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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May 12. 2023

문동은이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

[책리뷰] <판을 읽어라> 바둑을 통해 얻는 통찰

새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갈피를 잡지 못할 땐 역시 책이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 유명한 저자들의 베스트셀러 책도 훌륭하고 좋지만, 나에게 맞는 책을 잘 고르는 것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무작정 유명한 책들을 고르지 않고, 서론이나 앞부분을 조금 읽어보고 더 읽어보고 싶거나 궁금한 책들을 위주로 추리는 편이다.


이 책은 표지 디자인이 예쁘거나, 출판사가 빵빵하거나, 저자의 네임벨류가 높은 책은 아니다. 그냥 바둑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서, 수많은 자기 계발서 책들 중에 대체 이 책은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싶어서 꺼내 들었다.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깊은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고, 책을 읽는 중간에 저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검색해 보았다. 많은 프로기사들 중에 한 명인가 싶었는데, 그냥 강의하고 사업하는데, 바둑을 취미 이상으로 너무 사랑하는 멋있는 아저씨들이었다. 서울시립대학교경제학부 교수님이신 신봉호 저자와 기도산업 대표를 맡고 계신 박장희 저자. 바둑에 대해 세상 진지한 이 아저씨들이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어,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까지 뒷조사를 했다. 조사를 해보니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인 인물들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기도산업 이 회사는 참 재미있는 회사인 것 같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목차

1장. 패러다임의 전환
01 - 결과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힘
02 - 패러다임 전환의 위력
03 -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생각습관
04 - 바둑, 패러다임 전환의 연습 도구

2장. 패턴을 읽어라
01 - 왜 패턴이 중요한가
02 - 패턴 창조의 위력
03 - 패턴 창조를 위한 방법
04 - 바툭, 패턴 인식과 창조의 연습  도구

3장. 시야를 넓혀라
01 - 넓게 보고 멀리 보자
02 - 넓은 시야의 위력
03 - 넓은 시야를 갖는 방법
04 - 바둑을 두면 시야가 넓어진다

4장. 나를 돌아보라
01 - 나를 돌아보는 피드백
02 - 피드백의 위력
03 - 피드백의 위력을 얻는 방법
04 - 피드백의 위력을 깨치는 도구 바둑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마다 바둑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근거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생각과 패러다임은 이렇다.


인생은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생각의 씨앗이 행동, 습관, 품성을 만들고 결국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 21p

'모든 이해는 오해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누구도 있는 그대로를 볼 수는 없다. 무엇을 보든 남의 렌즈를 통해 주관적으로 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해석과 이해는 오해다. 패러다임은 모든 해석과 오해의 원천이다. 이것이 패러다임이 중요한 이유다. - 37p

나를 바꾸면 안 될 일이 없다. 나를 바꿔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참으로 많다. 어떤 위기, 어떤 문제에 직면하든 '나를 어떻게 바꾸면 해결될까?'를 생각하자. 그러면 나의 사고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즉 나의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얻을 수 있다. - 54p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패러다임이 곧 나의 세상이라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나를 또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나의 운명도 바뀌지 않는다. 관성으로 사람은 습관적으로 생각을 한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젊을수록 어릴수록 경험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페이지에 1번 꼴로 밑줄을 긋듯이 정말 주옥같은 인사이트가 많았다. 그중에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3가지 정도로만 골라보았다.


01. 나 또는 기업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기

이런 예시를 들어주었다. 상어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육지에서 싸우면 호랑이가 이기고, 바다에서 싸우면 상어가 이긴다. 육지에서 싸움을 한 상어는 호랑이에게 완패했고, 그다음부터는 육지에서 싸움을 하지 않는다. 바다로 상대를 끌어들여 자기가 이기는 싸움을 한다. 이렇듯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더 개발하고, 내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약한 곳에서 100번 싸워봤자, 상어처럼 질게 뻔한데 굳이 그렇게 힘들게 갈 필요가 없다.


나는 현재 부모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에 횡령과 사기,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을 수습하러 일단 급한 불부터 꺼보고자 다시 들어왔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루틴 한 업무가 있고, 관리만 하면 되는 자리라면 편하게 일할 수도 있지만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의 틀을 완전히 무시했다. 꼭 돈을 기존 업력 안에서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냅다 상품개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브랜드 사업을 하게 되었다. 내가 평생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랑했던 것, 그동안의 커리어를 돌아보아 내가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고, 회사에서 해왔던 무역업과 해외 비즈니스랑 새로 시작한 브랜드 사업을 엮으면 뭔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후회 없다.


02. 세상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기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크게 생각하고 크게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빌리는 방법도 있다. 뉴턴이 말하길, "제가 더 멀리 보았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더 높은 곳에서 바라봐야 넓은 시야가 생긴다. 내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이미 내가 원하는 위치에 올라간 성공한 사람들의 시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숲을 먼저 보고 안에 있는 나무들을 연결하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세부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야가 좁고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기업은 망하고, 멀리 볼 줄 아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 혁신을 거듭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기업이 세상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그 안에 가능성과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한다는 사례를 몇 가지 예시로 들려주었다. 세상에 안정적이고 영원한 사업은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바둑에서도 결국 이 판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작은 수 싸움이나 대결에서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작은 대결에서 승리하더라도 전체에서 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얻어 승리를 이끌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부모님 회사를 멋지게 부활시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청년 사업가로서 개인사업자를 내고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혜택들을 누리면서 사업하는 방법도 있지만, 많은 회사들이 위기 속에서 기사회생하는 사례들을 보며 부모님이 일궈놓은 회사를 존속시키고 업력을 이어나가는 것도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가 운영할 적에 아빠가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젠 망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그의 말대로 회사 업력이 20년이 넘었고 덕분에 아버지 없이 6년을 버티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대표가 아빠일 때고, 사업을 좀 해보니까 관리만 해서는 사업은 도태된다. 꾸준히 발전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변하는 세상 뒤에 남겨진다. 눈에 보일 정도로 티가 난다.


03.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성공을 배운다

바둑에서 복기란 게임이 끝난 뒤, 내가 둔 수를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그 과정 안에서 다른 수는 무엇이 있었는지, 내가 어디서 잘못 두었는지, 잘못된 수를 두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지 짚어보는 과정이다. 나를 돌아보며 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삶을 돌아보며, 피드백하는 과정을 꾸준히 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내게 발전이 있다. 이 말은 정말 글로 읽으면 쉽지만, 막상 현실로 내게 다가왔을 때 적용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충고와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나의 결점을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습관이 나이가 들어서도 늘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도태되지 않는 방법이다.


추가로 책에서 저자는 '패턴'을 깨우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패턴을 읽는 게 중요한 이유는 세상에 반복되는 현상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자연 현상과 사회 현상을 관찰하며 여러 가지 패턴을 경험하고 확인한다. 나도 예술을 공부하며 이 핵심을 깨우쳤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패턴이 나에게는 리듬이었다. 모든 예술의 기본은 리듬이다. 설명을 들어보면 패턴이 곧 리듬이다. 바둑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시 여긴다.


패턴은 수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이며, 전 세계 대부분 나라의 학생들은 수학에서 처음 패턴을 배운다. 미국의 MSEB(Mathematical Sciences Educating Board)에서는 수학을 패턴과 순서의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수학만이 아니라 규칙을 찾고 활용하는 일은 모든 학문의 기초다. 특히 과학은 패턴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 종의 분류와 DNA 구조 연구 등은 모두 숨은 패턴을 밝힌 것이다. 경제학이나 사회학, 인류학 등 사회과학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패턴이다. - 85p




바둑을 소재로 한 <미생>이라는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았고, <더 글로리>에서 실제로 문동은이 바둑을 어떻게 두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바둑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캐릭터를 표현하고 캐릭터가 이해하는 바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보았다.

 

나랑 우리 오빠는 바둑을 잘 두었던 할아버지와 가족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바둑을 두었다. 다행히도 우리 오빠는 바둑 쪽으로 영재여서 어린 나이에 단을 땄고 유명한 기사들한테 바둑을 배웠다. 반면, 나는 늘 바둑원 가면 지루해서 누워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바둑을 안 가면 되는데 또 오빠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쫓아갔었다고 한다. 이제 와서 관심이 가는 게 많이 아쉽긴 하지만, 다 때가 있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더 공유하고 싶다. 모두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봤으면 싶을 정도로 강력 추천하고 싶고(물론 바둑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취미로 바둑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가끔 아마 유단자인 오빠가 상대해 주기로 했다. 내 실력으로 오빠를 이길 수 있는 날, 정말 기쁠 것 같다.


<판을 읽어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생각습관 - 신봉호, 박장희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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