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커피 모닝 하는 그녀들

5분 테이블 소개팅처럼

by 김현주

안녕하세요. #Mumz Hive 주인장 김현주입니다.

2022년도 새해맞이 두 번째 날이네요. 두바이에는 며칠 째 구름이 가득한 근사한 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2022년 1월 1일 새벽에는 비가 흠뻑 내렸어요. 아랍에미레이트 중동에서 까만 구름이 낀 날씨를 보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친구가 수묵화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라 표현했어요. 올해는 좋은 일이 매우 가득할 듯합니다.​


오래전 그날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 합니다. 오전 열시면 알 와다몰 (Al Wahda) 코스타(Coast) 커피숍을 갔어요. 매주 화요일 그곳에는 제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말이 무슨 필요가(소용이) 있었을까요? 커피와 바나나 브레드를 앞에 두고 두 시간 동안 묵언 수행을 하려니 제 신세가 처량하기까지 했지요. 외국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아니 만국 공통일 거 같아요. 초반에는 소소한 일상부터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


그러나... 여기는 아랍에미레이트 중동, 아부다비 영어를 쓰는 곳, 수많은 Native들이 모임을 갖는 그런 곳에 제가 겁도 없이 걸어온 거예요. 한국인은 거의 본 적이 없고요, 간혹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싱가포르 친구들은 종종 봤어요. 모두들 영어를 편안하게 쓰는 국제커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한 저는 한동안 커피 모닝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저로 말할 거 같으면, 대학교 정규과정을 마치고 토익, 토플, IELTS 등등 다양한 영어 시험을 두루 거친 보통 사람이었던 거예요. 영어에 재능이 없다면 없고, 좀 더 보태서 말하자면 굉장히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일인으로써( 여기서 이 말 나올 거 예상하셨지요?) 이과 출신입니다. 우리 고통 학교 시절 이과, 문과 나누잖아요. 수학 싫어하는 아이는 문과, 영어 쳐다보기 싫으면 이과... 이것은 거의 공식입니다. 그리하여 영어를 아주 오래도록 또 찔끔찔끔 공부한 저는 살아있는 영어를 접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곳 아랍에미레이트에 오기 전까지는요.

영어로 막상 말을 하려니 입이 떨어져 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초면인 사이에 서로 잘 맞는지 알려면 스토리를 재미있게 이야기할 줄 알아야 호감이 생기더라고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사람들 편안하게 해 주는 그런 인싸? 스타일이 여기서도 통하는 거 같았어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저로써는 그곳에 앉아있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지요. ​


일단 이곳 커피 모닝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먼저 해야 친구를 사귀던 말던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있는 거지요.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생각은 했었어요. 가서 이렇게 저렇게 영어로 말 좀 해봐야겠다. 하지만 그곳에서 커피는 마시는 동안 주변에서 마구 떠들어 대는 그 시간 동안은 제가 예상한 대로 생각한 대로 잘 안되었답니다. 왜 그랬을까 집에 돌아오면서 곰곰이 일주일을 또 보냈지요.

그 사이 커피 모닝에서 친구 사귀기는 어느새 도전할 대상으로 바뀌었어요. 말을 유창하게 할 것, 신속하게 대답할 것, 받아칠 것.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 느꼈답니다. 물론 다양한 주제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기본이기도 했고요. 버벅거리거나 너무 느리게 말하면 시선이 딴 데로 가요. 지루하니까요.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맞장구를 잘 쳐야 하는 건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랍니다.

네이티브들은 너무 빨리 말하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사람이 들고 나는 곳이라서 주제가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요. 아! 나도 이렇게 대답해야지 하는 순간 그 찰나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에 끼어들기도 하고요. 그러면 버스는 지나간 거예요. 또 인사하면서 자기소개하고요 주제는 당연히 다시 바뀌지요. 5분 소개팅 느낌이었어요? 5분간 빨리 얘기하고 옆 테이블로 옮겨가서 또 얘기하는 그런 테이블에 앉아있는 거 같았지요. 이 트랙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맘에 드는 테이블 상대를 찾기도 어려운 그런 애매한 상황이요. ​


왜 혼자 그런 모임을 갔을까요?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싶었지요. 그래서 내 소개도 좀 하고 잘 통하면 식사도 하고 취미생활도 같이 하려고요. 야무진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커피 모닝은 그나마 이곳에 온 지 얼만 안 된 친구들이 모이는 그리고 나이대가 비슷한 또래가 많았어요. 유사한 커뮤니티중에서는 커피 모닝이 그나마 저랑 잘 맞았어요. 집에서 멀지도 않았고요.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어서 먼 곳은 부담스러웠거든요. ​


우울하게 우두커니 그곳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저에게 한줄기 빛 같은 친구가 갑자기 등장합니다.


그녀는 Thanya, 호주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싱가포르가 터전이지만 몰디브에서 결혼하고 아랍에 미레이로 온 엄청난 친구지요. 항상 해변에서 놀 거 같은 까무잡잡한 피부, 매일매일 행복한 웃는 얼굴의 소유자, 그 싱가포르 친구가 저에게 인사를 했지요. 어찌나 밝던지 그 어두운 코스타 커피숍 구역을 환하게 밝힐 정도였답니다.


그녀와 함께 저는 몇 년에 걸쳐 아주 재미나고 신나는 모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왜 영어도 못하는 한국인인 저에게 호감을 보였을까요? 나중에는 두바이 친구도 소개해 주고 맛집 탐방도 늘 함께 했습니다.​ 그사이 저는 그녀에게 해외생활에 필수적인 여러 가지 중요한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다음에 계속 이어서 얘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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