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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Apr 10. 2021

지시하지 말고 질문하라.

질문이 필요한 이유

사내 기업가 정신

왜, 우리 회사는 미래의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답을 찾는 방법을 쉽게 모색할 수 있다. 왜. 우리 조직은 창의적이지 못할까? 이유는 명백하다. 아직도 20세기 기업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의 원가는 더 낮게, 품질은 더 높게 하는 즉 기존의 사업을 좀 더 잘 하는 것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리더들의 리더십은 권위적이고, 구성원들은 수동적이다. 業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고, 원칙 없는 기준은 엄격하고 평가는 상대적이며 신상필벌이 확실하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준비는 철저하지만 실행력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경험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과거에 이미 실패했거나 관점이 너무 협소하여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구성원들도 해 오던 관행대로 조금 개선하는 수준에서 일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매년 신규 사업 진출을 말하고 새 프로젝트 개발을 언급하는 사업계획서는 올 년 말에도 반복된다. 결국 기업의 성장은 멈추고 매년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고민만 반복할 뿐이다. 우리가 미래의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이와 다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전혀 다른 시장을 개척하고 틈새시장을 큰 시장으로 만들어낼 만큼 혁신적이다. 혁신성은 새로운 기회와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다. 흔히 혁신하면 새로운 제품과 프로세스 개발과 같은 기술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혁신이 일어나는 곳을 보면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품설계 및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의 시장혁신과 경영 시스템 및 조직 설계를 새롭게 하는 경영혁신이 축이 된다. 또한 대단히 진취적이면서 자율적이다. 진취적인 조직은 남들을 따라 하기보다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수시로 적용하고, 개인이나 팀은 아이디어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업가적 감각으로 조직의 관료주의를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보니 조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자율성을 높이고 평가 제도를 없애면서 개인의 역량에 집중한다. 준비보다 실행을 권장하고 실패를 권장하지만 동일한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는 성찰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20세기 기업 마인드와 21세기 기업의 마인드는 완전히 다르다. 그럼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를 준비하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관리적 경제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업가적 지향성과 사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해갈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전 구성원의 무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가진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70%는 자신의 업무에, 20%는 개인 프로젝트에, 나머지 10%는 업무와 무관하게 시간을 보내게 한다. 잘 알려져 있는 3M은 15% 룰이라고 하여 업무시간 중 15%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일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P&G는 C&D(Connect and Development)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이 회사라는 경계를 넘어 믿을 만한 외부 사람들과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도록 한다. 나도 직장에 있을 때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경계를 넘어 외부 커뮤니티와 관계 맺는 것을 적극 권장했었다. 이때 교육업무를 담당하던 여직원의 좋은 사례가 있다. 그녀는 외부 워크숍 등에서 만난 각사 교육담당들과 전문 강사들이 주축이 된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례들을 참고하여 인적자원 계발 계획을 기획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좋은 강사를 섭외하곤 했다. 나는 지금도 그녀가 한 말을 기억한다. 외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다른 기업의 경험과 공유된 지식을 토대로 장단점을 반영해 준비하다보니 반복되는 교육프로그램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매년 반복되던 교육이 매년 새로운 교육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조직의 경계를 넘어야 다른 관점에서 조직을 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인텔은 아이디어 장터를 통해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과정을 공개하고 사내에서 피드백을 받아 사내 집단 지성을 활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선진 기업에서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조직 내부로 확산시키며 개선해가는 사내 기업가정신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아이디어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고 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기업이 안정적일 때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개발 활동은 대부분 소극적인 활동에 그친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심스러운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보수적인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도 선진 기업들처럼 별도의 시간을 부여하고 근무 공간을 놀이터처럼 만들어야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선진 기업을 따라간다고 되고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구성원 스스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먼저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문제 해결 중심의 아이디어 개발을 독려하는 것이 좋다. 많은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해 오던 관행에 함몰되어 문제를 망각한 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보상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 독려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평가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을 통해 작은 실패도 성공도 경험하고 성찰하게 하기 때문이다.

바둑에는 복기란 것이 있다. 지든 이기든 기사들은 복기를 하는데, 이때 승자는 무엇을 보고 패자는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짚어 본다는 것이다. 진 게임을 다시 본다는 것은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조훈현 9단은 그의 자서전 고수의 생각 법에서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섰다. 많은 성공한 기업이 파산의 길로 가는 것은 바로 성공에 대한 성찰이 없이 성공한 방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구성원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성찰하는 습관 즉 구성원들의 배움을 얻고 학습하는 습관과 이기는 습관은 중요하다.

     

다음은 수용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에게 기업가적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렇다 보니 자기에게 주어진 만큼만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가장 좋은 선이다. 자기 업무를 벗어난 관심은 월권이며 나쁜 행동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주어진 일을 통해 수용에 길들여지면서 전체를 모르고 과정에 참여하는 부품으로 전락된다. 기업가 정신은 주어지는 일만 수용하고 부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전체를 주도하는 기업가 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전체를 본다는 것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니까 자기 업무를 기업가적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에 길들여진 구성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기업가 정신 또한 절실한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과 같은 경험이다. 나도 임원이 되고나서야 전체를 보고 이해하는 교육을 받았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조를 편성하고 조별 1억 원의 가상화폐를 사업자금으로 주고 일정 기간 동안 사업을 하여 결산까지 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한 번도 내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직장인들에게 생소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실전 같은 학습이 필요하다.

먼저 사업기획을 세워야 하는데 핵심은 무엇을 할 것인가? 즉 사업 아이템이다. 아이템은 사업하기 위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이 생겨서 그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앞서 기업가정신은 실행이라고 한 것도 이런 의미다. 사업아이템은 다음과 같은 것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필요’다. 필요는 누군가에게 불편했던 불편함의 해소,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가치, 이미 있지만 매력을 못 느낀 것에 대한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흔히 타깃을 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성별, 연령, 지역, 직업, 경험유무와 취향을 고려 특정에 따라 대상을 좁혀가는 데 이때 시장을 넓힐 계획으로 최적화되지 않은 대상까지 포함해서는 안 된다.

셋째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데 사업의 ‘지속성’이다. 아무리 핫한 아이템이라고 해도 그것이 유행에 그치는 것이면 안 되고, 남이 하니까 나도 해 볼까 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소호 창업자들이 성공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래 가치 또한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상용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손자병법에도 계곡의 물이 터지듯 그 형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승리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리고 이기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이긴다는 확신을 가질 때 이긴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한 기업의 신사업도 그랬다. 신사업에 대한 전사적인 컨트롤타워 없이 신사업은 해당 부서의 일로 취급했고, 충분히 전사적으로 지원이 가능했음에도 해당 부서의 일로 제한하면서 실패했다. 기존 사업과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시작한 신사업이 부서 이기주의와 해당 부서 일로 전락되면서 실패한 것이다. 많은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고 찾은 아이템과 브랜드는 헌신 버리듯 버리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부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중요한 것은 이 기업이 실패한 사업을 버리지 못하고 부업처럼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실패는 구성원들이 이를 통해 배움과 학습의 기회로 삼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개기로 삼아야 하지 그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 본전 생각에 실패한 사업의 잔해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이 사업에 참여한 구성원을 계속 죄인으로 남게 만들고, 다른 구성원들은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에 휩싸이게 만든다. 그럼으로 리더는 이러한 역경을 빨리 극복하고 더 큰 성장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이 빨리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연세대학교 김주한 교수는 ‘회복탄력성’이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고무공처럼 강하게 튀어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리 공처럼 바닥에 떨어지면 즉시 산산조각 나서 부서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역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많은 법이다. 그러나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력과 같아서 몸의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럼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리더 자신은 물론 조직에 내재화 시킬 수 있을까? 나는 김주한 교수의 ‘회복탄력성’에서 소개한 사례에서 답의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미국의 에미 워너 교수는 1955년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하고 범죄율이 높은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833명의 신생아를 40년간 추적 연구하였다. 이중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72명을 연구 분석했는데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 “사랑과 존중 그리고 신뢰”를 경험하였고 이것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밝혀냈다. 자신이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고, 존중받고 존경을 주고받을 만큼 신뢰할 상대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가정 형편이나 외부 환경과는 상관없이 역경을 발판삼아 튀어 오르는 회복탄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조직에서도 다르지 않다. 구성원을 아끼고 존중하고 인정한다면 구성원들은 어떤 어려움과 역경도 이겨내며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내 기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구성원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리더의 좋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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