.
부리와 머리의 비율이 좋지 않다.
멀리서 보면 새까만 게 세련돼 보이더니만 흠.
그렇게 생기고 싶어 생긴 건 아닐 테니 생김새로 뭐라 하긴 그렇지만 우리 아파트 쓰레기더미를 휘저어놓았으니 얼평을 당해라.
한편으로는 까마귀들이 그렇게 똑똑하다던데 나랑 친해질 수는 없을까 생각도 하고.
지금도 내 앞에서 얼쩡대고 있는, 멀리서 보아야 예쁜 까마귀야 그래도 내려앉는 모습은 멋있어.
이렇게 까마귀를 보다 보니 크로우즈 제로가 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일진 오구리 슌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