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6주년을 맞이하는 방법
드디어 미국에 간다.
미국은 영화에서 많이 봐왔고, 살면서 언젠가 가볼 기회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시카고에 살고 있는 친척언니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아니 살면서 딱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 벌써 학교를 입학한 귀여운 조카를 보러 간다는 이유로 시카고행 티켓을 끊어버렸다. 출국일은 4월 1일 토요일. 89일 밖에 안 남았다!
꼭 해외여행을 갈 필요는 없지만, 코로나 이후로 나만을 위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 종종 출장을 다니긴 했지만 빡빡한 일정 속에서 하루도 쉬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일과 상관없이 휴식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3~4일 정도는 언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2~3일 정도는 뉴욕에 가볼 생각이다. 시카고랑 뉴욕이랑 가까운 줄 알고 버스표를 찾아봤더니 17시간이나 넘게 걸린다고 하니 미국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을 하게 된다. 내가 특별히 짧은 여행 중에 뉴욕을 방문하는 이유는 아빠 때문이다.
아빠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문득 아빠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었다. 아빠의 첫사랑은 누구일까? 엄마를 만나기 전 아빠의 연애는 어땠을까? 분명 거의 모태솔로였을 거라고 확신하긴 하지만. 아빠가 어릴 때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을지, 학창 시절에 제일 친한 친구들은 누구였을지, 내가 모르는 아빠의 젊은 시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빠로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인간 정석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깊은 회의감이 든 적이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빠와 관련된 다큐를 찍으며 아빠의 옛 친구들과 아빠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슬픔에 잠겨 내 마음을 들추는 것조차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미국에 그리고 아빠가 3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장가가기 전까지 시간을 보냈던 곳을 꼭 구경하고 싶었다.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공부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다곤 들었는데, 어떤 가게에서 일을 했을까? 학교 친구들은 누구였을까? 어떤 학교를 졸업했을까? 사실 나는 아빠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못나고 찌질했을지 내가 태어나기 전 아빠의 어린 날들을 직접 추억해 볼 생각이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은 그 당시에 찍었던 아빠의 사진을 찾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내가 현재 알고 있는 단서는 하나, 뉴욕 뉴저지에 살았다는 것뿐이다. 아빠의 학교, 살던 동네, 친구들을 좀 찾아봐야겠다. 출국 전까지 아빠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