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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은 집(2)

by 반항녀

집주인은

“아 사실은 여기 살던 사람이 고양이도 버리고 갔어요.. 저기 침대 밑에 하나, 옷장 근처에 하나 있을겁니더..”

해서 침대 밑을 봤더니만..


예쁜 페르시안 고양이 한마리가 겁을 먹은 듯 큰 눈을 뜨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리를 찾으러 옷이 그대로 있는 옷장 옆 커튼을 들어보았더니..


노랭이 고양이가 한마리 더 있었다.. (종류는 모르겠다.)

너무 충격적인데 내 안의 자동응답기가 적당한 할말을 찾지못하고


“아.. 귀여워..”


라고 감탄을 해버렸다.


하하


그러고 집주인의 곧 다 치울거라는 변명을 듣고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선 집으로 가는 차를 탔다.


나는 말했지만 진짜 겁쟁이다.


어릴 때부터 귀신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해 초등학교 6학년까지도 엄마랑 잤고 성인이 되어서는 동생이랑 같이 잤다.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는 걸 무서워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 12번째 거울을 보면 귀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믿어 거울도 슬쩍 슬쩍 봤다.

(이제 서른되서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알고 귀신은 뭐 무섭지도 않다. 나이먹으니 가장 좋은 점)


아무튼 그런 내가 저런 찝찝함을 견딜 수 있었을까.

집이라도 환하고 아기자기하고 그랬으면 몰라, 벽도 청록색에 분위기도 칙칙했다했지 않나.

나는 ‘OO동(지명) + 자살’, ‘OO동 + 살인’, ‘부산 + 자살’ 등 죽음과 관련된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창에 연달아 검색했다.


그러다!


지금 꽤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내가 그 뉴스기사를 찾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명처럼 ‘OO동 영아유기살해’라는 뉴스를 보았다..

(아마 이때도 수호천사가 도와준게 아닌가 싶다.)

동네가 일단 그 동네였고, 무서운 내용에 이 사건이 있었던게 아닐까하고 엄마와 아빠한테 보여줬다.

마침 엄마도 그날따라 찝찝해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나한테 티를 못 내고 있었더랜다.

그 기사를 캡쳐해서 엄마 폰으로 보냈고 엄마가 그 기사를 집주인에게 메세지로 보낸 다음 엄마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딸이 뉴스기사 하나를 보고 저한테 전달해서 사장께 보내드렸는데, 혹시 관련있는건 아니지예?”


통화내용은 안들리고 엄마가 집주인한테 외할머니라고 부르는 “엄마야..엄마야..”하는 소리만 들렸다.

하.. 집주인이 이실직고(?)를 해주셨다.


그 집은 말해주신 것 처럼 쉐어하우스였고 다른 세입자들은 다 정리해서 나갔는데 젊은 임산부 한명이 혼자 살면서 이사를 미루더란다.


그런데 항상 혼자였다는 것.


아마 뱃 속 아기의 아빠는 그 몇 통의 편지 속 군인이었으리라.


그런데 이 젊은 임산부가 배는 불러오는데 딱히 병원을 다니는 것 같지도 않고 집에 박혀만 있는 것 같았더란다.

고양이들과 함께.


그래서 집주인이 안타깝게 생각해서 같이 병원을 가줄테니 가자고 설득을 해도 본인이 만류를 하며 병원 갈 생각은 안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여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집주인은 불길한 마음에 그 집으로 갔다.


현관문부터 아니면 방으로부터 이어진 핏방울.


집주인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이런 말은 안했지만 설명과 연관지어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랬겠지?)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도 확인되는 핏방울.


침대 근처에서는 핏방울이 아닌 핏자국이 있었다고 했다.


그 여자는 없이.


그런데 집주인이 피가 잔뜩 묻은 이불을 들춰보는 순간..


그 곳에는 갓태어난 아기가 숨이 멎은 채로 누워있었다.


집주인은 곧바로 신고를 하고 그렇게 그 불쌍한 아기와 현장을 수습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사건이 영아유기살해사건이니 만큼 그 젊은 아기엄마는 범죄자가 되었다.


그리고 경찰에서 검거를 이미 한 상태라고 했다.

(우리가족이 확인한 그 시기에)

그 여자가 조사 중이라 조사가 끝나는대로 짐을 치우려고 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뭔가가 있다고 했던거 같은데 모르겠다.


이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되는데 엄마는 다음날 바로 무당을 찾아갔다. 나도 따라갔다.


무당에게 식당을 할 거라는 것과 그 집에 대한 설명을 하니 어쩌면 불쌍하지만 그 아기가 재물이 되어 번창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달래서 하늘로 보내주면 살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며칠동안 고민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 죽는 장소는 얼마든지 집일 수 있다고 합리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서 살아가다가는 작은 소리도 억울하고 비통한 아기울음소리로 들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결국 이사는 그 동네 다른 곳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집은 계약금을 다 받고 계약을 파기했다.


그렇게 그 건물 1층에서 밀면가게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시점이 내 일생 중 가장 말랐던 시기라고 했었다.


그게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족이 다 말라갔다.


손님은 날이 갈 수록 줄어들었고 가족들은 다 안색이 안좋아졌다.


그래도 꾸역꾸역 견뎠다.


식당은 견뎌야한다고 믿었다.


아빠는 겨울에는 밀면팔기가 어려우니 칼국수를 배우러 다른 식당에 일하러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사는 잘 풀리지 않았다.


가족들의 사이마저 안좋아졌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죽은 집, 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아무래도 터가 안좋으니 그런 일이 발생했고, 그렇기 때문에 잘 될 수가 없고 우리도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

우리집은 모두 세례를 받았으나 한국인이어서 어쩔 수 없이 무속신앙(?) 영역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약 6개월간의 장사를 마치고 그 동네를 벗어났다.


그랬더니 나는 어느덧 60kg이 되었고 가족들도 살이 다시 쪘다. 동생은 나보다 조금 더 무거워졌다.

(동생 친구들이 이 글 볼 수도 있는데 미안)


그러다 우리는 아예 부산을 떠나 잠시 인천에 살았고 터가 바뀐 덕인지 나는 취업을 해서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다.


오늘도 엄마와 그때 얘기를 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죽은 아기가 무슨 죄가 있겠냐.

아기 엄마는 죄다.

안타깝지만 죄다.


일단 우리가족은 나의 겁으로 그 집에 들어가서 살지 않았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집도 들어가서 살았더라면 정말 잘못됐을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연사는 못 막아도 살인난 집은 아무래도..


조심해야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 이후에 잠시 온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가 부산에 취직한 나를 위해 가족이 다시 다 부산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는 내가 경비실에 스타벅스 커피를 한잔 드리며 여쭤봤다.


“저 여기 30X호 이사올 예정인데 사람이 죽거나 사건이 있었나요?”


경비아저씨께서는 당당하게


“없었습니다~ 커피 잘 마실게요^^” 하셨다.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확인했으니 됐지!!


입주하고 한 몇달 살다 경비아저씨와 친해진 엄마가 수다를 떨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아저씨는 우리가 입주할 때쯤 새로 취직하신 신입 경비아저씨였다는 사실을…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실제 기사는 다음 이야기에 담겠다. (양해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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