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광고 아님
나에겐 수호천사가 있다.
동X생명 보험 수호천사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은근 위험한 상황에서 잘 헤쳐 나왔다.
지금 대략적으로 생각해 보면 앞서 연재했던 ‘삥’ 뜯기는 상황도 여러 번 있었고, 또 부산 상여자라 운전을 하면서도 가끔 위험한 일들이 있었는데 아주 큰일은 아직 내 인생에서 없었다.
물론, 고소, 파면의 글들로 보면 정말 큰일은 맞는데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큰일이면서도 다행히 잘 헤쳐나가고 있다.
처음 내가 수호천사를 느꼈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였을까.
집에 아무도 없었고 내가 부엌에서 뭔가를 꺼내다가 식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근데 다행히도 그 짧은 다리 사이로 떨어져 내 발등에 꽂히지 않았다.
이 일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정말 위험하다고 느꼈던 순간인 것 같다.
‘수호천사’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이렇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조금 더러운 이야기(?) 같은데 조금 전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나는 아직 대중화장실에서 양말을 벗어본 적이 없다.
어떤 뜻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전에는 배가 너무 아파서 카페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이제 배가 괜찮아지고 고개를 옆으로 딱 돌렸는데 휴지가 있어야 할 자리가 휴지심도 없이 아-예 비어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고 일단 방탈출을 하듯이 나갈 힌트가 없을까 그 좁은 화장실 안을 둘러보는데.. 나의 수호천사가 변기 뒤 쪽에 두루마리 휴지를 두고 가셨다.
글을 적으면서 깨닫긴 했는데 휴지심도 없는 걸로 봐서 원래 걸려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떨어졌을 뿐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수호천사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
어쩜 그 휴지가 내 눈에 보이게 둬주셨을까
그리고 무사히 화장실에서 나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무런 수치스러운 일 없이. 그리고 맨발로 신발을 신지 않고서.
(더러운 것 같은데 내가 얼마 전에 비비언고닉 책을 읽고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고 리뷰를 올렸었다.(인스타그램) 그 일환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적어본다...라고 변명을 해본다.)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스토킹 소송 건도 사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모든 것이 우연적으로 딱 맞아졌다.
내가 정말 망가져가는 순간에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내가 찾아간 정신과는 도립병원이라 국가보훈자가 아니면 예약조차 어려운 곳인데 누군가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병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마침 또 거기 계신 의사 선생님은 스토킹 같은 사건의 피해자를 몇이나 담당하고 계신 의사 선생님이셔서 나를 잘 이해해 주셨다.
심지어 내가 부산에 살던 곳 근처에 산 적도 있으셨다!!
(많이 소름 돋았던 일이다.)
병원 일말고도 스토킹 사건의 마무리부터 지금까지 각 챕터별로 내가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마치 내 수호천사가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사람들을 보내준 것처럼.
(트루먼쇼인가요?)
더 사소하게 들어가면 집에 갈 때 교통카드가 없는 줄 알았는데 며칠 전 빌렸던 엄마의 카드가 가방에서 나왔던가, 내가 올해 목표로 책 한 권을 쓰는 걸 목표로 잡았는데 책을 쓸 수 있게 힘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던가. 그런 신기한 일들이 있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애초에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 삶이 너무 단조롭지 않았을까.
나는 그래서 내 삶이 좋다.
그리고 여태까지 무사히 잘 살아왔다는 것.
그것도 수호천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호천사는 그런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내 세례명은 ‘마리안나’, 조만간 사주에 대해서 쓸 예정이다. )
단지, 정말 ‘나는 할 수 있다.’와 같은 자기 확언과 같은 나에게 힘을 주는 내 맘속의 부적인 것이다.
그럼 이 글을 지금 읽고 계신 분들도 모두 수호천사가 한 명(?)씩 있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수호천사를 마음에 품고 사셨으면 좋겠다. 힘든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잘 풀려왔으니 지금 이렇게 글을 읽고 계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땐 모두들 수호천사를 생각하면서 이겨내시길 바란다.
(이건 나한테도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