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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컨리 Jul 08. 2020

부모님을 위해 38년 만에 김밥을 말았다

김밥은 진리다


우리나라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밥을 못 먹으면 힘이 없다고들 한다. 기본이 되는 주식이 밥이라 그렇다. 지금은 쌀밥을 많이 먹지만 과거에는 쌀이 귀해 보리밥을 먹었다.

일단 "밥 자체로는 맛이 없다." 먹을게 많이 없던 시절에도 밥만 먹진 않았다. 김치와 같이 먹거나 아님 간장과 먹었다. 그 정도로 밥만 먹으면 맛이 없다.

영양으로 따지면 주로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고, 소량의 단백질과 미량의 지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포도당 태로 몸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밥은 한국인에게는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해준다.

우리 집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꼭 밥을 먹어야 한다. 통닭, 순대, 떡볶이, 고기, 라면 등을 먹을 때 같이 먹는다. 무조건 메인 음식과 함께 먹는다. 나중이란 없다. 밥은 나에게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 된다.




밥이 들어가는 음식 중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연코 "김밥"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릴 땐 소풍을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소풍 가는 전날부터 흥분과 설렘으로 들떠있다. 꼭 "김밥" 때문만은 아니지만 거진 7할 이상은 그렇다고 본다.


근데 왜 소풍 가는 날만 먹었을까 생각해보면...?


우선, 어머니가 요리하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시부모님을 모셨기 때문에 기본적인 음식은 하셨지만 특별한 음식은 자주 안 해줬다. 농사일을 하고, 들어오시면 집안일까지 해 귀찮아하셨다. 이 부분은 지금에 와서 깨달았다.

김밥을 말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준비할 게 있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래서 특정한 날이 아니면  집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1990년 대 중반, 가격이 저렴하고 패스트푸드처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생겨났다. 김밥 천국, 김밥 나라 등과 같은 프랜차이즈 체인점들이 전국에 문을 열어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었다.

소풍 당일 친구들 중 부모님이 바빠 김밥 체인점의 김밥을 사서 오는 친구도 있었다. 다행히 난 어머니, 아버지가 김밥을 사주셨다.


소풍날 말고 결혼, 돌잔치 때 뷔페를 가면 김밥을 먹을 수 있었다. 뷔페에 가면 난 제일 먼저 김밥부터 찾았다. 쌀밥 대신 김밥과 함께 다른 음식을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접시에 김밥을 많이 들고 온 것을 보고 부모님과 지인들이 항상 "아니 맛있는 게 지천에 깔렸는데 김밥 같은 걸 왜 먹냐고? 좋은 걸 접시에 담아서 먹지"라고 말한다. 그러면 난 "김밥이 있어야 먹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뷔페에는 김밥이 있어야 허전하지 않다. 이상한 논리다.




어머니는 그렇다 치고 아버지가 김밥을? 의아해할 수 있다. 좋게 보면 가정적인 면이 있다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아버지는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해서 먹는다.

어머니가 귀찮아하셔서 아버지가 해 먹고 말지란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아버지의 생각이 아니고 나의 생각이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한다는 것은 아닐 거라는 추측에 의해 말한 것임.)

어머니가 만든 음식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아버지가 만든 음식이 맛이 있다. 주방장 출신은 아니지만 음식 솜씨가 대단하다. 그래서 김밥과 특정 음식들은 간혹 아버지가 할 때도 있다. 음식에 관해 어머니도 인정한 부분이다.

아버지는 김밥을 말 때 단무지 대신 집에서 담근 총각김치를 사용한다. 단무지가 들어간 것도 맛있지만, 이것 역시 별미다. 아버지가 만든 음식은 대부분 맛이 훌륭하다. 그래서 농사 그만하시고 음식점을 차려보는 건 어떠냐고 말할 때도 있다. 그만큼 맛이 좋다.


나는 "대식가이며 미식가다." 주관적으로 말한 거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어머니의 "정리정돈" 피를 물려받았고, 아버지의 "음식 손맛"을 물려받았다. 언젠가부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어 먹고 있다. 가끔 음식을 해 먹는다. 아버지, 어머니, 군대, 요리 동영상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 아버지처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특정한 날 부모님이 항상 해준 "김밥"을 먹었다. 얼마 전 부모님을 위해 손 수 김밥을 만들었다. 직접 밥을 안치고, 김밥에 들어갈 재료들을 조리하고 직접 말았다. 김밥을 만들어 부모님께 대접해드렸다.


< 내가 만든 김밥 >


특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해 주셨다. 아버지는 그런 표현에 있어 무뚝뚝한 편이지만, 맛을 보고 두 분 다 맛있다고 말해 주었다.

부모님을 위해 처음으로 만든 김밥은 성공적이다. 당연한 거지만 마무리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 그 시간만큼은 어머니를 쉬게 했다. 자화자찬이지만 스스로도 만족한다. 자주는 못 지만 가끔씩 음식을 해서 부모님과 함께 먹고 있고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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