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먹거리를 한 곳에서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찾다 보면 아쉬울 때가 많아요. 이웃말로는 다섯 군데 마트를 직접 다닌다는 거예요. 유니온쿱(Union Coop)(야채), 룰루마트(Lulu Hypermarket 두바이는 아마존에서 배달)(해산물), 까르프(Carrefour)(공산품), 한인마트(1004 마트 외)(김밥재료와 과자), 스프링수크(Prime gourmet)(고기) 각각 마트에서 사는 품목이 다 다르다는 거지요. 그분의 부지런함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온라인으로 장 보는 것도 번거로운데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어요. 이 나라에서는 실험정신이 필요해요. 일단 웨이트로스(Waitrose)나 스피니스(Spinneys)에서 파는 물건은 믿고 사는 편이에요. 그래도 입맛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럴 때는 비슷한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또 사다 먹게 됩니다. 이국적인 소스 말고도 과일, 야채, 고기를 고를 때에도 원산지를 확인하고 품종까지 외워서 사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이리도 많은 사과와 망고가 있었다니 정말 놀랐네요. 사과는 색깔부터 맛까지 가지각색이에요. 퍼석퍼석,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맛, 달달하고 새콤한 맛까지 일단 내 입맛에 맞는 종류를 찾았다면 그다음에는 원산지를 기억해 둡니다. 그래야 다음번에 그 사과가 나올 때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이탈리아 epli apple 품종이 맛있었는데 요새는 잘 안 보여요. 보통 프랑스의 새콤한 pink lady를 먹고요 딱딱하고 달달한 apple Jazz는 최근 맛이 한결 좋아졌어요. 뉴질랜드 Fuji는 우리가 먹던 사과와 거의 똑같은 맛이에요. Royal gala는 맛 좋은 품종인데 저는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서인지 손이 잘 안 가요. 맛은 적당히 달달하니 인기 있는 종류예요.
품종이 같더라도 원산지가 다른 과일은 맛이 꽤 다르답니다. 맛 감별사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따지게 되었어요. 수박은 사시사철 나오고 씨 없는 수박도 많아요. 익숙함 때문인지 씨 있는 수박을 더 좋네요. 바나나는 에콰도르(Ecuador)에서 온 것이 적당한 맛이에요. 한 번은 플렌테인(plantain)을 잘못사서 버렸답니다. 바나나와 비슷하지만 음식으로 먹는 바나나 비슷한 것인데, 요리방법을 찾다 그냥 포기했답니다.
저는 오렌지에 많이 실망한 터라 거의 안 사다 먹어요. 한국에서는 미국 오렌지가 달달하잖아요. 여기선 이집트 오렌지가 많고요 잘 못 골라서 매번 실패해요. 씨 있는 발렌시아와 씨 없는 네이블오렌지가 늘 있습니다. 호주산 스페인산이 싱싱한 것이 보이면 사다 먹지만 관리를 잘못한 경우 윗부분이 말라있어서 너무 슬펐어요. 잊을만하면 사다 먹지만 남기고 후회한 적이 많아요. 마트에 오렌지를 바로 짜서 파는 기계가 있기도 해요. 꼭 맛보세요. 상큼해서 기분전환에 최고예요.
그다음이 망고예요. 이 나라는 인도, 이집트, 파키스탄과 가까워 그쪽에서 망고가 많이 들어와요. 설탕보다 더 달달하기도 하고 요구르트 맛이 나기도 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중입니다. 최근에 예멘 망고를 먹다 보니 부드럽고 즙도 많아 레몬과 섞어 디저트로 먹어요. 겨울철에는 호주 망고가 맛과 가격에서 일등입니다. 망고 하나에 만원 가까이하기도 해서요. 인도망고 기준으로 망고 제철은 6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쯤이면 까르프에서 망고 대전을 열어요. 그 큰 매장 가득 달큼한 망고 냄새가 진동합니다. 노랗고 파란 망고 박스들이 잔뜩 쌓여 있어요. 그때는 망고구경하러 마트에 가요. 워낙 다양한 망고 맛에 놀란적이 있어 익숙한 알폰소(Alphonso) 망고만 사가지고 왔었네요.
포도는 너무 달아서 오히려 새콤한 포도를 찾는 중이에요. 씨 없는 포도 위주로 사 먹게 되었어요. 크기도 작은 것부터 큰 포도송이까지 크기가 다르고 길쭉한 건 아몬드 보다 길어요. 청포도를 오히려 더 많이 집어와요. 아무래도 더 새콤한 맛이 있어요. 그래도 한국 캠벨만 한 것이 없어 늘 그리워요. 여름에 한국 가면 늘 캠벨을 잔뜩 먹어요.
온라인에서 까르프로 주문하면 Now서비스는 60분이나 90분 안에 도착하고 일반 서비스는 18시간 정도 걸려요. 양고기를 좋아해서 파키스탄 양갈비를 종종 사다 먹어요. 웨이트로스(Waitrose)나 스피니스(Spinneys)에서 독일산, 그리고 호주산 돼지고기 소시지가 맛나요. 좋아하는 뉴질랜드 치킨텐더 Tegel 브랜드를 찾다 막스 앤 스펜서 마켓까지 구경했어요. 여기는 빵 맛집이에요. 킵슨스(Kibsons)는 정말 전 세계 제품이 다 있어요. 까르프에서 찾을 수 없다면 킵슨스에 있어요. 여기서 주로 양지머리와 소꼬리를 샀었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돼지고기는 오가닉 푸즈 앤 카페(Organic Foods and Cafe)에서 사다 먹어요. 전에는 웨이트로스와 스피니스만 갔었는데 여기가 품질이 일정해서 여기로 정착했어요. NRTC fresh는 리뷰를 보고 주문하기 시작한 곳이에요. 이란 배추에 한 줄 리뷰가 있었어요. 김치 담가 먹으면 맛있다고요. 알고 보니 이란 배추가 한국품종이었던 거예요. 이란 청과가 많은데 과일보다는 야채 위주로 주문해서 먹어요. 중국 위마트(Wemart)는 꽤나 유명해요. 중국 엄마에게 물어봐서 앱을 깔아 주문했어요. 비비고 만두가 1+1이라서 매우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알아인(Al ain)에서 직접 농장을 하기 때문에 현지 야채를 싱싱하게 구할 수 있어요.
막스 앤 스펜서는 영국 잡화점이에요. 의류하고 식료품이 들어와 있어요. 의류는 질이 좋은 편이라 가격대는 무인양품과 비슷해요. 두바이몰 일층(1 Floor) 끝부분 라파예트(Lafayette) 백화점 가기 직전에 매장이 있어요. 매장 내 카페가 있고 커피세트( 간단한 샌드위치, 혹은 머핀과 함께)는 합리적인 가격이에요. 주말 아침 유럽사람들이 꽤 많이 찾아요. 간단히 브런치 먹기에 가성비가 좋은 편이에요. 푸드코트만큼 붐비지 않고 음식을 서빙해 주는 것도 좋아요.
부지런한 분들 그리고 가족이 많다면 청과시장도 가고 수산물시장도 가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온라인쇼핑 만으로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게으른 사람도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 두바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