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도 많고 행사도 자주 있습니다.
이번주 월, 화요일은 midterm break입니다.
이틀을 왜 쉴까?
오늘 아침 천둥번개와 구름 낀 하늘 그리고 모처럼 시원하게 비가 내려서 딱 좋은 날 쉬고 있구나 싶어요.
그렇지만 휴일이 너무 많고 이틀짜리 break는 왜 종종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심정이에요.
왜냐하면 3월 24일에 다시 봄방학이라고 2주간 휴식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어쨌든 학교 행사도 많고 쉬는 날도 많아요. 여러 행사와 이벤트는 제가 경험한 내용이어서 학교마다 다를 수도 있어요. 아이 학교 보내고 4년 차가 되니 약간은 익숙해지려고 합니다만, 그래도 쉬는 날 시간을 알차게 보낼 생각에 부담이긴 해요.
공휴일자체가 생소해요. 이슬람 국가라 그런 거겠지요.
Ramadan(2024년 3월 12일 - 4월 9일) ,
Eid al Fitr(2024년 4월 9일 - 12일),
Eid al-Adha(2024년 6월 16일 -19일),
Islamic New Year(2024년 7월 8일)
Prophet Muhammad's Birthday(2024년 9월 16일),
UAE National day(2024년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 건국에 대한 자부심은 UAE flag day(11월 3일로 공휴일은 아닙니다.)까지 별도로 챙기는 걸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전체 인구의 20% 채 안 되는 자국민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활동이라 매우 좋다고 생각해요. UAE flag day 에는 국기 색깔(빨강-용기, 녹색-희망, 흰색-정직, 검정-정신력)이 들어간 옷을 입고 학교에 오라고 해. UAE national day도 마찬가지이고요. 남자아이는 흰색 칸두라도 많이 입고 여자아이는 국기 색깔이 들어간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많이 보여요. 저는 검정 아바야를 입고 아이와 함께 사진 찍기도 했어요.
2024년 라마단은 3월 11일 월요일 저녁부터 시작한다고 하네요.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을 기준으로 해서 매년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뜨거운 여름이었다면 지금은 3월 봄방학과 겹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요. 라마단은 해가 있을 동안은 금식하 한 달 동안의 의식이지만 그 의의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 고통을 체험한다는 데서 약간 숙연한 느낌도 있습니다.
학교의 경우 라마단 기간 동안 5시간 정도로 단축 수업을 해요. 시간이 매년 조금씩 바뀌네요. 평소 오전 8시에 가서 오후 3시에 끝나는 월-목까지의 일정과 비교하면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나서 정오 12시에 끝나는 금요일처럼 짧지요. 그런 점이 저에게는 큰 부담이에요. 방과 후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는지 머리를 짜내 봅니다.
이슬람교가 아닌 많은 이들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해요. 예전에는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밖에 나가기 힘들었어요. 밖에서 물만 마셔도 눈치가 보이고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먹을 수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최근 들어 커튼이나 가림막도 하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서 영업을 하기도 해요. 두바이 몰이나 에미레이트 몰처럼 큰 몰의 쇼핑몰 위주로 많이 바뀌었어요.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음료나 음식은 투고만 가능합니다. 혹시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고 라마단을 미리 확인하셨으면 해요.
Eid al Fitr는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는 공휴일이고, Eid al Adha는 이슬람력의 마지막 달의 10번째 날을 기념하는 공유일이에요. 저는 그냥 쉬는 날이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가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아랍 문화를 늘 배우기 때문에 아이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저에게 알려주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Centre for Cultural Understanding (SMCCU)를 통해 오전에 간단한 투어를 친구와 함께 했어요. 시간도 한 시간 반 가량이고 에미라티들의 생활공간에서 듣는 지난 삶의 모습과 간단한 차와 함께 담소 나누는 시간은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분들이 관광으로 자주 찾은 바스타키야 지구에 있고 그 근처는 따로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구경해도 좋습니다.
학예회(culmination)는 일 년에 두 번 겨울방학 그리고 여름방학 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체험한 것들을 보여주는 시간이에요. 이제 제법 컸다고 드라마도 하고 춤과 노래 그리고 책과 미술작품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자리예요. 부모 둘 다 참여하는 게 보통이고 오전 한 시간 정도는 아이와 함께 이것저것 둘러보게 됩니다. 제 어린 시절 부채춤을 연습하던 게 떠올라서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본인의 재능과 흥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학교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복장일(dress down day)은 학교 유니폼을 벗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에요. 한껏 스파이더맨으로 분장하고 교통정리를 해 주던 교장선생님이 그립기로 해요. 지금은 자유복장일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지만 아쉬워하는 부분도 있어요. 매 달 테마에 따라 다른 옷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그 옷을 입히느라 애를 먹었다면,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학교에 갑니다. 아이가 잠옷바람으로 학교 가는 걸 창피해해서 그런 날이 좀 힘들었어요. 이제는 좀 커서 아이도 그냥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D.E.A.R(Drop Everything And Read)은 올해 2024년도 들어 새로 생긴 활동이에요. 한 달에 한번 금요일 오전 등교하자마자 학교 축구장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서 20분 정도 학부모와 친구들과 같이 책을 읽는 활동이에요. 오전 8시 햇볕이 쨍쨍하고 시원한 바람이 좋은 날이었어요. 약간 썰렁한지 학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사서 한 손에 들고 있는 학부모들이 꽤 있었어요. 저는 어머니와 함께 가기도 했고 나름 즐거운 추억이 될 거 같아 달짝지근한 호박라테를 어머니는 까페라떼를 주문했어요.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줄지어 교실에서 나오더라고요. 저는 바닥에 깔고 앉을 깔개, 그리고 집에서 서둘러 집어온 베렌스타인 베어스(Berenstain Bears) 한 권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축구장으로 갔어요. 손을 흔들고 아이를 찾아 깔개에 같이 앉았어요. 학부모 참석이 필수는 아닌지라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같이 앉아서 다 같이 책을 펼치고 읽어나갔습니다. 이 모습이 참 평화롭기도 하고 참석한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런 소소하지만 중요한 행사를 기획한 교육과정 책임자(curriculum head) 에게 감사했습니다.
소풍 갈 때는 보통은 2명 정도 샤프롱( Chaperone)을 신청받고, 저도 곧잘 지원해서 다녀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지난 Dubai Expo 2020은 잊히지 않아요. 그 땡볕에 아이들이 줄지어 요기조기 잘 돌아다니고 간식도 먹고 하는 모습이 참 의젓해 보이기까지 했거든요. 아이가 어릴 때는 소풍 갈 때 화장실이나 잘 다녀올까 간식은 제대로 잘 먹을까 싶어 걱정이 되었어요. 이제 일 학년이 되었어도 점심 샌드위치도 반개는 흘리고 못 먹고 온 날도 있고요. 아직까지도 소풍 같이 가자고 조르는 아이덕에 종종 자원봉사 신청을 하고 있어요.
한번 쭈욱 나열해 보니 정말 끝없이 이어지는 이벤트와 휴일이 늘 상시 대기 중입니다. 매주 오는 학교 뉴스레터를 읽고 나서 달력에 알람을 해놓지 않는 경우 어김없이 잊거나 놓치는 일이 많아요. 깜박깜박하는 거예요.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고 나서는 뉴스레터를 여러 번 정독했어요. 이젠 좀 연차가 됐다고 뉴스레터도 대강 읽었더니 여러 가지 대참사가 일어났어요. 물론 같은 반 학부모들 그룹방이 있지만 다 아는걸 계속 물어보기가 눈치 보여요. 올해도 한 학기는 무사히 마쳤고요. 벌써 새 학기 시작한 지 한 달 반이나 돼 가네요. 이번 학기를 잘 마무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