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두 번 스친 사랑

사랑이 찾아오던 밤, 그리고 사랑이 떠나가던 밤

by 이고운


사랑이 처음 찾아온 날은 밤이었다.


하루의 피곤함을 간신히 털어내며 집으로 향하던 길, 익숙한 도시의 불빛이 가로등 아래 퍼져 나가고 있었다. 문득 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퇴근 후 내게로 찾아온 그는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단정한 셔츠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온기, 바쁜 하루를 지나 나를 향해 미소 짓던 얼굴.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사랑이 시작되고 있음을.


그와 함께한 잦은 밤들은 너무도 특별했다. 퇴근 후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누던 시간, 늦은 밤 길을 걸으며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웃음으로 가득했던 순간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이런 평범한 찰나 속에서도 비범으로 피어나는 향이 아닐까 싶었다. 거창한 약속 없이도, 화려한 말 없어도,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떠나가는 날도 밤이었다.


그가 내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순간, 밤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처음 사랑이 시작된 밤과 너무도 닮았지만, 잔인하게도 공기는 무거웠다. 그의 손끝이 내 손을 천천히 놓아가는 감각이 아직도 내 손에 남아있다. 애써 덤덤하게 바라보려 했지만, 차가운 공기, 아니 얼음 가시들이 나의 폐 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우리는 한때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은 끝났다. 하지만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퇴근 후 그를 기다리던 순간들, 밤거리를 함께 걷던 시간들,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던 말들.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하지만, 그 흔적은 오롯이 내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사랑은 한밤중에 찾아왔고, 또 한밤중에 떠나갔다.


이제 나는 안다고 말하련다. 사랑이 떠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의 흔적을 품고 밤을 스치며 산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밤이 찾아올 때, 나를 물들이는 새로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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