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는 다 옳다
잘 체하는 편이다.
남들보다 많이 먹는 편이긴 하지만..! 많이 먹어서 체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불편한 자리에서 긴장을 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식사를 했을 때 쉽게 체한다.
신경성인 것 같다.
매번 느끼지만 몸은 내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 주에도 나는 또 체했다.
식사중에는 내가 긴장했다고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꼭 그렇게 체하고 나서 돌아보면 '아.. 그래서 체했구나' 싶은 불편요인들이 항상 존재했음을 느낀다.
약국에 가서 약을 사먹고 손을 따고 팔다리를 주물러도 더부룩한 속과 울리는 머리는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았다.
집에서 풍기는 고기반찬 냄새가 역했다. 차라리 구토를 하고 싶었는데 급작스런 변화를 원치 않는 내 몸은 꾸역꾸역 참으라며, 괜찮다며 스스로를 고문했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되어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에그, 또 체한거야? 어디 봐봐."
또 일이 터졌냐며 입으로는 핀잔을 주시지만
내 배를 슥슥, 이마를 슬며시 눌러 만져주시는 엄마 곁에 나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손자를 안겨다준다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다 큰 딸이 아닌,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여섯살 짜리 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 내 몸이 잠잠해졌다. 댕댕 울리던 머리와 꾸루룩 소리를 내던 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치 폭풍속에서 항해하다가 이제야 항구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듯 조용해졌다. 이내 나는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 곧 잠이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몇시간 전까지해도 역하다고 생각했던 그 고기반찬을 조금 덜어 아침식사를 했고 점심때는 만두국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동요라고 해야하나? 구전 되어오는 노래 중에 "엄마손은 약손이다~"하는 간단한 구절이 있다.
어릴적 엄마가 내게,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내가 조금 수정한 가사로 내 동생에게 가끔 불러주었던 노래.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몇번의 터치가 전부인 그 순간, 내게는 항상 치유와 안정이 함께했다.
동요는 간단하고 유치한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항상 옳다. 엄마손은 정말 약손이었다.
역시 내 몸은 내 정신의 영향을 받는다.
엄마는 내게 아직도 슈퍼우먼이고
언제나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신다는 생각만으로도 아픔이 쉽게 가신다.
나중에 엄마가 내 곁에 없게 되었을 때, 내가 아플 때 누가 내게 엄마손이 되어줄까.
지금 나의 엄마에게는 엄마손이 되어줄 사람이 있나.
오늘은 항상 옆으로 누워 주무시는 엄마 등 뒤에 꼭 붙어 누워 잠을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