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는 칭찬을 받은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말을 대답으로 내놓는다고 한다. 칭찬을 자주 받는 유명인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너무 미인이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지 않느냐”
피겨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김연아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MC로부터 외모 칭찬을 받았다.
“아닌 것 같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말하지”
김연아는 대뜸 그 말에 좋아하기보다는 오히려 민망한 듯한 모습을 보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 또한 칭찬을 해줬다가 대뜸 아니라는 대답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공감의 웃음이 났다.
“미모가 리즈 갱신이신데요? 나날이 아름다워 지시는 것 같아요!”
정말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동안인 데다 미인이기까지 한 L 씨에게 나는 종종 외모 칭찬을 건네곤 했다.
“아, 진짜 아니에요~”
0.5초도 되지 않아 그녀의 입에서는 준비된 듯이 부정의 말이 나오고야 만다. 외모 칭찬뿐만 아니라 커리어에 관한 칭찬에 있어서도 상대의 부정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그녀에게 칭찬을 하지 않게 되었다. 또 칭찬하면 반드시 아니라고 할 것 같아서 그런 걸까?
사실 그녀는 항상 스스로를 잘 낮추는 편인 데다 겸손한 태도가 깊게 배인 사람이다. 남을 추켜올리며 칭찬하기에는 전혀 인색하지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충분히 그녀의 스타일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겸손이 자칫 겸손이 아닌 것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는 것이 문제다.
나에게 누군가가 칭찬을 건넸을 때, 상대는 정말 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 몇 번 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상사나 비즈니스 관계에 놓인 사람일 수도 있다. 이들 각각이 느끼는 소통의 감흥의 정도는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일을 참 꼼꼼하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오늘 의상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와 같은 칭찬을 들었을 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칭찬에 대한 반응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무심코 아니라고 한 겸손의 대답 한마디가 때로는 진심에 대한 화답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언짢음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겸손해 보이기 위해 혹은 겸손을 표현해야 할 것 같아서 건네는 ‘아니다’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긍정을 표현한 상대방으로서는 머쓱해질 수 있다. 칭찬한 사람 입장에서는 겸손과 같은 긍정의 반응이 아니라 표면적인 느낌 그대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더와이져는 자신의 글을 통해 한국인은 묵묵히 말없이 내일을 열심히 하면 누군가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거나 알아주기를 바라는 특성이 있다고 전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한 일의 성과나 노력에 대해서도 어필하거나 대놓고 칭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전한다. 특히나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아닙니다'라는 태도가 지나친 겸손에 해당하며, 오히려 외국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유의해야겠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유독 칭찬에 ‘아니다’라는 반응을 자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심 칭찬을 받는 것은 좋아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겸손을 중요시하는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에 언어적인 강박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칭찬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뜸 ‘제대로 보시네요!’,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라며 대답하는 것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뻔뻔하게 느껴진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SNS 댓글에서는 “좋은 사람 눈에는 좋은 것만 보인다던데 사실이군요~”처럼 웃음과 함께 전할 수 있는 멘트가 추천되고 있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가장 무난한 응답으로는 아마도 ‘감사’를 표현하는 일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라고 화답한 뒤 그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장점을 곁들여 칭찬을 서로 건네는 형식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적으로는 나의 긍정적인 기분을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형식이 좋겠다.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까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멋진 분이 칭찬을 해주시니까 기쁩니다.”
생각해보니까 강의와 코칭을 하는 틈틈이 내게 칭찬에 관한 질문을 주는 교육생이 유독 자주 있는 편이다. 거절이나 부탁에 관한 질문과 더불어 상대방을 칭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다. 역으로 칭찬을 받았을 때도 어색함을 느낀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할지, 대답은 어떻게 해야 할지 종종 난감해진다고들 한다.
어색하다고 해서, 부끄럽다고 해서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부분은 무조건적인 부정과 낮춤이 겸손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상대의 호의를 따스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겸손해질 수 있는 표현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더불어 칭찬을 들을 때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 비언어를 구사하는 부분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