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보내지 못한 메세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거나

가끔 공허하다 느껴질 때면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스캔하게 된다.

못 본지 오래된 사람인데 잘 지내고 있는걸까?

연락을 할까? 말까?

명절에 하는 의례적인 인사라고 혹여나 싫어하진 않을까?

아, 사진을 보니 좋은일이 생긴것 같네. 축하해주고 싶은데..

너무 오랜만에 연락한다고 부담스러워 할까? 괜히 오버하는 걸까?

그저 즉흥적인 사람이라고, 형식적인 연락에는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것은 아닐까.

몇번의 수정을 거쳐 어색하게 전하고싶은 인사말을 적어놓고 '전송'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지난 설도 마찬가지였다. 2년여간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꾼 적이 없을만큼 남들의 일상과 내 일상을 나누는데 무심해야했던 시기를 보내고 이제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먼저 손 내미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지난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해야할 것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예상치도 못한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단순한 안부 연락이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많이 바빴었나봐요. 괜찮아요. 답장을 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지금 이렇게 지내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요?

그냥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요. 보고싶어요.

역시나 형식적으로 보이는, 특별할 것 없는 대화가 오고갔지만

메세지를 받아들이는 나는, 내가 우려했던 것 처럼 상대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그냥 연락하고싶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감사함을 느꼈다. 그도 나와 같은 감정으로 글을 쓰고 전송버튼을 눌렀을까? 용기를 내주었구나. 나를 기억해주고 있었구나.

예전에는 특별하다 느끼지 못했었는데

먼저 다가와준 그 마음들, 나에 대한 작은 관심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느끼며 소중하게 여겨진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당신은 어땠나요?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우리 그 때 그 시간 즐거웠었는데.

내게 좋은 사람, 좋은 기억으로 남아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잘 지내길 바라요. 그저 그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