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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Mar 26. 2021

지시하지 말고 질문하라.

벤치마킹이 아니라 퓨처마킹이다.

우리가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이 벤치마킹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가는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이란 일반적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기술이나 업무방식을 배워서 경영성과를 높이려는 창조적 모방 전략을 일컫는다. 창조적 모방이란 말을 굳이 사용한 것은, 우수 기업이 최고의 수준의 성과를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상대보다 더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를 달성했다고 해서 그 일이 창조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개선이든 모방이든 실절을 올리는 대부분의 활동을 창조적이라고 표현했다. 분명한 것은 벤치마킹 전략은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선호한 것은 비용과 리스크,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 전략을 통해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근대화의 후발 주자이면서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페스트 팔로워 전략은 가장 적합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능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다른 사람이 만든 답을 베끼고, 빠르게 따라가기만 해도 중간은 갈 수 있고 운 좋으면 앞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여기까지다. 산행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니면 중도 포기다. 평소에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시작할 때의 설렘은 근방 사라진다. 몸과 마음은 따로 가고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은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숨이 차고 심장은 터질 것 같다. 산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아 살 것 같다는 탄성은 사라지고,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느낄 새도 없이 점점 멀어져 가는 동료의 뒷모습을 따라잡기 급급해진다. 저 앞에서 한참을 쉬며 기다려주던 동료들 속에 합류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땀이라도 한번 닦을 참이면 동료들은 벌써 다시 일어나 배낭을 짊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따라가서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틀린 것이다. 

빠르다는 것은 어제의 답이 오늘 틀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면서 시장에서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시장은 그렇게 관용적이지 않다.     

우리는 톰 피터스가 한 말에 귀기 우릴 필요가 있다. “베끼고 따라 하는 벤치마킹 시대는 끝났다, 미래에 통할 것들을 상상해서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퓨처마킹 시대다.” 2006년 9월에 방한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우리에게 전혀 생소한 ‘퓨처마킹’이란 말을 던지고 갔다. 

톰 피터스가 말하고자 한 것은 모방하고 따라 하는 시대는 끝났으니 미래에 통할 것들을 상상해서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퓨처 에이전트 양 성식은 그의 저서 ‘미래를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책비/양성식)에서 퓨처마킹을 이렇게 정의한다. “복잡한 환경 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미래를 예측하면서, 위기와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실행함으로써 원하는 미래를 창조해내고, 이 같은 활동을 지속 반복해 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여 변화를 실천하여 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한 우물을 파야만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기업이 본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을 부정적 시선으로 봤던 것도 사실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가기 바쁜데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한눈파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보니 이런 환경에서 본업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을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호들갑을 떠는 일이었고,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한다는 것은 망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 우물만 파며 잘 나가던 기업들이 급속도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인 것은 많은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내 벤처를 만들고, 산학이 협업하고, 민관이 협조하면서 활로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인문학적 관심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기업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상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시선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 상품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욕망하는 필요를 찾아 만들겠다는 사고의 전환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이 욕망과 필요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시작되었으니 기업에서 인문학 열풍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최진석)에서 인문을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문文’이라는 글자를 보면 ‘문’은 원래 무늬라는 뜻이다. 우리 옷에 무늬가 그려져 있듯이 그것을 ‘문’ 즉 문양이라고 한다. 이 무늬는 인간이 그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문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부연한다.

인간은 그냥 들쑥날쑥 사는 게 아니다. 하나의 큰 무늬, 커다란 결 위에서 산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르고 개성이 있지만 다른 개성 모두 다 한 결, 무늬 속에서 움직이는 다름일 뿐이다. 결이란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의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그러니까 들쑥날쑥 이 아니라 일정한 결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정한 결 따라 움직인다면 상상과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이 결의 간격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상상력의 현실화를 높여주면서 삶의 결은 먼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한 세기, 한 시대 즉 너무 먼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우리의 상상과 예측은 지금 우리의 삶에 영양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삶의 결은 이제 2~3년 간격으로 바뀌는 메가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에 밀어닥칠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기도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비 키워드를 알아내기 위해 전문가를 찾거나 내부적으로 별도 조직을 만들어 준비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나의 애플이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같은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과 사회변화를 상상하고 예측하고 준비한 결과다. 알다시피 애플은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계를 우리 손에 쥐어주었다. 일론 마스크 역시 자동차하고는 전혀 다른 인터넷 닷컴을 운영하였지만, 전기차를 상용화하여 거리를 달리게 하고 있으며, 우주여행이란 또 다른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본업 하고는 전혀 다른 일을 이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상상하고 필요를 예측하고 실행한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신사업을 발굴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팀과 조직을 만들어 투자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본업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같이 절박한 상황에서 신사업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찾은 후지필름과 자신의 사업 영역을 스스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샤오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기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2000년 후지필름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주력사업이던 사진 필름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코닥마저 제쳤다. 그러나 절정은 순간이었고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위기에 처한다. 매출이 급감하고 필름 시장이 급락하자 후지필름은 제2창업을 선언하며 혁신하기 시작했다. ‘상품을 판다’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시장에 통하는 새로운 가치를 개발한다.’란 의식 전환을 통해, 그동안 축적된 화학기술 노하우를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른 신규 사업에 응용한다. 필름의 변성 과정이 신체의 노화과정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착안해 노화방지용 화장품을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새 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본업의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신사업을 통해 10년 만에 절정기 매출보다 70% 이상 신장시켰다. 반면에 세계 필름 시장을 양분하고 미국 필름 시장의 90%를 차지하던 코닥은 2012년 1월 19일 파산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후지필름이 사용한 4분면 분석법은 유명하다. 4분면 분석법은 X축과 Y축으로 나누어 X축은 시장을 기존 시장과 신규시장으로 나누고, Y축은 기술을 기존 기술과 신기술로 나누어 4분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필름 시장을 대신할 성장 시장을 찾기 위해 우선 사내에 어떤 기술이 있는지를 전부 꺼내 놓고 분석하고, 4개 영역에 어떤 기술을 적용해 어떤 제품을 낼 수 있을지를 철저히 연구하였다. 

그리고 후지필름은 4분면 분석을 통해 다음 4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고 한다.

첫째 기존 기술 가운데 기존 시장에서 우리가 적용하지 않은 것은 없는가?

둘째 새로운 기술로 기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셋째 기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넷째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것은 없는가? 이런 분석을 통해 후지필름은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숨겨진 자산을 찾아내는 한편, 어떻게 시장을 대응할 것이며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제고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샤오미는 2011년 8월 첫 제품 발표회를 연지 불과 7년 만인 2018년 7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기업을 공개했다. 샤오미는 기업공개를 통해 47억 달러(약 5조 30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 하면서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 두 가지를 사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있다는 것과, 좋은 제품을 입소문을 통해 더울 널리 퍼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샤오미는 사용자와의 상호교류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입소문을 통해 마케팅의 파급력을 높이는 것. 즉 사용자 참여를 통해 개발하고 마케팅하고 서비스를 완성하여 젊은이들이 모이는 멋진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니까 샤오미의 성공은 “사용자를 친구로”라는 이념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 짝퉁 아이폰을 만든다고 혹평하고 창업자 레이쥔은 ‘잡스의 모방꾼’이란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객이 좋아하는 모든 제품을 상품화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사업을 영역을 스스로 한정하지 않은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샤오미 매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IT제품의 영역을 넘어 여행용 캐리어, 스마트 운동화, 공기청정기, 드론, 체중계, 전동스쿠터 등 일상생활영역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샤오미는 사업의 영역을 제품으로 규정짓지 않고, 고객이 샤오미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는 것이다. 필자는 샤오미 매장에 갈 때마다 새로운 상품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놀란다.     

‘우리는 모방을 통해서 우리의 행동은 수정할 수 있지만 결코 어떤 것을 창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 질 들뢰즈의 말에 귀기 우릴 필요가 있다.

리더의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물론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변화를 읽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예측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이 혼자의 생각으로 멈추면 망상이지만,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상상하고 예측하는 일이 현실이고 미래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직이 창의적이고 상상력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질문만 한 것이 없다. 사람의 진정한 생각은 질문에 있지 답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 하고 답습하는 벤치마킹 시대에 생각이 기억하는 것을 찾는 일이었다면 퓨처마킹 시대의 생각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다. 생각이란 새로움을 만드는 활동이지 기억하는 답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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