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헌내기의 새내기인 척(2)
지난 학창시절 중에도
짧았던 직장생활 중에도
나는 항상 어렸다.
초,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때도 특별히 선배노릇을 해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의 제자, 선배들의 후배, 언니오빠들의 동생으로 지낸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되지 않아 취직을 했을 때에는 신입사원, 팀의 막내 역할이 내 몫이었고
이직을 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종 실수를 하고 이것저것 잘 몰라도 괜찮았다.
'제가 아직 잘 몰라서요. 다음부터 더 잘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가 통했고
주는 것 보다 받는것에 익숙했었다.
그러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에 들어가 다시 신입생이 되었고 새롭고 귀여운(?) 선배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번엔 선배들이 내게 고개숙여 인사를 한다. (너무나 어색하다)
나는 후배이지만 동생 취급을 받지 않는다.
학교생활에 관해 모르는게 있으면 그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 나는 그들보다 더 많이 겪었으니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다.
받기보다는 베풀어야하고 그들보다 더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게 조금은 부담스럽다.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나는 확실히 이 친구들보다 어른인걸까? 어른스러운게 뭘까?
아니 나는 왜 이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워보이고 싶어하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함께 어울리고 싶어서 평소 내 모습보다 과도한 액션을 취할때도 있지만,
내 또래는 이해하지 못할, 하지만 그들은 당연하다 여기는 부분들을 접할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찡그려지고 거리를 두려고 하는 나는... 이 대학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까?
그야말로 우리과의 꼰대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아직은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한걸까?
학기초라 그런지 신입생과 관련된 행사가 많았기 때문일까, 어느정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내게 붙여지는 '1학년'이라는 타이틀과 내가 인식하는 나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요즘은 내가 낯설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렴풋이 알것같기도 하다.
결국은 이 낯선 모습의 나도 나라는걸. 그걸 구분하는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란걸.
인정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사실 나는 그다지 어른스럽지도 않다는걸.
진실로 어른답게 보이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란걸. 굳이 어른스러울 필요도 없다는걸.
이제 겨우 3주 다녔을 뿐인데 내가 지금 조급해 하고 있다는걸.
오히려 내가 나를 '어른'이라는 틀 속에 끼워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20살 동생들 앞에서 하나라도 더 잘하고 더 많이 알고 성격좋은 사람인 척 할 것이 아니라
그냥 나 답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정말 성숙하고 어른스러운게 뭔지도 모르면서
내가 아직 어른스럽지 않은데 어째서 어른인 척 하려고 하나.
동기들과의 원만한 교우관계, 전공지식 습득을 위한 노력, 좋은 성적과 임용고시 합격.
이 모든 것은 '어른스러움'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얻어갈 수 있는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금방 웃고 또 금방 눈물고이는 20살 동생들을 보고있노라니
당분간은 나 역시 어른답게 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같기도 하다. 아니, 그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