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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은 집 (1)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섭고 가벼웠던 이야기

by 반항녀

이 이야기는 내 삶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몸무게가 가장 가벼웠던 시절 이야기다.


(찐 실화다. 끝까지 읽으시면 실제 뉴스기사도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60kg이 나가는데 그쯤 내 몸무게는 47kg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참 마음에 들었고 셀카도 무진장 찍어댔다.


아무튼 그렇게 마를 수 없는 사람이 마르게 된 것에는 터의 기운이 작용해서 그런 것 같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몸무게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2017년 우리 부모님은 식당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촌 큰아빠(할아버지의 형제의 아들)가 부산에서 나름 잘 나가는 밀면집을 하고 계셔서 그 육수와 비법을 가져와서 가게를 차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살던 집을 팔기로하고 부산 여기저기로 가서 가게를 알아봤다.

그러던 중 부산 OO구의 구청 뒤에 가게자리가 하나 저렴하게 난 것을 발견했다.

평수도 꽤 넓은데 많이 저렴했다.

게다가 그 건물은 4층짜리였는데 꼭대기 층에 집이 있어 집까지 같이 계약을 하면 정말 싸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성격 급한 우리 가족은 냉큼 가계약을 했고 집을 보러 갔다.

처음에는 나와 동생은 가지 않았고 엄마와 이모, 아빠 이렇게 집구경을 하러 갔다.

가게 자리는 구청 뒤라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 위 집은 꽤 넓어 살만하다고 했다.

며칠 뒤 동생과 나까지 포함해서 다 같이 집을 보러 갔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와 동생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들어가는 것이 좀 꺼려졌지만 아빠와 엄마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대박’을 위해 싫었지만 군소리 없이 이사에 동의했다.

문을 열고 들여다본 집은 특이했다.

온 벽이 어두운 청록색으로 되어있고 거실은 매우 작았고 방은 5개나 되었다. 방이 특별히 어떤 용도가 있어서 많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방이 하나가 잠겨있는 것이다.

뭔가 묘~한 분위긴데 방도 하나만! 딱 하나만 잠겨있었다.

이미 가계약을 지나고 계약까지 마무리해 이사가 확정된 시점인데도 문이 잠겨있었다.

엄마는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나는 겁쟁이라 그게 너무 신경 쓰였다.

집주인은 그 방을 수리할 게 있다고 둘러댔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억지로 문을 열고 싶었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생각에 들떠있는 엄마와 아빠 앞에서 초를 치고 싶지 않아 우선 물러났다.

생각이 많은 나는 그 방에 뭘 숨겼을까 이래저래 상상을 하다 '사체은닉'까지 갔다.


하지만 시체가 있다면 냄새가 났겠지 하며 혼자 안심하려고 노력했다.


얼마 후.

직접 입주 전 청소를 간단하게라도 하기 위해 집을 또 갔다.


이번에는 열려있겠지 싶었으나 여전히 잠겨있었다.


엄마도 이번에는 안 되겠는지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서 오늘은 꼭 이 방을 보고 가야겠다고 했다.

집주인도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는지 직접 와서 열어주겠다고 했다.


두근두근.

한 10-20분을 기다렸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방탈출이 아닌 방출입 열쇠를 들고 집주인이 오셨다.


문을 열면서 “아 여기가 사실은..”


이라고 하시는데 냉큼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방에서 보이는 건 누군가의 흔적.


누가 다녀간 흔적이 아닌 누가 여전히 살고 있는 듯한 흔적이었다

너무 놀라서 둘러보고 있는데 집주인이 말을 했다.


“사실은 여기가 셰어하우스였고 이 방에 여자세입자가 있었는데 월세를 안 내고 튀었어요. 도망갔지만 알아보니 다른 사람 물건 함부로 버리면 법적으로 문제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대로 뒀는데.. 입주하시기 일주일 전까지 다 버려놓을게요.”

라며 아무렇지 않게 상황설명을 하셨다.


납득을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때가 초봄? 쯤이어서 약간 쌀쌀해서 온기만 없을 뿐이지 어떤 사람의 옷가지(잠바부터 잠옷, 양말 등등)가 다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짐도 손대기에는 찝찝해서 이래저래 둘러보았다.


그러다 작은 화장대 겸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노트가 펼쳐져있고 볼펜도 올려져 있었다.


마치 조금 전까지 누가 앉아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테두리를 가진 안경까지.

아무리 사람이 월세를 안 내고 도망을 간다고 해도 안경까지 놓고 갈 수가 있나?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어 예의(?)에 어긋나지만 화장대를 좀 뒤져보았다.


편지가 몇 통 꽂혀있었다.


발신자는 군인이었다. 어떤 군인이 자신을 기다려주는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흔한 내용의 러브레터.

나도 곰신(고무신 줄임말)을 해본지라 많이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펼쳐져있는 노트에는 짧은 일본어 문구가 써져 있었다.


괜히 그런 거 있지 않나.


일본이랑 공포랑 엮이면 더 무서운 거..


그래서 그 일본어를 찍어서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는데 번역을 돌려보았다. 파파고였나..

‘괜찮아 다 잘될 거야 ‘

(사진은 예시다)


도대체 왜!! 왜!! 저런 말을 일본어로 써놓은 거냐고..


한글로 쓰면 될 것을..


섬뜩함이 두 배!


그렇게 섬뜩섬뜩해하고 있는데..


무슨 사브작 소리가 났다.


엄마는 ”이건 뭡니까?”하고 물어봤는데 동물의 밥그릇인 것 같았다.



사람 죽은 집(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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