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랑은 2023년에도 한 차례 둘이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졌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온 나였는데 그 여행동안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 계획 없이 둘이서 널브러져 있는 여행이었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고민 없이 멈추고 돗자리를 펴고 책을 읽었다.
그 어느 것도 계획하고 움직인 것이 없었다. 어떤 것에도 무리를 하거나 애를 써서 한 것이 없었다.
아, 해 뜨는 걸 보러 가기 위해 애쓰긴 했는데 아주 이른 시간에 산으로 가야 하는 일이라 잠과의 사투, 그리고 고요함 속의 공포에 대한 저항(?) 등이 다다.
어쨌든 그 여행이 나에게 내려놓음을 알려주고 쉼을 알려주었다.
사실 둘 다 극 P 재질이라 잘 맞았던 것도 같다. 둘 다 강박을 가질 것이 없으니 무얼 해도 편안하고 안 해도 그만인 여행.
결이 맞는다는 건 지우와 나 같은 걸 말하는 걸 거다.
이런저런 여행과 일상 속의 만남 등으로 지우와의 여행은 언제나 좋을 것으로, 행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다른 때와 다르게 내가 지우에게 신세를 지게 된 상황이고 지우에게는 일상, 나에게만 여행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우가 가질 금전적, 시간적, 체력적 부담감을 애초에 이해하고 왔다.
지우 역시 부담감을 가졌었다고 말을 했지만 내가 오니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의존하지 않으려 애썼고 지우는 챙겨주기 위해 애썼다. 이런 서로의 배려 속에 꽤 긴 시간인 10일이 어느새 지났다.
아무런 다툼 없이. 좀 놀랍기도 했다.
함께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인터뷰도 하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지우는 나에게 ‘와 니 억수로 이기적인 사람이다.‘라고 결국 말을 하고 말았다.
그래, 상황은 이랬다.
네덜란드의 공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찼다. 그리고 나는 만성비염인으로 한여름에도 비염을 안고 사는데 이런 찬 공기에서는 속수무책인 게 당연지사.
오자마자부터 코가 막혀있거나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둘 중 하나인 상태로 지냈다.
그런 상태니 나는 잘 때 코를 이상하게 골기도 했다. 출근하는 지우에게 자는 것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미안했지만 지우는 스스로 이어 플러그를 끼는 방법을 찾아냈고 내 코골이 역시 우리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갈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정말 문제는.. ’ 은중과 상연‘을 보던 중 조용히 습격한 나의 방구였다.
나는 조용히 해결했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지우는 갑자기 고양이들이 똥 싼 것 같다며 나에게 말을 했다. 고양이들 똥냄새가 아주 강력하다고.
하지만 솔직한 나는 웃음을 참지 못 했고 지우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야 니 뭔데.”
“미안, 내 방구 냄샌거 같다. 근데 나는 코 막혀서 안 난다.”
이렇게 된 일이었다.
나야 뭐 할 말이 없었다. 지독할 걸 예상했기 때문에. 물론 고양이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었지만 솔직한 게 제일 좋다는 생각에(?).
아니, 어쩌면 ‘넌 나한테 당했어.’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도.
10일 동안 서로 감정 상할 일이 없었는데 내가 먹은 음식들이 소화되며 만들어낸 가스가 지우 입에서 험한 말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지우야.
생리현상은 이해해 줘야지.
“좋은 글감 줘서 고마워, 지우야. “
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