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때 했다면 느끼지 못했을지 모를 27살의 재수 소감
2016년 11월 17일을 위해
지난 9개월간 달려왔다.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내 생애 두번째 수능을 치루었다.
불과 12개월 전에는 내가 수능을 다시 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것.
아직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고있다.
조금 더 열심히 했어헀나?
더 할 수 있었는데 못했나? 안했나?
더 독했어야했나?
아니다.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나로써는 최선을 다했다.
나는 그 이상 더 독하게 하지 못한다.
그렇게 했다면 내 성향상 그 나름대로 다른 이유들로 인해 지난 9개월이 힘들었을 것이다.
몸이 아파도 양호실에 눕지 않았고, 토할 것 같아도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학원에서 주어지는 잠깐의 자유시간에도 공부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공부가 재미있었다. 물론 오랜만에 하는 것이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적이 조금씩 오를 때 마다
몰랐던 문제속에 녹아져있던 원리를 알아낼 때 마다 "재밌다"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나는 그 과정을 즐겼다.
지난 9개월간의 시간이 내게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임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내 인생의 첫 도전이었던 수능이 이번에는 실패로 끝이 날 것 같지만
이것이 내 인생의 끝은 아님을,
작은 것에 쉽게 좌절하고 집착하는 것은 결코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어떤 어려운 일이나 문제도 매달리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나 자신 하나만큼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현재 이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닌 너무나도 소중한 것임을,
나는 참 많은 복을 누리며 살고있다는 것을
느끼고 새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목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되었고 지금 내 자리, 내 위치, 주변상황, 사람들에 대해
객관적일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주어진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련다.
또 다시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도
또 도전하고 또 웃을 수 있을 나를 위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이세상 모든 도전하는 이들
나와 함께 했던 30여명의 재수반 동생들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너희들에게는 그 어떤 방향으로든 길이 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미래가 있다고,
단지 포기하지만 말자고,
너희 자신을 잃지 말자고,
그리고 이번 수능에 대한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의 시간들을 잊지말자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울고 웃고 추억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