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랑 내가 지내던 집에는 라쎄와 쎕쎕이가 산다.
정말 예쁘고 큰(!) 고양이들이었다.
처음 갔을 땐 아무래도 얘네 역시 고양이인지라 숨어 있었다.
첫날엔 하도 꼭꼭 숨어 있어서, 내가 외출할때 따라 나온 줄 알고 식겁했다.
다행히 옷장 속에 고이 앉아 있었고, 다가가자 하악질을 했다.
그래서 친해질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밥만 챙겨주고 화장실만 치워주며 3, 4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조금씩 지우와 내 근처로 다가왔다. 정확한 더치 발음은 몰라도 ‘라쎄~ 쎕쎕~’ 부르며 친한 척했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소파에 누워 있는 내 발치까지 왔다. 함부로 만졌다간 도망갈 것 같아서 눈 키스를 하고, 만지고 싶은 걸 참았다.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니 꼬리를 바짝 세우고 내 다리에 비비는 라쎄.
어찌나 반갑던지 엉덩이를 톡톡 쳐주었다. 쎕쎕이는 한 박자 늦게 다가왔다.
또 어느 순간엔 누워 있는 내 옆에 와 배를 뒤집고 눕기도 하고, 내 위에 앉아 골골대기도 하던 라쎄 녀석.
쎕쎕이도 엉덩이 쳐달라며 꼬리를 바짝 세우고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어, 팡팡 파라바라 팡팡팡 쳐주었다.
그러다 보니 정들기 싫었는데, 그 며칠 새 정이 들어버렸네.
짐을 정리하는데 괜히 코끝이 찡한 느낌이 드는 게,
‘아휴, 왜 또 정을 줬냐.’ 자책을 했다.
그러며 창가에 앉아 있는 두 형제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잘 있어, 라쎄~ 쎕쎕이~”
조금 전, 일주일 넘게 머물던 라쎄와 쎕쎕이네 집에서 짐을 싹 정리하고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정드는 게 싫다.
정이 들면 언젠가 정리해야 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에, 정이 들어가면서부터 마음이 아프다. 솔직하게, 싫다.
아파야 하는 게 싫다. 회자정리란 말도 있지만 말이 쉽지.
며칠만 잘 지내도 어느새 내 마음 한켠에 자리를 만들어버리는 그 무언가, 사람, 동물이 밉다.
밉다고 하지만 좋은 만큼 밉다.
자리를 쉽게 내어주는 내 탓이려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정드는 게 무서웠을까.
어떤 걸 잃어봤다고 이리 두려워하는 걸까.
고양이 형제 말고도 네덜란드에 두고 가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영영 안녕이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좋은 기억으로 차곡차곡 접어 넣는 연습을 해야지.
그리고 사람 인생, 알 수 없으니 언젠가 다시 올지도 모르지.
그래도 지금은 안녕, 라쎄. 쎕쎕아.
+ 얘네도 우리가 떠나는 걸 눈치챘는지 짐 챙기는 와중에 활짝 펼쳐둔 지우 가방에 오줌을 쌌다.
+ 나도 지우를 두고 오기 맘 아플테니 침대에 오줌이라도 싸고 돌아갈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