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모님께 받은 노트북 선물

by 친절한금금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말처럼 요새 나의 일상이 신데렐라가 호박바차를 탄듯 굴러가고 있다. 대학원에서 전공한 것은 종이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석사를 마치고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특수지를 만들어오던 손에 요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펜이 들려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알리기 위한 강사일도 하게 된 걸 보면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인천 연수구에서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지역주민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수레바퀴 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강의를 해오던 나 역시 26년도 수레바퀴 꿈교실을 수강하게 되었고 며칠 전 중학교에 연락을 받아 꿈교실 강사로써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나가게 되었다.

수업 준비를 마무리하고 담당 선생님과 연락하며 몇 가지 문의를 드렸다. 보통 도서관이나 센터 수업의 경우 컴퓨터가 준비되어 있어 별도의 저장장치에 담아가지 않아도 되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선생님 혹시 교실에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나요?"

"아니요, 저희 학교는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어서 개인 노트북을 들고 오셔야해요."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로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대로 주변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다들 업무로 사용해야했기에 빌릴 수 없었다. 시간은 촉박했고 결국 학교에서 빌리기로 했다. 수업은 원만하게 진행되었고 앞으로 4회가 더 남은 상황이라 염치없지만 선생님께 노트북 사용문의를 여쭤 볼 수밖에 없었다.

들려온 대답은 'NO'였다. 동아리 활동 시간에 담당선생님도 교실에 상주하는 게 원칙이라 수업동안 선생님도 본인의 일을 하셔야 했다. 그럼에도 필요하면 빌려주시겠다고 말씀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했다. 교실문을 나오고 노트북을 빌리기 위해 고민했다. 수업을 위해 한대 마련해도 되지만 집에 컴퓨터가 있고 패드도 2대가 있는 상황에서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노트북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내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해 배보다 배꼽은 아닐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 한 달전 친정아빠가 노트북을 사셨던 게 기억이 났다. 유트브로 무언가 배워보고 싶으시다며 집에 컴퓨터가 있지만 저가에 살 수 있는 중고 노트북을 하나 마련하셨다. 어차피 수업 때 화면에 띄울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 아빠의 노트북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빠, 혹시 노트북 잘 쓰고 계세요?"

"그럼~엄청 잘 쓰고 있지! 요새 많이 배우고 있어"


빌려달라는 말을 머금으면서 잘 쓰고 계시다니 다행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왜 물어보냐고 물으시는 말에 수업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흔쾌히 빌려주시겠다 말씀하셨다. 딸이 수업에 나갈 때 필요한데 당연히 줘야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죄송했지만 다가오는 일요일 아빠에게 노트북을 빌리기로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빠와 통화하고 이틀 뒤 아침이었다. 먼저 전화하는 일이 없으신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들 학교는 잘 갔냐며 영상통화를 하시던 아빠가 갑자기 화면을 바꾸시더니 검은 노트북 하나가 보였다.


"이게 뭐예요? 아빠 노트북은 흰색 아니에요?"

"너 주려고 샀어"


쿵쾅쿵쾅 가슴이 뛰었다. 내가 뭘 잘못들은건가 싶었다. 나는 통화 내내 "노트북 비싼데..."라는 말 만 반복했다. 기뻐서 나오는 건 하늘을 찌를듯한 웃음과 감사한 마음들이었다.


"아빠가 너무 무심했어. 진작 사줬어야 했는데"


다 커서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는 아빠의 딸이었다. 오히려 아빠가 필요하실 때 좋은 것 하나 해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과 알게 모르게 나도 가지고 싶었던 것을 깜짝 선물로 받게 된 기쁨이 교차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알고 계셨어요? 아빠가 노트북 사주셨어요."

"그거 엄마가 사라고 한거야~네 아빠는 일요일에 깜짝으로 주려고 했는데 그걸 벌써 보여줬니? 너가 여기저기 빌리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부모가 가만히 있어. 화가 나더라고. 그래서 당장 사오라고 했지."


아...나는 여전히 부모님의 딸이었구나...기분이 좋아서 터질듯한 눈웃음뒤로 눈물이 고였다. 어릴적에는 당연하게 받아오던 부모님의 보살핌이었다. 이제는 두 아이들을 키우며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오히려 부모님께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생일 때 부모님께 선물로 받았던 마이마이를 받았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떠올랐다. 남들은 다 있어도 사달라고 하지 못했던 그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지만, 난 그날처럼 어린 아이마냥 좋아했다. 마이마이에 좋아하는 음악을 넣어 들으며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듯, 이번에 선물받은 노트북은 강사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시키고나면 누워볼까했던 몸이 가뿐해진다. 부모님 응원에 힘입어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졌다. 오늘도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