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와 함께 만난 종로 북촌마을 -
종로 하면 '종로 주먹 김두환'이 생각나요!
북한에서 30년을 나서 자란 나에게 종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장군의 아들'이다.
나의 20대는 2000년대와 함께 시작되었고, 사회생활 시작과 함께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살았었다.
순수하고 웃음 많아 모든 것에 설레던 20대 추억!
한국 드라마 '남자의 향기', '가시고기', '호텔리어', '순정', '맨발의 청춘', '공공의 적', '가을동화', '장군의 아들' 등 많은 드라마들을 몰래몰래 봤었다. 몰래 보다 보니 '장군의 아들', '천국의 계단' 같은 드라마들은 마지막 회까지 다 보지 못한 아쉬움들이 매우 컸다.
왠지 하지 말라면 더욱 신나게 하던 20대였다. 보지 말라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하루 종일 명장면들이 머리에서 맴돌고 눈에 밟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먼 산을 몇 번이고 바라보기도 하고...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가 유행되고 한국말이 유행하고자 할 때 북한 당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보는 것을 반 사회주의 적 행위로 간주하고 큰 문제로 내세웠다.
특히 '장군의 아들'을 보다가 시범에 걸려 누군가가 교화소(남한의 교도소)에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환경 속의 인간이라고... 두려움과 호기심 중에 두려움이 더 컸기에 설렘으로 가득 기대하며 보던 한국 드라마에 '굿바이 안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또다시 20대의 추억을 소환해 '종로 주먹'을 떠올리며 북촌 탐방에 나섰다.
북촌이 기다린다. 북촌으로 가자!
북한에서 20대의 설렘을 안고 오늘은 종로 탐방기이다. 종로를 여러 번 가보고 지나다녔지만 이번은 색다른 경험이다. 관광 스타트업 대표님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탐방에 나섰기 때문이다.
탐방은 서울역사박물관 옥상정원에서 확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시작되었다.
경복궁과 북촌, 서촌 그리고 멀리 청와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 대한 역사이야기를 들으면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북촌과 서촌을 다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가이드님의 안내에 따라 선택을 해야 했다.
북촌의 매력은 독립운동 활동을 비롯한 역사적 흔적들을 잘 볼 수 있고, 서촌의 매력은 서민적이고 일상적인 것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음... 항상 선택은 조금 어렵지만, 서촌은 다음을 기대하며 오늘은 북촌을 선택했다.
코스는 크게 서울역사박물관 옥상정원 - 조계사 - 템플스테이 - 헌법재판소 - 윤보선 가옥 - 북촌 한옥마을 순서로 돌아보았다.
가이드님의 역사이야기와 함께 하는 북촌의 거리들 하나하나가 다 명소였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서울역사박물관 옥상공원과 헌법재판소 백송나무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공원은 내 마음에 날개를 달아 구름 위를 거닐게 했고 봄 소풍에 나선 소녀처럼 부~웅 들뜨게 했다.
그 날개를 펴고 조계사를 돌아보고 헌법재판소로 갔다. 헌법재판소 안에 'V'자로 서있는 백송나무는 600년 동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경술국치, 8.15 해방, 한국전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전하며 천년기념물로써 그 존재가 빛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백송나무에게 조용히 물어보듯 생각했다.
백송은 지난해 촛불시위를 시작으로 이루어진 대통령 탄핵사건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을까?
백송은 앞으로 어떤 일들을 마음에 새기게 될까?
백송은 후세에 어떤 역사의 아픔과 강인함을 전해줄까?
헌법재판소 백송나무 옆 의자에 앉자 잠깐 1분 동안 명상 타임을 가졌다. 새소리가 아름답게 울리고 어디론가 무지의 세계로 영혼을 조용히 안내하는 시간이었다.
이어 윤보선 대통령 가옥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대통령 가옥에서 있었던 역사적 이야기도 듣고, 그 앞에 위치하고 있는 안동교회 이야기도 듣고, 한복 입고 오가는 사람들도 바라보며 북촌으로 향하였다.
북촌으로 가던 중 서울시청 정독도서관 앞에서 유명한 꿀 호떡을 먹으며 그동안 소비한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북촌이 기다린다. 북촌 한옥마을로 가자!
어둠이 슬슬 내리기 시작한 북촌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멀어져 간 과거와 함께 현재
북촌을 걷는다.
그동안 삶의 무게에 잊고 지냈던 20대의 추억. 기대와 호기심, 설렘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날의 추억을 안고,
'장군의 아들' 종로 주먹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설렘으로 보던 멀어져 간 과거와 함께 나는 오늘 북촌 거리를 걷고 있다. 소소한 행복의 순간이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보던 20대.
그때의 나는 종로를 걸을 생각을 했었을까?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오늘의 종로 탐방은 무엇을 답해줄까?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답하며 걷고 또 걷는다.
종로 탐방 3시간의 코스는 힘들었지만 삶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