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자이라(Fujairah)로 다녀왔습니다.
그녀의 첫인상이 딱히 좋지는 않았다. 왠지 깐깐하면서도 예민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첫인상은 믿을게 못된다. 여기서 알게 된 가장 친한 학부형 역시 첫인상은 그녀의 진짜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캠핑을 좋아한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속이 나쁘기 힘들 것 같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친구네 가족이 아이들과 놀러 왔을 때 어디를 가야 좋을지 조언도 구해보았다. 그녀는 생각보다 UAE 구석구석을 알고 있었다. 나일악어 공원(Crocodile Park)도 그녀가 처음으로 알려준 곳이었다. 샤르자(Sharjha)에 위치한 고고학 센터도( Mleiha Archaelogical Center) 가보았다고 한다.
점점 더 그녀의 아웃도어 활동에 관심이 갔다.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렸을 적 주말마다 집 근처 그리고 산이나 계곡 안 돌아다닌 곳이 없어 그런지 집안에만 있기는 좀 심심하다. 아이도 어느 정도 커서 데리고 다닐만하다. 이곳 UAE에서도 자연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꽤 있다. 아이가 어렸을 적 산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해를 못 해서 한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안 되겠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캠핑을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다. 약간 망설여지는 게 그 집은 아이가 셋인 데다가 우리가 짐이 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2인용 텐트가 있다며 선뜻 같이 가자고 하는 게 아닌가? 너무 기뻐 좋다고 대답하고는 바로 관련 물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이킹도 한다고 하니 신발은 사야 할 것 같고 화장실은 또 어떻게 하지 싶었다. 그녀는 두 살 된 어린아이를 캐리어에 안고 하이킹을 한다고 했다. 그러니 등산하는 것은 아니고 방수신발이나 하이킹 신발을 구매하면 될 것 같다 했다. 화장실 관련 텐트와 간이 화장실도 있다고 했다. 결국에 캠핑 현장에서는 바람이 너무 불어 무용지물이었지만 어쨌든 마음은 편안했다.
일주일을 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며 쇼핑했다. 필수품인 슬리핑백과 랜턴을 샀다. 아이용 하이킹 슈즈를 사러 갔지만 매장에 없어서 햄버거만 먹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이킹 슈즈를 고르는데 실패한 후 일반 운동화를 신고 무사히 다녀왔다. 그렇지만 돌아온 후 지금 하이킹 슈즈를 다시 검색 중이다. 여섯 개의 가시가 아이 발에 구서구석 박혀있는걸 보았다. 하이킹 슈즈는 캠핑과 하이킹에 정말 필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머니머니해도 캠프파이어가 젤 추억에 남는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불멍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이다. 여기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셋과 호기심 가득한 어린 여자아기까지 있었기에 위험한 행동을 말리느라 하늘의 별을 볼 시간도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고 웃는 모습이 마음에 여유를 주었다. 마시멜로우가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구워 먹으면 꿀맛이라던데 꿀보다 더 달콤하더라. 지난번 사막 플레이데이트 때는 캠프파이어를 즐기지 못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 가는 데다가 서둘러 집에 가려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하이킹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2인용 텐트는 꽤나 아늑했지만 꿀잠은 아니었다. 텐트로 툭툭 떨어지는 벌레들 소리가 참 컸다. 수탉이 자정이 지나가 계속 울어대는 통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을 거다. 새벽에 드디어 잠이오나 싶었는데 5시도 안 된 시간에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확성기 성능이 정말 좋았나 보다. 어찌나 크게 틀어대는지 바로 옆에서 기도하는 줄 알았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아이는 그 옆에서 잠을 참 자더라. 자는 모습을 보니 내가 어렸을 적 텐트에서 저렇게 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날 아침 더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날이 전날보다 덥고 해가 뜨겁게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배가 고픈지 다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쉬고 있었다. 야채와 빵 그리고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주니 잘 먹고 자기네들끼리 즐겁게 모여다니며 놀았다. 그 시각 어른 세명은 바쁘게 텐트와 주변을 정리하고 하이킹 장소로 이동했다. 다시 40분 거리를 가야 한다. 도착해서 알았지만 그곳은 Wadi Arar였다. 평소에는 물이 마르는 곳 그리고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곳이라 한다. 사방이 돌이지만 신기하게도 곳곳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조그마한 웅덩이에는 올챙이와 조그만 물고기가 보였다.
차를 중간에 두고 걷기 시작했는데, Wadi Arar 표지판이 있는 목적지에 차 여러대를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중간에 길이 끊어졌는데 다른 샛길이 있었던 거다. 아무튼 구글 맵으로 20분 거리를 앞에 두고 땡볕에 한 시간을 걷자니 꽤나 힘들기는 했다. 가는 도중에 한 명을 자지러지게 울고 기운이 남아있는 몇몇이 목적지를 향해서 걸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목적지에 다다라서는 물 웅덩이에서 아이들이 돌 던지기 놀이를 하며 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었더니 하이킹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물병 하나를 가져온 나로서는 목이 말라도 참았다. 다른 가족은 하이드레이션백( hydration bag)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마셨다. 그 가방을 메는 것 자체로도 하이킹 전문가다운 느낌을 주었다. 그 엄마 말이 하이킹을 좋아해서 젊은 시절 친구들과 시작했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집 근처를 나가지 않았다 하는데 이런 걸 보면 가족 환경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향이 취미를 만드는가 싶다.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을 가벼웠다. 5분마다 걷고 쉬고 물 마시기를 반복한 후에 30분 만에 차에 도착했다. 남은 물로 가볍게 아이를 씻기고 다시 두바이를 향해 차를 돌렸다. 반듯한 아스팔트 도로를 오니 참으로 편안했다. SUV 차량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것 알았다. 짐도 싣고 간단히 아이를 씻을 수도 있고 차박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디어가 여기저기로 뻗어가고 있었다.
졸렸다. 당연하다 그 전날에도 새벽에 토스트마스터즈 한다고 네시반에 일어나서 아침 10시에 캠핑을 떠나고 텐트에서 잠을 못 잤으니 운전하면서 졸릴 수밖에 없다. 근처 휴게소를 보면 꼭 들리기로 했는데 첫 번째는 길을 잘못 들어서 놓쳤고 다음번 휴게소에서 진한 더블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아이는 아이스바를 먹고 둘 다 에너지를 충전했다. 차 안은 아수라 장이었는데 각종 짐이 정리안 된 채로 있었지만 그래도 콧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음번 캠핑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비장하다. 다음에는 에어베드를 사가도 좋을듯 하다. UAE에서 캠핑을 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기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