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재회

내 맘대로 케냐 자유여행

by 해강

드디어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밖이 엄청 시끄러웠다. 북을 치는 건지 화음을 넣는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단 생각뿐이었다. 현지 교회의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상상하며 머리단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마당을 지나 대문을 열고 집을 나서니,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들이 집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전날 헤리엇이랑 하루종일 같이 걸어 다니고 피곤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돌아와서 그런가, 평소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안 탄다고 딱 거절을 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킬리피에 온 지 3일째 되던 날, 나는 이미 그곳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토요일에는 교회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교회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물론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종교인들에게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일요일이었다. 다들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듯했으니까. 어디 숨었다가 나온 건지, 어제 돌아다닐 땐 코빼기도 안 보이던 사람들이 원색에 화려한 패턴의 옷과 장식이 많이 달린 귀걸이에 가방에, 엄청 신경 쓴 모양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는데, 여기서만큼은 백인보다도 더 귀한 동양인이 아니겠는가. 헤리엇에게 전화가 왔다. 헤리엇도 몸매가 드러나는 쫙 달라붙은 원피스에 귀만 한 귀걸이를 하고 나왔다. 챙겨 온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헤리엇의 어머니와 헤리엇을 나란히 찍어주었다. 어머니는 유치부 부장이어서 급히 들어가시고, 헤리엇이 독사진으로 한 장만 더 찍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전날의 일을 생각하면 괘씸하고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론 머리가 훨씬 잘 됐으니까 그냥 털어버렸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흔드는 건 또 누가 알려준 건지, 똑같이 사진을 흔들며 기다리는데 귀여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헤리엇이랑 인사를 하고 나는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에 앉을까 둘러보고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금발 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여인이 눈에 띄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곤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같은 처지의 이방인끼리 만나 괜히 반가웠는지 그녀도 가방을 치워 옆자리를 내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예배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조안나. 이곳에서 의사로 일하는 영국 선교사였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아프거나 말리리아에 걸려도 걱정은 없겠다 싶었다. 그녀는 내가 예배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손으로 가사를 짚어주었다. 아프리카 리듬이 어려워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반대쪽 입구에서 한국인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 조안나가 가리키며 친구냐고 물었다. 난 아직 대표님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설마 하는 마음에 힐끔힐끔 그쪽을 쳐다보며 내가 오후부터 2주 동안 속해져야 하는 단체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인솔하는 대표님 얼굴이 보였다. 망했다. 아직은 아닌데, 집에 가서 머리도 풀고 옷도 갈아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예배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예배가 끝나고 내가 앉아 있는 쪽 출입구로 한국인 무리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잘못했다고 말씀드려야 하나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해야 하나, 무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대표님이 먼저 헤드락을 걸며 말을 걸어주셔서, 어색한 웃음과 함께 ‘죄송합니다’ 한마디로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조안나랑 또 볼 수 있으면 꼭 보자고 하며 번호를 교환하고 나는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 들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OMG! Is that Sarah?”


2014년 Kigen과 나
2016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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