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등갈비찜

"할머니 갈비 먹고 싶다~~ 갈비~~ 할머니 갈비"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막내가 문 앞에서 갈비 갈비 노래를 했다. 할머니 갈비가 먹고 싶다며 생뚱맞게 갈비 노래를 부르다니.

친정 엄마가 손녀들을 위해 꼭 해주는 요리는 등갈비찜이다. 간장 양념과 주홍빛 당근 자색 양파와 쭈글쭈글하면서도 탱탱한 속을 지닌 대추를 넣고 압력밥솥에서 한아름 끓인 등갈비찜을 하신다.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삼겹살이든 소고기든 몇 점 먹고 마는 막내지만 유독 엄마가 해준 등갈비찜은 양손에 등갈비 하나씩 손에 야무지게 붙잡고 뜯어먹는다. 갈비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는데 막내가 등갈비를 먹는 수준은 이미 발골의 수준이다.

압력밥솥에 푹 끓여 냈기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육질이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앙팡진 입으로 갈비를 뜯고 있는 모습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엄마는 손이 큰 사람이라 우리 식구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항상 등갈비를 준비해 주신다. 딸이 먹는 모습을 보고 대리만족하지 않고 내 입까지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어느새 막내 앞에는 등갈비 뼈 10개가 수북이 쌓인다. 저 아이가 이렇게 고기를 잘 먹는다고? 평소 야채와 생선만을 좋아하던 막내에게 새롭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이쁜 손녀인데 본인이 해 준 요리를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는 모습을 매번 보고 싶은 친정 엄마는 이번에도 등갈비를 빼먹지 않고 요리하신다. 정말 별거 없을 것 같은데 친정 엄마의 손이 닿기만 하면 뭐든 맛있는 이유는 손맛의 차이일까.

시댁식구들 10명 정도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평소 밑반찬을 잘 먹지 않는다. 주 메뉴를 제외하고는 음식을 잘 하지 않지만 시부모님에게는 그럴 수 없어서 콩나물, 호박무침, 오이무침 등 다양한 반찬을 했다. 그런데 간을 보면 2프로 부족한 느낌.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을 찌개에 힘을 쏟았다.

친정엄마에게 받은 영감을 살려 등갈비를 이용한 김치찌개를 끓였다. 10명이 먹어야 하기에 등갈비를 4대 샀다. 팔팔 끓는 물에 등갈비를 데치고 흐르는 물에 불순물을 제거한 뒤 대형 솥단지 아래 등갈비를 나란히 줄지어 깔아놨다. 잘 읽어 묵은 김치를 그 위에 올리고 육수를 부은 뒤 센 불로 한 시간 끓여주면 완성. 시어머니가 주신 국간장을 이용해 간을 맞추기만 했는데 등갈비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돼지 육수와 시원한 김장김치가 주는 개운함이 더해져 입안에서 폭죽 터지는 맛이 탄생했다. 나 이만하면 잘하는데?

시댁식구들은 메인요리인 등갈비 김치찌개를 모두 맛있게 드셨다. 매운 거는 입에 안대는 막내도 김치찌개에서 꺼낸 등갈비를 게눈 감추듯 먹었다. 이 정도면 아이의 취향은 삼겹살이나 소고기보다 등갈비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며칠 뒤 엄마의 생신날, 친정을 방문했다.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한상 가득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호박나물 무침, 콩나물, 늙은 오이 무침, 가지 구이 등 빨갛고 윤기 나는 반찬 위에 눈처럼 뿌려진 참깨가 보석처럼 빛나보였다. 내가 한 반찬들은 하나같이 비실해 보였는데 숭덩숭덩 썰어 한 두 번 휙휙 버무린 엄마의 반찬들은 몇 대째 내려오는 맛집의 음식처럼 침 넘어가는 모습들이었다.

오늘도 빠질 수 없는 등갈비찜에 막내의 두 손이 망설임 없이 다가간다.

"아 뜨거워"

평소 뜨거운 것은 절대 입에도 안대는 막내가 몇 변 입길을 불더니 뜨거운 등갈비를 작은 입 안에 집어넣는다. 외할머니 등갈비 매직인가. 고기를 좋아할 것 같지 않은 막내가, 뜨거운 것은 입도 못 대는 줄 알았던 막내가 보여주는 모습이 속임수처럼 신기할 뿐이다.

사과하면 백설공주, 바나나하면 원숭이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이들은 등갈비를 보고 아이들이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그게 좋았다. 자주 못 보는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음식. 엄마가 생각나는 음식.

번번이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와 바쁘다면 명목으로 어리광 부리듯 친정 엄마의 음식을 아기새처럼 받아먹었다. 큰 솥에 부글부글 용광로처럼 등갈비 김치찜 10인분도 해봤으니 내년 친정 엄마 생신에는 상다리 부러지게 상차림을 해봐야겠다. 엄마의 주름진 젖은 손이 그날만큼은 보송하게 쉴 수 있게 등갈비 요리를 메인으로 크게 축하해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