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친구가 걱정해요.
평소처럼 딱 8시에 맞춰서 겨우 아이를 반에 데려다 주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찰나였어요. 계단을 내려와서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잠이 깨려나 싶었네요. 마침 맞으편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났어요. 그 친구는 아이가 넷이고 현재 남은 아이 한명도 곧 집근처 학교로 전학할 예정이에요. 플레이데이트도 종종 했고 워낙 따뜻하고 고운 마음씨가 엿보이는 친구라 늘 우러러보는 면이 있어요. ( 저보다 띠동갑 정도 어리게 봤는데 4살 차이도 안 나서 너무 당황했어요. 역쉬 피부는 관리하고 봐야 하나봐요. 타고난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그 친구가 저를 보더니 한손으로 살짝 팔을 감싸며 어디 안 좋냐고 물어보네요.
얼굴이 노랗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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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간 어버버 했어요.
지난번 아이 얼굴과 손을 보면서 너무 노란거 같아서 깜짝 놀란적이 있거든요. 그 때도 생각나고 머라 답해야 할지 순간 멈칫 했어요. 친구가 너무 걱정스럽게 지난번에도 느꼈다며 오늘 아침 역시 햇볕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썬크림은 발랐지만 부스스한 머리와 잠이 깨지 않은 모습과 무표정한 얼굴때문인지도요. (이 날은 정말 컨디션 좋았어요. 그리고 나름 기분이 괜찮았지 말입니다. )
일단 너무 걱정하는 친구에게 괜찮다며 애써 침착하게 대답을 했구요. 저는 돌아가는 길에 간이 안 좋은건지? 나는 역시 황인종인건가? 피부가 검은 편이고 혈색이 그렇게 좋지도 않은건 매일 새벽까지 '나는 쏠로' 방송을 봐서 그런걸수도 있고요. 암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요 몇년사이에 머리가 순간 정지한 느낌을 받은 순간이었어요.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 친구 참 다정하구나 싶네요. 누가 낯빛이 안좋거나 혹은 아파 보이거나 어쨋든 평소와 다르게 보일때, 조심스럽게 말해야 할지 그냥 지나쳐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왠만하면 그냥 지나치거든요. 물론 친한 사람에게는 정말 몇번 생각한 후 말하기도 합니다만, 이건 개인적인 성향인거 같아요. 이쁜 사람에게 이쁘다고 하면 괜찮지만, 마르거나 뚱뚱한 사람에게 왜 말랐어? 왜 뚱뚱해 이러면 상처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한수 가르쳐 주시기 바래요.
이주 전에도 친구네 가족이 놀러와서 신나게 놀다가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도 다른 친구에게 또 한마디 들었거든요. 무슨일이냐며!!! 얼굴이 왜 그래? 그때도 순간 당황했지만 솔직히 실토했어요. 밤늦게까지 와인 마셨어 ㅎㅎㅎ. 친구가 듣자마자 빵 터졌어요. 즐기느라고 그런거구나 그렇다면 최고지라고 부러워하는 눈짓까지 했어요. 그녀는 아이가 셋인가 지금 막내가 돌이 안됐습니다. (그녀를 볼때마다 육아에서 벗어나 여유가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옆에 이런 친구들 덕에 낯선 곳에서도 그리 힘들지 않게 잘 지내는거 아닐까 싶어요. 오늘 아침 마주친 그 친구로 말하자면 작년 아이 같은반 친구 엄마고요, 이런저런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마주하게 된 여러가지 상황들을 지혜롭게 잘 넘어가는 친구였어요. 인성이 좋고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본인의 입장에서 침착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참 인상적이었어요. 먼 사우디에서 자란 그녀 그리고 본인은 공부에 소질이 없고 패션이 관심이 많다고 본인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하면서도 당당해 보였어요.
와인 마신 다음날 오후에 담소를 나눴던 친구는 첫인상이 좀 까칠했지만, 볼수록 솔직하고 말과 행동이 똑같은 친구라 믿음이 가는 사람이에요. 미국에서 왔지만 아이에게 중국어(조 부모님이 중국에서 사업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와 아랍어(두바이에서는 로컬 아이들이 아라빅을 별도로 배울 정도로 모국어 교육에 어려움을 격는 경우가 많고, 더군다나 해외살이하면서 교육받는 아이들 대부분이 고둥학교 졸업 후에도 아랍어를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교육도 개별적으로 시킬정도로 교육에 있어 확고한 부분이 있어요. 미국에 돌아가면 학교 비용이라던지, 인종차별 등의 문제로 인해 심각하게 홈스쿨링을 할거라는 친구입니다. 그녀와의 대화는 늘 풍부한 상식, 자세한 정보와 함께 주고받기에 즐거움이 가득하고 자녀 교육에 대해서 귀동냥하면서 늘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해외 살면서 좋은점이라면 만날수 있는 사람들이 폭이 아주 넓다는 거에요.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소 버겁기도 하지만요. 문화차이라는 것이 말로 듣는거처럼 단숨에 이해할수가 없더라고요.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 전통과 그것을 지켜내려는 노력 그리고 종교와 정치 같은 부분중에서도 받아들일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다음번에 다시 만나면 한번 이야기 해 주려고 합니다.
나는 원래 피부가 노란빛을 띄는 사람이라 걱정안해도 된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