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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발표공포증, 끝까지 안 변할 줄 알았어]

발표가 무서운 사람의 다소 과한 착각

 

혈액형은 O형인데 왜 이렇게 자란 소극적으로 자란 건인지에 대해 스스로 원망을 한 적이 많았어.

특히 발표할 때마다 그랬어.


나 요즘 청소년들 강의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잖아.

내가 요청하면 갑자기 일어나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더라고!      


아 옛날이여...

울그락 불그락 옛날이여...

주름은 좀 덜했을지언정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만은 않구나.

정말로... 정말로... 그때가 웃프구나.     


부끄러웠어. 내 모든 것이.

나를 감싸고도는 공기까지도 부끄럽게 느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혹시 스스로의 심장 박동 소릴 들어본 적 있어? 나는 엄청 많아.

초등학교 때 장거리 달리기하고 나서 들었던 심장 소리도 아직 기억하지만,

발표하기 전 사람들 앞에 설 때의 심장 박동은 미친 질주를 연상케 하지.

슈퍼카 급발진 동력 정도랄까.     


아... 정말 싫었어.

정말 발표가 싫었어.

지인짜 진~~~ 짜 싫었어.     

(글로써 어찌 모두 표현하리요)

(ㅎㅎ)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사회학 과목 시간에 사고를 치고야 말았지.

조별 발표가 있던 날이었는데, 내가 맡은 파트 내용이 너무도 어려웠던 거야. (막스베버를 아십니까!)

친한 조원이던 복학생 오빠에게 SOS를 치고 황급히 사라져 버린 나.


한마디로 수업 때 도망을 쳤어. 집에 가서 울었어.

대신 발표해 준 오빠에게 미안했고, 담당 교수님이 정말 무서운 분이셔서 더 더 더 울었어...     



(C)2002.GOUNY



휴학까지 하고 싶었지만, 어느 날 나는 내 한계를 의심하기 시작했지.

‘이게 정말 나의 한계인 걸까?’ ‘평생 남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나?’

‘심장아, 네 발칙한 박동 속도를 줄일 수는 없겠니?’ ‘고운아, 이게 진짜 너일까?’       

 

대학교 3학년 때쯤부터 나는 이를 악물고 나를 시험대에 올리기 시작했어.

발표를 피하지 않았고, 남 앞에서 붉어지는 피부를 가리기 위해 일본산 스포츠 커버 스틱으로

두껍게 화장을 했어.(진심으로 효과가 갑)

다행인 것은 시력이 크게 좋지가 않아서 마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는 것.

그러나 목소리 떨림과 가파른 숨소리는 참 부끄럽더라.      


어려웠어. 죽도록 어려웠어. 결국 너무 힘들어서 우울했어.

급기야 병원까지 찾아가서 상담을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웃으셨어.

내가 좀 귀여웠나 봐.


“그럴 때마다 더 무서워라! 더 떨려버려라! 얼굴이 붉어지다가 터져버려라! 하고 암시를 하세요!”,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고운 씨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다행히 인자하신 의사 선생님을 만나 심리학적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나!      


그 후로 다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는 조금씩 변해갔지.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오는 신기방기한 경험을 했고 말이야.

     

요즘 만나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생들께도 전하는 말.


“나만의 한계일 수 있으니 일단 의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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