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만남은 늘 긴장됩니다.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두근두근 합니다. 리포트 내용이 구체적이고 그 근거가 명확하거든요. 학부모 면담(parent teacher conference) 날은 아이의 학습과 발달 상황에 대해 선생님과 15분 동안 상담하는 날이라 학교는 쉽니다. 전 주로 발전 방향에 대한 내용을 주로 확인하고 현장에서 물어요. 온라인과 현장대면 미팅 두 가지 다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상황이 되는 한에서 현장대면 미팅을 선호해요. 이번 면담을 위해 15분 정도 기다렸어요. 할당된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교실에 앉은 두 부부가 선생님과 어찌나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던지 궁금했던 게 많았구나 생각했어요.
담임 선생님과는 평소에 궁금하거나 요청할 것들에 대해서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안 그러면 잠 못 자고 끙끙댔던 날들이 있어서 그렇게 됐어요.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은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올해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 말고도 미술, tech, 아라빅 선생님과도 면담을 했고 제가 모르던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에도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내가 게을렀구나 싶어 반성이 되었답니다.
우선 미술 선생님이 작년에 바뀌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낯선 얼굴이라 당황했어요. 조그마한 학교이기도 하고 워낙 이래저래 학교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편이라 대다수 분들과 인사하고 지내는 편이거든요. 작년 2023년 8월에 학교에 합류하셨다고 하시네요. 나이가 지긋하셨고요. 유니크한 분위기가 나는 예술인이 이야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아이가 수줍음이 많아 수업시간에 돌아다닐 때면 질문을 하지 않고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해서 놀랐습니다. 제 아이가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어서요. 아이는 매일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또 Artist가 되고 싶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다고, 선생님에게 뜻밖이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했지요. 선생님은 본인 아이가 어렸을 적에 그림을 그리다가 항상 숨겨놓고는 안 했다고 말했던 일화를 알려주시네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 그리고 칭찬이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여서요. 며칠 후 학교 하교 시간에 선생님과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드렸어요. 선생님은 현재 아이의 수업태도를 다시 알려주셨고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물어볼 거라고 하시길래 연신 감사하다고 했어요.
Tech 과목 선생님은 Scratch Jr를 알려주셨어요. 아이가 잘 따라가지 못한다며 저에게 이 App을 아이패드에 깔아 집에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시네요. 무슨 프로그램인지 알지 못해서 Scratch Jr에 대해 좀 찾아봤어요. 프로그래밍 개념을 벌써 배운다는 사실에 약간 반신반의하며 물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떻게 진도를 나가는지를요. 선생님이 실제 App으로 그간 제 아이가 했던 수업내용을 보여주셨지요. 부족한 부분과 집에서 좀 보충했으면 하는 부분을 알려주셨어요.
먼 옛날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컴퓨터 학원에서 DOS와 Basic을 배운 저로서는 App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힌다는 게 약간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제 전공과도 무관하지 않아서 걱정스럽기도 했고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긍정적인 경험과 인상이 오랫동안 그 이후의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 학교에서 마주친 엄마들과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바로 게임과 연관 지어 생각하더라고요. 굳이 어릴 때부터 그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는 분들을 여럿 만났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과목이 그렇게 인기 있는 환영받는 과목은 아닌 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이나 로봇 코딩에 대해서 긍정적이기만 하지 머를 어떻게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못했습니다만...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무엇이든 그 과정에서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환영한다는 태도였어요. 그간 너무 나태했던 건 아닐까 좀 반성했습니다. 여러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했나 싶어요. 엄마노릇 학부모 노릇 참 쉽지가 않구나 했답니다.
마지막으로 한참 또 기다리다가 아라빅 선생님 앞에 앉았습니다. 작년 K2 같은 반 아이의 아빠이기도 해요. 아직 플레이데이트를 못했어요. 두 아이가 너무 원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고 아이 엄마가 현지인 인 데다 영어를 하지 않는다고 하셔서요. 워낙 친절하시고 아라빅 책임자(Arabic head) 셔서 아라빅에 대한 열의도 대단하시고요. 면담 내용은 전학 갈 학교에서 아라빅을 국제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아라빅학습을 이어갈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현재 학원을 다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Duo lingo를 통해서 재미를 찾고 친근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틈틈이 문제를 풀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답변으로는 개인적으로 선생님과 1:1 수업이 가장 좋다는 답변을 주셨어요. 쓰는 것부터 쉽지 않거든요. 현재 아라빅 선생님의 자녀는 엄마와 함께 모국어인 아라빅 언어를 배우고 있고, 온라인으로도 별도 선생님과 학습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본인이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요. 현지 아이들의 경우 아라빅을 별로도 배우는 경우가 매우 많고 흔한 일이에요.( 게다가 자음 28종류에 위치에 따라 모양이 바뀝니다. 복잡해서 저는 배우다 말았어요...)
2년에 걸쳐 아이는 방학 때면 아라빅학원에서 캠프를 해왔고 흥미를 잃지 않기를 바랐어요. 학교 수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학습에 집중하는 60분짜리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아이가 두 번 체험수업을 하고는 기초반부터 수강하기로 했어요. 그룹 수업이었는데 두 명이 수업하는 일대일과외 못지않은 수업이었지요. 아이는 좀 힘들어했어요. 60분은 좀 길잖아요... 면담 후에 고민이 좀 생겼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아랍어를 놓지 않게 할 수 있을지를요.
당일 학부모 면담을 위해 계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거의 한 시간 반 가량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점을 푸는데 썼어요. 어쩌다 마주친 다른 학부모와도 한참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아이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같은 반 엄마들과는 늘 이야깃거리가 많아요. 어떤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지, 전학은 알아보고 있는지, 학교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들이 주로 도마 위에 올라요.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건지 잠시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교육에 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하는지 아이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도 혼자만 학부모가 아니라 다행이에요. 아침 그리고 오후 학교에 들락날락할 때마다 남는 10분에서 20분을 짧기도 하고 참 길기도 해요. 아이 얼굴이 안 좋으면 선생님과 짧게 상담도 하고, 다른 아이랑 잘 지내는지 상태도 보고, 다른 학부모에게 정보도 듣고, 학교 분위기도 따라잡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학교를 쉬면서까지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을 갖고 리포트를 함께 보면서 의논하는 시간이 필수인 거 같아요. 학교와 학부모가 같이 발맞춰야만 아이를 온전히 키워낼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크면 이런저런 걱정이 좀 덜할까요? 시간이 휘리릭 흘러가기만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