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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Feb 23. 2021

'숏폼 말하기'의 진수

말하기의 클래식, 1분 말하기

"그래서 뭐?!"

(...)

필자는 아직도 이 한마디가 공포다.


때는 바야흐로 패기 넘치는 20대 중반이었다. 정말로 최선을 다 한 프레젠테이션 면접이었건만. 대표님이 마지막에 차가운 표정으로 던진 한마디에 그만 온몸이 경직되어 버렸다.

정말 정말 내게 무례했던 그 한마디  "그래서 뭐?" (옆에 있던 부장님들도 싸한 분위기에 대략 난감)


충격을 받고서 집에 돌아온 나는 그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틀을 앓아누웠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다짐했다. '나 더 좋은 회사 들어갈 거야! 특히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반말이나 하는 회사 말고!'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그곳엔 다행히 내가 어리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는 상사나 대표도 없었다. '그래서 뭐?'라는 멘트가 가끔 내 머릿속을 스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 막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코칭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무렵 즈음. 나는 다시금 그날의 그 온도와 습도를 꺼내어보았다. 무례했던 그의 언행은 그렇다 치고, 내가 면접 PR에서 어떠한 오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덤덤하게)


그 4가지 없던 대표님은 분명히 내게 원하는 대답이 있었을 것이다. 긴 설명 중에서 그 하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자 아마도 짜증이 났었나 보다. 결국 내 발표 마무리엔 그럴싸한 비전도 없고, 한마디로 한정된 짧은 시간 내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핵심 알맹이가 없었던 것.


면접은 내게도 그토록 가혹한 순간이었다. 프리랜서로 기자와 방송 진행일을 하면서도 간간히 오디션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짧은 말하기'는 참 어려웠다. 물론 탈락은 괴로웠지만,  어쩌면 합격을 위한 산교육이 되어준 것도 같다. 자기 계발서가 절대로 알려줄 수 없는 그런 참 교육 말이다.

  





1분 자기 PR : 짧은 분량 형태의 말하기 

요즘 인기 있는 숏폼 콘텐츠에서 쓰이고 있는 1분 내용의 구성 기법, 알고 보면 클래식처럼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 불리는 짧은 형태의 말하기 용어로써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어떤 상품, 서비스 혹은 기업과 그 가치에 대한 빠르고 간단한 요약을 하는 경우를 말하며, 때때로 로켓 피치라고도 불린다. 나는 언젠가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심 의아해했다. 내가 이효리처럼 10분 안에 상대방 마음을 사로잡지도 못할뿐더러, 20초에서 3분의 설명만으로 상대방의 결정을 이끌어 내는 설득은 정말로 불가능한 경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해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주로 말로써 전달되지만 때와 목적에 따라 글이나 이미지의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 매니저, 세일즈맨, 정책 결정자 등 여러 입지에 놓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피치를 훈련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CEO들의 경우 자본가나 투자가의 투자를 받기 위하여 엘리베이터 피치를 이용한다. 정말로 일부 투자가들은 기업이나 상품의 가치를 엘리베이터 피치를 듣고 단숨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형식의 짧은 PR 말하기는 비단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종종 사용된다는 점에서 정말 훈련하면 좋은 스피치란 생각이 든다.

          

어느 책에서 '엘리베이터 피치의 장점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기에 '이것은 미국식 유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엘리베이터 피치 기법은  분명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짧은 유형의 PR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즈니스적인 컨벤션 및 콘퍼런스에서의 네트워킹, 파티에서의 가벼운 대화 등의 환경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상대방에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꺼내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써 엘리베이터 치는 정말로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작용한다.  








'숏폼 말하기'의 요건 3가지

- 간결성    
정말 중요한 내용만 요약해서 한 문장으로 말해보자. 촌철살인!
상대방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까지 짧고 굵은 승부를 봐야 하니까.
  
- 임팩트
남들과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튈 필요는 없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부분일수록 승률은 높아지는 법.

- 쉬운 내용   
지나가는 고양이는 못 알아 들어도 초등학생, 할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어수선한 엘리베이터나 야외에서는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쉬운 어휘들이 힘을 발휘한다.
       



1분 자기 PR : 구조적으로 말하자  

방법적으로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구조도를 그려주듯 정돈된 말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나무를 먼저 순서대로 묘사하고 난 뒤 전체 숲을 이야기하거나 반대로 숲을 먼저 이야기하고 나무 순서대로 설명하는 등의 방법과도 같다. 말하는 내가 횡설수설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좋은 전달 Tip으로는

'순서 어휘'의 사용이 있다.     


정말로 쉬운 말이지만 습관이 되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든 부분이다. '첫째로', '둘째로',  '마지막 하나는'과 같이 도입부를 명쾌하게 두어 말을 펼치는 방식이다.







KTX를 타면 나오는 안내방송처럼 이정표를 알려주듯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의 시작점에 이익과 핵심을 제시하면서 '딱 1분만 설명하겠다', '총 3 가지로 나뉜다' 등의 여정을 미리 밝히면서 말을 펼치는 방법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클로징, 마무리는 항상 중요하다. 끝 지점엔  솔깃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만약 그 자리가 면접이라면 나름의 제안이나 포부도 좋다. 이와 더불어 잘 먹히는 마무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자칫 "그래서 뭐?"라는 싸함을 맞이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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