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엄마

by 친절한금금

"엄마, 같이 놀자"

"어... 잠깐만... 저기 티브이 보고 있어 봐"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감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날짜를 정해놓고 일요일 저녁까지는 이모티콘을 제안하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보증금을 걸고 했기에 악착같이 매달려서 했다. 창작이라는 것은 이다지도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없을 때 떠올라서 빠릿빠릿하게 해치우면 좋으련만, 나에게 창작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가족과 단란히 보내는 일요일 저녁에 엄마는 태블릿을 붙잡고 이모티콘 그리기에 열심히였고, 아이들은 잠시 미디어에 위탁되었다.


2년 전, 코로나가 시작되고 가정보육을 할 때 즘이었다. 논어 필사를 하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카페에 가입을 하고 필사한 종이를 사진을 찍어 '인증'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아이들의 것만 챙기다 나를 위해서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 좋았고, 소소하지만 하나의 성취를 이룬 것에 작은 희열까지 느꼈다.


작은 모래가 모여서 모래성을 쌓아가듯 내가 하는 인증 스터디의 개수는 늘어만 갔다. 영어 공부와 관련된 것만 4가지, 필사 2가지 등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이렇게 바쁘게 지내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어차피 코로나 시국에 누군가를 자주 만날 수도 없는 형편이었고 인증 스터디를 하다 보니 내 안에 있던 성장욕구가 물씬 뿜어져 나오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일 년을 하다 보니 문어발 식으로 하던 인증에 가지 치지가 시작됐다. 영어공부는 아무리 해도 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계단식 성장이라고 말하던데 나는 정체된 계단에서 한 발 올라갈 힘이 없었다. 반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재밌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브런치도 일주일 동안 나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 원이 된다. 일상에서 어떤 것들을 글로 풀어 쓸까 생각하다 보면 나의 하루가 형형 색색의 유채화 그림처럼 보인다.


24시간 중에 나를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이 늘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당연스럽게 나는, 남편이나 아이보다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1번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씁쓸하지만 어제 남편과 저녁에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남편은 언제나 가족이 우선이고 가족 안에서도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년 동안에 나는 가족보다는 경단녀로 살아가면서 아이만 돌보느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과거의 빛나던 나의 모습을 찾고 싶어 했었다.


다행히 성과는 있다. 2년간 나를 찾아 헤매면서 찾은 것은 내가 내향적이고 글쓰기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같이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전에 비해 한 편의 글을 작성하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가지면서 얼마든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한다>을 읽으면서 새벽에 일어나려고 노력했고, 이번에 마무리된 맹자 낭독을 꾸준히 새벽시간에 읽은 덕분에 아침에 시간을 벌어놨다. 맹자 낭독은 끝났지만 나는 오늘도 5시 40분에 눈을 떠서 런데이로 걷기 운동을 하고 왔으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면 내가 할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하지 못해서 짜증이 나는 일들이 생겼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찾을 수 있고 가족도 챙길 수 있다.


자 이제, 새벽에 홀로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니 아이들을 위한 아침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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