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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Mar 21. 2021

질문하는 리더

리더가 질문해야 하는 이유

독점에서 공유로    

그동안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면서 막강한 힘으로 작동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정보의 독점을 통해 조직을 통제하려고 하는 관리자들이 있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를 누구나 발신하고 접속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정보는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정보가 독점되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이없게도 많다. 조직의 많은 관리자들이 지금도 사내 정치를 통해 얻은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가치를 규정하며 힘으로 과시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의 발신지가 윗선이라며 정보 권력의 가치를 높이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정보란 더 이상 발신하는 것보다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의미,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그 정보가 가지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가치와 같은 콘텍스트(context)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데이터의 생성과 소비로 점철되어 있다. Alcatel Lucent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평균 150번 정도 스마트폰을 본다고 한다. 수십 번씩 각종 SNS에 접속하여 업데이트된 소식을 확인하고 구독하는 정보를 탐독한다. 포털에 업데이트된 뉴스를 잃고 그중에서 내게 유용한 정보를 ‘즐겨찾기’ 하거나 ‘북마크’ 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씨름하거나 배열하거나 재가동한다. 검색과 접속이 습관이 되면서 시간을 소비하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시간으로 갖가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생활습관이 되었다. 우리는 정보가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정보 발신의 권력’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정보는 비밀스러운 만큼 힘을 갖는다. 그래서 그동안 정보는 소수가 독점하면서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였다. 그러나 이런 조직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다. 직급에 따른 계급과 계층이 먹이 사슬처럼 생겨난다. 윗사람은 아랫사람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고 아래에 있는 사람은 아첨하면서 자기보다 더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군림하려고 한다. 갑과 을의 탄생 배경이다.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창의성은 없고 오직 지시와 수용만 있을 뿐이다. 외부의 통로는 제한되고 부서 간 교류도 단절되어 이타는 없고 이기만 만연하다. 일은 공유되지 않고 해야 하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장에 있을 때 이런 것을 많이 봤다. 위 조직의 동향을 먼저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관리자들이 윗사람의 동향을 비밀스럽게 관리하며 정보의 비대칭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한테 정보를 집중시켜 권력으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전략 없이 전술에 치중하며 자기 사람을 만들어 줄을 세우고 자리 보존을 위한 자기 경영을 했다. 이런 독점적 관리가 가능했던 것은 정보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이 길었기에 가능했다. 느리게 흐르는 정보의 가치는 커진다. 궁금해지고 예측이 난무하면서 정보를 가진 자의 권력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권력은 지시와 통제에 익숙하다.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통제해야 마음도 편하고 일의 결과도 좋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확신이 강한 만큼 구성원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불신은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업무처리는 길어지고 필요 없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다. 명령에 따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와 다른 사람을 거부하고 멸시하며 외면한다. 그러면서 자기 명령대로 일이 처리되고 규칙을 지키고 기밀이 유지되는 문화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정과 안전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은 안정이 아니라 갇힌 조직이고 수직적 사고가 낳은 해악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느린 변화의 영향으로 조직도 자리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정보는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고 사방으로 흐르고 빠르게 변하고 소멸한다. 허락받지 않아도 동시에 수천 명 수만 명이 단 몇 초에 소통하고 정보를 가진 자는 못줘서 안달이다.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찾고자 하는 것 또한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이제 리더의 힘이 조직의 조직도에서 온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정보가 물처럼 흐르는 시대에 조직도상 위계의 힘을 빌려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은 돈이 없는 계좌에서 돈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리더의 힘은 독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경영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데 있다. 


세계 최대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피드가 ‘조직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일정 메일은 물론 직원 간의 모든 대화까지 통합된 파일을 공유하며 일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슬랙을 이용하는 기업은 전 세계 150개국에서 50만 개 이상의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포춘 선정 100대 기업 중 65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영환경에서 누구라도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정보도 기밀처럼 관리되고 가진 자의 힘이 시장에서 크게 작동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정보도 투명하게 공유되고 있고 경제 또한 공유경제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산실이면서 세계 테크 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 같은 곳은 정보가 철저한 보안 속에 관리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물 흐르듯 정보가 흐른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정보를 가지고 쉽게 페이스북으로 이직이 가능하다. 이곳은 정보를 찾아 들어오고 정보를 갖고 떠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직은 쉽고 정보는 자유롭게 흐른다. 실리콘 밸리의 혁신 원동력은 투명한 정보 공유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입사와 퇴사 시 정보보호 서약서를 요구했지만 이제 우리 기업의 현실도 변하고 있다. 역량 있는 젊은 직원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떠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이직을 SNS를 이용해 자랑까지 한다. 이직이 곧 실력인 실리콘 밸리와 같은 상황이 우리 사회에도 번지고 있다. 이직은 한 사람이 떠나는 것 이상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모든 정보도 함께 이동한다. 이런 현상 또한 테크노밸리처럼 우리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채용문화도 바뀌고 있다. 기간을 정해 일시적으로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공개 채용보다는 필요할 때 인력을 채용하는 수시 채용 쪽으로 바뀌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매출액 규모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48개 응답 기업 가운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기업이 34.2%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지금 시장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정보 독점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기업의 안정을 기대해하지 말고 리더는 정보를 어떻게 더 빠르게 공유하여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도 오래 동안 정보의 비대칭 속에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시장에서 거래 쌍방 중 한쪽만이 특정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동안 소지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가질  수 없었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소비자는 광고 카피가 허구인지 알면서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기기의 발전으로 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이뤄지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는 기업의 마케팅과 광고 카피에 속지 않고 반대로 생산에 기피 관여할 만큼 까다롭고 똑똑해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무장하고 상품의 가격과 성능 품질은 물론 다른 상품과 비교하고 사용자 후기까지 꼼꼼히 따져 구매하고 상품에 대한 의견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제시도 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본인도 상품 사용 후기를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려 다른 소비자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파워 블로그는 물론 체험단 활동을 통해 소비자 정보를 반영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답은 이제 고객의 마음에 있다. 정답의 수가 고객의 수만큼 많아진 것이다.

마켓 4.0의 저자 코틀러는 마켓 3.0에서는 기업의 키워드가 ‘가치’였다면 4.0에서는 ‘같이’라고 한다. 그동안 기업이 비전과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영(靈) 마케팅을 했다면 이제 매력과 친밀감의 정(情)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시장 권력이 생산자인 기업에서 소비자인 고객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 속의 수직적이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소비자는 동료이자 친구이며 수동적 목표물이 아니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은 비도덕이거나 비위생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불매운동을 통해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도 한다. 2013년 남양유업의 소비자 불매운동 사례가 한 사례다. 당시 남양유업은 라이벌 매일유업과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부동의 1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리점 강매 폭언 등 갑질 행위와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고 차별한 사례가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불매운동으로 번져 결국 남양유업은 매출은 물론 주식 시가 총액에서도 매일유업에 크게 역적 되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힘없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 여론과 집단 지성을 통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정보는 더 쉽고 더 빠르게 공유되면서 사람들은 참여하고, 기고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와 견해를 덧붙이는 것을 즐길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생각하고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제 구성원들은 스스로 조직화되고 투명해지면서 상사에 의한 통제는 줄어들고 체계적이고 자유로운 결합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통으로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상부에서 분할한 과업을 배당받고, 업무조정 또한 상부에서 어떤 업무가 필요한지 파악해 업무과 정이나 생산라인을 계획했다면 정보가 공유되는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조직과 조직, 구성원과 구성원 사이를 공유된 정보가 중재할 것이다. 구성원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업이 있고 그것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기술이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하면 자발적으로 그 과업에 종사할 것이다. 업무의 자발적인 배분은 중앙의 업무 분할보다 비용은 적게 들고 혁신적이고 더 창의적인 조직이 된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회식을 싫어하고 선배나 리더와 함께 있는 시간을 기피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상사의 경험과 정보를 통해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제의 답으로 오늘을 살 수 없는 시대에 ‘나 때는 말이야’를 달고 사는 상사를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젊은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메뉴가 ‘라테’라고 하겠는가. 그러니 먼지 쌓인 경험 상자를 열려고 하지 말고 시대를 배워야 한다. 현명한 리더는 젊은 세대에게 자꾸 배우는 사람이다. 꼰대로 전락하지 않고 젊어지는 비결은 젊은이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밖에 없다. 배우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질문하고 경청하는 것이다. 비구름이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 위의 수많은 물방울이 올라가서 만들어진 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보는 더 이상 위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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