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발행을 하는 그녀의 속사정

by 친절한금금

10월이 벌써 9일이나 지났다. 9월 마감이 한참 지나도록 일기 작성은 끝날 생각이 없다. 9월 초 여행을 다녀와서 못쓰고 코로나에 걸려서 쓸 수 없었다는 이유로 매일 일기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메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좋을 텐데 10월 초 연휴로 인해 바빠진 일상 속에서 지난날을 기록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겼다. 결국 10월이 8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9월의 <월간 그림일기> 마무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더듬더듬 사진을 보며 잃어버린 기억을 쫏아 지난날의 실마리로 그림일기의 빈 공간 채우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10일 치 밀린 일기를 작성하며 배운 것은 나의 시간과 일기에 여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투머치처럼 하루에 일상을 모두 적으려 안간힘 쓰고, 잘하려고 애쓰다 미루던 것들에 여유를 발견하게 됐다. 발행이 9일이나 지체됐지만 9월 월간 그림일기를 통해 여백과 여유를 얻은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여유있는 일기가 읽기 편하게 느껴짐

그림일기를 쓴 지 2년이 되어 간다. 엄마들의 성장 유치원 킨더 줄리라는 오프라인 카페에서 지금도 그림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는 일은 나를 치유하는 힐링 타임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느끼며 지나가는 순간이 일기장 안에서는 다채로운 빛을 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그림일기 매력에 푹 빠져 버린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가정보육 기간이 길었던 그 시절에 그림일기가 없었다면 마음에 가뭄이 들듯 삭막했을 것이다.


그림일기 처음 한 달은 인증과정을 거쳐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자유 인증이기 때문에 누구도 나에게 일기를 쓰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일기를 쓰는 시간은 나를 채우는 시간이었고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쓰려고 했다.


그림일기가 재밌었던 것은 '성장'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낯설었던 노트 앱을 사용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들이 미숙했던 처음에 비해 능숙해지는 게 보였다. 그럴만한 이유라면 날 것이라 할 수 있는 졸라맨 그림으로 시작해 사람의 형태를 갖춰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에서 비포 에프터는 언제나 뿌듯함을 선사한다.


2개월만에 사람형태가 나오다!

2021년에 65% 정도 그림일기를 작성했고, 2022년에는 현재 90% 그림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나는 핸드폰으로 그림일기를 써왔다.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없었다. 사진을 갤러리에서 불러와 일기를 작성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핸드폰이기 때문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일기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 나는 핸드폰 용량 과다로 인한 노트 앱 구동이 느린 것을 이유로 마침내 태블릿 pc를 샀다.


그림일기 하나 때문에 굳이 큰돈을 지불하고 살 필요가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신과에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느니 그림일기로 힐링하는 쪽을 택할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장비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놀란 것은 도화지가 커지면서 오는 여유로움이었다. 핸드폰으로 그림일기를 쓸 때 두 손가락으로 확대에 확대를 거쳐 겨우 서너 줄 쓰던 걸 이제는 하고 싶은 말들을 줄줄이 쓸 수 있다. 여러모로 돈 주고 산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됐다. 그림일기를 쓰기 위해 산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1년은 나의 일기장을 꽉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도전한 것이 월간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미 꾸준함을 갖춘 메이트 분들은 해오던 것을 모방해보고 싶었다. 한 장의 일기가 모여 30장이 한눈에 나열된 것을 봤을 때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선망의 대상처럼 나도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


1월은 구멍이 좀 있었지만 일단 한 달 치 일기를 모아서 블로그에 올려보았다. 여러 개의 일기가 모여 하나일 때의 부족한 느낌을 채웠고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느껴졌다. 월간 일기는 꾸준함과 거리가 멀었던 나를 끌어당기는 좋은 수단이었다. 월간 그림일기라는 이름 아래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나의 일기들이 있었다. 첫 월간 일기의 성취감은 다음 월간 일기를 기대하게 했다. 그렇게 편집장 없는 출판사에서 조용히 9개월 동안 월간 일기를 발행해 왔다.


월간 일기를 작성하다 보니 다른 것도 한 달 기록을 하게 됐다. 최근 즐겁게 달리고 있는 '런데이' 기록을 한 달 치로 묶어 작성하고 리뷰하면서 어떤 부분들을 수정하여 개선해야 할지 눈에 보였다. 걷기 페이스가 너무 늦어서 걸을 때는 좀 더 속도를 내보기로 했다. 러닝 페이스는 조금 낮추는 게 앞으로의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의 조각들이 월간 런데이 기록을 작성하며 고찰한 결과이다.


그림 일기도 마찬가지다. 그림일기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매달 월간 그림일기를 쓰면서 고민한다. 사진은 넣는 게 좋을지? 그림은 그리기 앱을 이용해서 그릴지? 노트 앱에서 모든 것을 적을지? 나의 하루에서 꾸준히 기록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일기글은 어떤 식으로 적을지 등 매 달 곱씹어 본다.


달리기 앱 런데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으세요.

그리고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달리세요"


아직 달리기도 그림 일기도 나만의 페이스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멈춰 선 적은 없다. 이렇게도 달려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매달 되돌아보며 수정해 나가다 보면 나의 것이 나올 것이라고 믿으며 지속하고 있다.


월간 발행은 매일의 꾸준함보다는 한 달을 이끌어 일 년을 채우려는 나의 의지다. 매일 못하니까 나는 안 되는구나 포기하지 않고 월간이라는 명목 아래 하루 이틀 빠진 한 달이라도 완성했다는 마침표를 찍게 한다. 이제는 그보다 더 바란다. 월간으로 묶어진 카테고리가 일기에서 달리기 기록으로 늘어난 것처럼 성장을 향한 내 월간 발행이 더 다채로워지기를. 나만의 페이스를 찾기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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