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찾기
녹차를 좋아했었어요. 첫 직장에서 녹차를 내려서 나눠주신 덕에 차맛에 눈을 떴어요. 그 후 인사동에 가서 세작부터 사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한때였나 봅니다. 찻잎은 두 번 정도 우려 마시고 나면 아깝지만 버려야 해요. 그리고 차포트에 낀 것도 부지런히 닦아야 하고요. 몇 번 깨 먹기도 하고 종류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는데 지금은 인스턴트 티백으로 만족합니다.
UAE에서 음식을 먹다 보니 입맛이 많이 변했어요. 매운 것을 덜 먹고 대신 음식에 올리브오일, 소금 그리고 후추를 곁들여 먹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음식을 다 먹은 후 아쉬움이 남았어요. 커피나 차를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근처 슈퍼에 가 조그만 티백 중에서 종류가 가장 많은 홍차를 골랐어요. 친구들 만나다 보면 커피대신 차를 마시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그리고 허브티만 즐겨 찾는 친구가 있어 히비스커스(hibiscus)와 로즈버드티(rose buds tea)를 사기도 했어요.
주변 나라를 놀러 갔다가 사 왔다며 딜마 홍차(Dilmah tea) 세트를 보여줘요. 스리랑카차로 실론티가 질 좋은 차 브랜드예요. 이쁜 색깔 티백을 골라서 차를 마셨어요. 홍차는 그렇게 즐기지 않지만 분위기 따라 가끔 마시기도 해요. 근처 슈퍼에서 잎차(loose leaf tea)를 팔길래 익숙한 브랜드인 트위닝스(Twinings)를 사자마자 마셨는데 티백보다 맛이 훨씬 좋지는 않았어요. 다음번에 비슷한 형태로 녹차를 마셔봤지만 생각했던 녹차맛이 아니에요. 향과 맛이 많이 달랐습니다.
다시 티백으로 돌아갔어요. 일단 값이 저렴하고 개수가 적은 것으로 하나씩 맛을 보았어요. 재스민 녹차는 그럭저럭 먹을만했어요. 특히 UAE에 온 지 얼마 안돼 민트맛 녹차를 마시고 너무 화들짝 놀랐어요. 민트맛은 치약맛 그리고 배스킨라빈스 민트초코로 충분한데 녹차에 민트맛이라니 충격이 컸죠. 여기 녹차가 흔하지 않고 맛도 기대했던 맛이 아닌 향을 첨가한 것이 더 많아요. 아무래도 주류인 홍차에 비해 순수한 녹차는 인기가 없는 거지요.
친구와 카페에 가서 주문할 때 친구는 홍차를 원했어요. 놀라운 건 차를 진하게 우려서 우유를 생각보다 많이 넣어 마시는 모습이었어요. 차 색깔이 진할 갈색에서 옅은 베이지로 변하는데 그게 과연 무슨 맛일까 꽤나 궁금했던 기억이 나요. 한번 집에서 마셔봐야지 했는데 영국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어디서 맛을 즐겨야 할지 난감했지요.
여기서 맛본 홍차 브랜드도 참 많았어요. 립톤(Lipton), 트위닝스(Twinings), 알로코자이(Alokozay), 아마드티( Ahmad Tea)들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어요. 홍차는 립톤이 가장 문안한 맛이었어요. 맛을 몰라서 그냥 향이 너무 강하지 않은 그런 맛이라서요. TWG는 향이 첨가된 차를 선물 받아 한동안 즐겁게 마셨어요. 장미향이 특이 맘에 들었어요.
이제 홍차와 녹차에 실망 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허브티 쪽은 왠지 괜찮을 거 같았어요. 종류도 많고 포장도 참 이쁘장했고요. 과자봉지처럼 이쁜 일러스트 디자인도 꽤 많았어요. 원산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놓은 것은 한참 동안 읽다 보면 차를 고르는 것도 꽤 일이었어요. 가장 먼저 디자인을 보고 고른 건 도르셋 티(Dorset Tea)의 딸기 크림 맛이에요. 보기만 해도 새콤달콤한 맛일 거라 잔뜩 기대하고 마셨어요. 음 새빨간 색깔이라 눈요기하기 좋고요 새콤한 향인데 한번 맛본 걸로 충분했어요.
떨어지면 꼭 사다 놓는 건 루이보스(rooibos), 레몬진저(lemon & ginger), 카모마일(chamomile) 허브티예요. 이렇게 세 가지는 카페인이 없어 임신했을 당시에도 마셨어요. 오후 입이 심심할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기름진 음식을 먹고 한 후, 그리고 감기기운이 있을 때는 이 차를 마시면 건강해진 기분이에요. 왠지 나를 위한 작은 선물 같아서 마실 때마다 즐겁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분이 카모마일을 강력 추천해서 그 후로 늘 마셔요. 그곳 사람들은 감기기운이 올 것 같으면 카모마일 차를 마신데요. 친구랑 오후에 만나서 카모마일 티 마시고 왔다 하니 막 웃어요. 그거 졸린다면서요. 잠이 안 올 때 드셔보세요. 효과가 있다고 해요.
티칸네 (Teekanne) 브랜드는 독일 것인데 허브티가 부드럽고 적당히 은은한 맛이라 추천드립니다. 펜넬(fennel) 티는 매우 강한 맛이라 아주 가끔 마시고요. 이 브랜드에서 레몬밤, 레몬그라스, 페퍼민트를 넣어 만든 sleep & dream 차가 있어 조만간 시도해 보려고요.
UAE에서 처음으로 나름 유명한 말레이시아 알리카페(Ali cafe) 블랙을 맛보았어요. 약간 한약재 향이 나는 듯한데 꽤 풍부한 맛이에요. 현재 건강상 이유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꽤 맛있어요. 카페인 상관없고 맛으로 커피 드시는 분들은 한번 드시면 괜찮을 거예요. 약간 진하게 타면 그 어떤 블랙커피 못지않아요. 오히려 맛으로 승부하면 오리지널보다 나은 느낌이에요.
매일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면서 커피 믹스를 한 봉지씩 뜯어 마셔요. 네스까페와 알리카페 믹스(3 in 1)를 마셔보니 맥심이 그립습니다. 맥심의 진하고 아찔하게 단 설탕맛이 그리워요. 정신이 바짝 드는 그 커피를 외국 브랜드에서 찾으려다 보니 좀 힘드네요. 네스까페는 부드럽고, 알리카페는 맛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는 시럽 때문인 거 같아요. 단맛 중에 설탕이 역시 제일이네요.
** 이미지는 MAF Carrefour app고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