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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Dec 20. 2022

못다 한 과제 발표 전

아닌데요? 교수님이 틀렸는데요?

그래서 제가 어떤 디자인 발표를 했었냐면요, 못다 한 한을 여기에 풀어보겠습니다.



7살에 수영을 시작해 초등학교 때 잠깐 수영선수를 했던 저는 대학에 들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제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어요. 이것저것 해보면서 취미를 살려보게 된 거죠. 그렇게 제가 운동하는 걸 엄청 좋아했었다는 걸 깨달으며 대한적십자에서 라이프가드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인연을 통해 수영장이 있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6개월 동안 알바를 했어요. 수영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과제 발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인 1조가 되어 팀 과제를 하는 수업이었어요.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디자인 해결방법을 찾아 발표한다, 제 기억에 이게 중간고사 대체였던 것 같아요. 당시 저는 복학생이었기 때문에 친구가 없었고, 이미 서로서로 다 짝이 있었어요. 그렇게 홀로 남게 된 복학생과 타과생이 한 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 관심사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대학생 때 저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손이 불편한 장애인 아버지를 두었던 타과생이 장애인을 주제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었어요. 어렴풋이 그렇게 기억을 하네요. 저는 복지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나눠주며 현장에서 바라보았던 장애인 차별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어요.


나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제

문제 1.

장애인의 이동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구역이다. 완만한 경사로 되어있어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고, 옆으로 안전봉이 설치되어 있어 걸음이 불편한 장애인이 잡고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입구이다. 하지만 이곳은 깊이가 낮아 어린이들에 의해 늘 점령되어있다. 장애인이 수영장에 들어올 경우, 안전요원의 안내가 없으면 사람들이 쉽게 비켜주지 않으며 장애인의 진입을 방해한다.


문제 2.

장애인 레인이 배려인가, 차별인가? 몸이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수영을 잘하는 장애인이 있다. 패럴림픽의 선수들처럼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운동능력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장애인을 배려해 특별히 장애인 전용 레인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가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늘 비워두는 것처럼 장애인들만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워둘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 수영장도 아닌 장애인 복지관인데? 장애인이 단계도 아닌데, 초급, 중급, 상급과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는 표지판이 필요한가?

수영장 도면


위의 수영장 도면을 보면,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 장애인이 이용해야 할 진입로이다. 수영을 잘하는 장애인만 바로 입수가 가능하다. 장애인 레인은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아래의 도면에 표시해놓은 빨간 이동경로처럼 장애인 레인까지 가려면 생각보다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완만한 진입로의 이용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나는 이것을 문제라고 정의했고, 수업시간에 활용했던 교재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의 디자인 원칙을 적용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참고로 교수님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기 때문에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그것은 사람의 문제이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회와 환경마다 다른 또는 미성숙한 문화가 있기 마련이고, 한국에 맞는 다른 디자인이 대안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수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를 끝끝내 고집했다.



이름표에 의존하는 디자인은 잘못된 것이다. 이름표는 중요하고 필요할 때도 많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대응을 적절히 사용하면 이름표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이름표가 필요해 보일 때는 언제나 다른 디자인이 없는지 찾아보라. <디자인과 인간심리, 104p>

 


위의 문장에서 첫 번째 영감을 얻었다. 분명 장애인 표지판을 사용하지 않고도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 거라고 확신했다. 결국 나만의 답을 찾았고, 나는 책에 나오는 방법들을 적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양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1. 심성모형 Mental Model

사람들은 자기 자신, 다른 사람, 환경, 자신이 상호작용하는 사물들에 대해 갖는 모형이다. 사람들은 심성모형을 경험, 훈련, 지시를 통해 형성한다. 한 도구의 심성모형은 주로 그 장치의 작용과 가시적 구조를 지각하고 해석함으로써 형성된다.


2. 가시성 Signifiers

사용자의 눈에 보이도록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조작할 때 중요한 부분은 눈에 잘 띄어야 하고 적절한 지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왜 다양한 기능과 여러 통제기가 있는 자동차가, 훨씬 적은 수의 기능과 통제기를 가진 전화 시스템보다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할까? 그것은 여러 장치가 가시적이라는 점이다. 통제단추와 통제의 대상 간의 좋은 대응관계, 자연스러운 관계성이 있다.


3. 자연스러운 대응 Natural Mapping

대응은 두 일간의 관계성을 말한다. 통제장치들과 그것의 작동들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들 간의 관계성을 뜻한다. 자연스러운 대응이란 물리적인 상사성과 문화적인 표준을 잘 살린 대응 관계로서, 그 관계를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한다.



쉽게 말하자면, (1)심성모형의 일치를 통해 장애인과 관련된 익숙한 것을 활용해야 하고, (2) 표지판 대신 사용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3)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활용했다.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기 위해 활용된 것으로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한 도구임을 사회문화 속에서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도구를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배려 도구로 확장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 구역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발을 내딛으면 촉각을 자극해 무의식적으로 장애인 배려 구역임을 지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있는 수영장 입구에도 동일하게 설치하여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다.



활용

더 나아가 버스 노약자석과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등 필요한 곳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 역시 역차별이라는 말도 있었고, 배려 당사자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주목성 높은 화려한 색감과 최근에는 앉지말라고 알람까지 울린다고 하던데 그냥 통일성 있게 이렇게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잠 못 들고 시작한 못다 한 과제전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https://brunch.co.kr/@lgoao/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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