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빠 닮았네

27주차, 입체초음파

by OHarmony

한 달만에 방문한 산부인과.

배 크기만으로도 '아기가 꽤 성장했구나.'를 느낄 수 있을 때 쯤 입체초음파 촬영을 했다.


배를 까고(?) 누워서 화면을 볼 때는 늘 긴장이 된다.

평소 배 속에서 꿈틀대는 아기를 충분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혹시나'하는 노파심은 늘 가지고 있기에.

다행히 아가는 너무 잘 움직였고 (초음파를 봐주시는 분께서 최근에 본 아기 중에 가장 잘 움직인다고 하셨다^^.. 활동량이 많지 않은 이 예비엄마는 살짝 걱정이...) 건강에는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그새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몸무게도 1kg을 넘겼다.


다만 손과 탯줄로 얼굴 부분을 가리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초음파를 봐주시는 분께서 "아기야, 얼굴 좀 보여줘. 우리 좀 도와줘~"라며 내 배를 툭툭 치기도하고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아기의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의 자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병원 내부를 2바퀴 이상 돌아다녔다. '아기얼굴을 못 보고 가면 어쩌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화장실에 잠시 들러 아기에게 속삭였다.

'아가야 괜찮아. 부끄러우면 안 보여줘도돼. 너 편한대로 있어~ 어차피 배 속을 나오면 평생 볼 얼굴인데 뭐.'

화장실에서 나와 남편에게 "아기한테 얼굴 안보여줘도 된다고 했어. 괜찮지?"라고 했더니 남편도 "엇,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ㅎㅎ"라며 웃더라. 부모 마음은 비슷한건가.


그 후 3번째 초음파 시도 끝에 얼굴 정면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아기 모습이 찍혔다.

양수에 물이 뿔어 퉁퉁 부은 얼굴이었지만 임신출산 관련 어플에서 실시간 AI로 아기 얼굴을 보기 좋게 바꿔주는 기술 덕분에 출생 후에 어떤 모습일지 조금은 예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감고 있긴 했지만 기다란 눈, 동그란 코, 뽀죡한 입술. 외모는 나보다 남편을 더 닮은 것 같았다.

인상을 쓰고 있어서 미간에 주름진 모습까지 비슷했다.

이제 제법 신생아 같은 모습을 한 아이 사진을 보니 정말 곧 이 아이를 만나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감동에 새삼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손톱크기의 반지 같던 배아에서 진짜 사람이 되다니. 너무 신비로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시댁과 친정 식구들에게 아기 사진과 초음파 영상을 각자 전송하면서 '진짜 부모가 되었다.'라는 감정에 젖어드는 순간, 남편이 말했다.

"그런데 이 짜식, 완전히 청개구리구만? 얼굴 보여달라고할때는 꽁꽁 숨기더니, 안보여줘도 괜찮다고 하니까 또 금새 보여주네? 누구 닮아서 이래~?"

"누구긴 누구야. 당신이지. 고집쟁이."

"어라? 아니지~ 당신이지! 하지 말라하면 더 하잖아^^"

아니? 그건 분명 남편을 닮았다. 우리는 무슨 말을 해도 연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앞으로 이 아이로 인해 우리의 대화는 얼마나 풍성해질까. 우리 감정의 폭은 얼마나 더 넒어질까.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아가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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