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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Apr 11. 2021

지시하지 말고 질문하라.

답이 아니라 문제의 발견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한 일이나, 보고들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작성하여 문서로 전달할 수도 있고, 말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고받거나 듣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우리는 흔히 6하 원칙에 의거하여 말하면 좋고, 그래야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한다고 한다. 

6하 원칙은 결과 중심의 글이나 기사를 쓸 때 지키는 원칙이다. 특히 기사 작성에 있어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독자에게 쉽고 정확하게 기사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6하 원칙이란 대체로 이미 발생한 사건을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이 원칙을 답을 찾는 도구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미 나온 결과, 즉 답을 역으로 추적하여 모방하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인기 상품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먼저 이 상품을 누가(who) 또는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음은 언제(when) 출시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시기와 시간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제품이 어디서(where) 출시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느 지역, 어떤 공장에서 생산했는지를 파악하고, 무엇(what)을 주원료로 사용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how) 마케팅과 판매를 하고 있으며, 왜(why) 타깃을 20~30대로 했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의문을 품거나 새로운 통찰의 여지가 없다. 그저 Ctrl+c 하여 Ctrl+v 하는 식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선도기업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유사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 6하 원칙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물론 앞으로도 기사를 쓰거나 문서를 작성할 땐 6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답을 찾는 도구로써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시장은 따라 하거나 모방하는 2등을 기억하거나 관용을 베풀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우리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지 않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하다고 쉬운 것은 아니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오랫동안 주어진 문제만 수동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는 능동적인 활동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이나 비즈니스는 대부분 문제를 발견하는 능동적인 활동의 결과다. 기업에서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원하는 것을 고객보다 먼저 발견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공감은 고객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감정이다.     

미국의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는 공감을 통해 고객의 불편함, 즉 문제를 발견하여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옥소는 1990년 샘 파퍼에 의해 설립되었다. 퇴직을 한 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샘 파퍼는 어느 날 관절염으로 주방기구를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 아내를 위해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한 주방기구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옥소의 첫 제품은 주방칼로, 노인이나 관절염 환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손잡이는 두껍고 넓은 고무 재질로 만들어 미끄럼 없이 그립감을 좋게 했고, 칼날은 사무라이 칼을 만들던 일본에서 수입해 만들었다. 이 제품이 유명한 ‘굿 그립’이다. 굿 그립은 다른 제품보다 4배 이상 비쌌지만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1년 만에 약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옥소는 남녀노소,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나 누구든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현재는 10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옥소는 수십 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주방용품의 편리성을 높이고 기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옥소가 성공하게 된 힘은 바로 문제 발견 능력에 있다. 나는 2011년 모 일간지 Weekly BIZ를 통해 처음 옥소를 알게 되었는데, 먼저 그들의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옥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대부분 없다. 먼저 옥소의 사무실에는 내부 공간을 나누는 벽이 없고, 책상과 책상을 구분하는 파티션이라는 칸막이도 없다. 대신 넓은 주방이 있고, 주방용품을 깎고 다듬는 공작실이 있다. 직원들은 대부분 주방용품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회사지만 디자이너는 한 명도 없다. 자체 공장도 없고, 판매 조직도 없다. 그런데도 매년 신제품을 100개 이상 출시하여 50개국에 내놓는다. 

옥소는 발명하지 않고 발견할 뿐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이들이 고객의 불편함을 발견하는지 보자. 이들은 먼저 만들고자 하는 상품군을 정하고,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품 5개를 추린다고 한다. 그리고 불편함을 찾아내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모든 제품을 사용자 시각에서 접근하고, 가장 열정적인 사용자가 된다고 한다. 열정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불편함도 열정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옥소의 직원들은 열린 대화를 한다. 벽도 칸막이도 없어 어디서든 열린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다. 누구라도 불편함을 찾으면 큰소리로 알리고, 알린 사람 주변으로 모두 모여 열띤 토론을 한다. 토론은 격식이 없고, 가감 없이 직설적이고, 쓸데 있는 갈등을 하고, 의미 있게 소란하다. 그래도 누구도 불편하지 않는 것은 모두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경험한다.

옥소의 사례를 정리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공감하고 문제를 찾으며, 토론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경험한다. 그리고 다시 피드백하여 최종 제품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공감을 통해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옥소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음 사례를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도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화살표 청년’으로 유명해진 이민호 씨 이야기다. 2011년 서울 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노선도가 정류장에 붙었지만, 민호 씨는 버스 정류장에 붙은 노선도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노선도에 버스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있다면 누구나 헷갈리지 않고 버스가 가는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화살표가 없어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 노선도를 보면서 헷갈릴 때마다 그는 ‘노선도에 화살표로 버스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거꾸로 버스를 타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빨간색 화살표를 만들어 자기가 이용하는 정류장에 붙였다. 효과는 100%였다.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안 이민호 씨는 문방구에서 빨간 화살표 스티커를 사서 자기가 사는 곳의 정류장부터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후 자전거를 이용하여 지역을 점차 확대해 갔고, 그가 화살표를 붙인 정류장이 1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민호 씨는 보상을 바라거나 유명해지려는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격려를 받고, 서울시장 표창도 받았다. 지금은 한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 기업은 그의 문제 발견 능력과 자발적 봉사활동에 감동을 받아 입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민호 씨의 사례에서 공감, 문제점 발견 및 문제 정의, 프로토타입 제작, 경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즉 이용자나 고객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류장을 이용하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질문하지 않고 수용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수용에 익숙한 사람은 공감하지 않고 분석한다. 이들은 숫자로 표시되거나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신뢰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답만을 찾는다. 학교에서 배우고, 기업에서 사용하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하는 것만 찾아 나선다.

그러나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은 민감하고, 공감으로 얻은 감정에 질문하는 사람이다. 인간 중심적인 혁신에는 감정이입이 가장 믿을 만하고 유용한 자원이다. 그리고 정량적인 시장의 반응과 정성적인 인간의 감정 사이의 간극을 스토리로 연결한다. 

우리는 왜(why)와 무엇(what)을 결합하여 데이터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데이터를 인간의 삶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감정이입에 기반을 두어 타깃 시장에 대한 분석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연결한다면, 정량과 정성의 두 가지 접근법이 갖고 있는 최상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 이때 누구나 느끼지만 지나치는 문제들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빅데이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데이터는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삶과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확신 속에서도 현명한 리더는 그 아래에 놓인 인간적 요소를 간과하지 않는다. 문제는 데이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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