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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담비/씨엘/사랑이/캐빈

어젯 밤 희망찬 새해를 축하하는 불꽃쇼가 하노이 전체 도시 곳곳에서오색찬란한 빛을 뽐내며 새해를 열었다


불꽃이 터지며 만들어 낸 웅장한 소리는 도시 전체를 진동시켰고 나의 집 안까지 공간적 흔들림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터지는 폭죽소리로 댕댕이들의 단잠을 방해하는 소음이 되어 짧게라도 짖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밤 하늘의 무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불꽃들의 잔해들은 멀쩡했던 땅에 떨어 지면서 밤새 지구의 재난이라도 덥친 듯 여기저기 어수선한 모습이였다


고층에서 바라 본 도시는 인도위의 사람은 물론 차도 위에도 오고 가는 차 한대가 없없다

차도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만이 도시가 살아 있음을 알렸다


몸을 동크랗게 말고 자던 호두는 모든 소음을 자신의 몸으로 차단하며 잔나 보다

나의 부시럭 소리에 몸을 피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는 천천히 내 곁으로 걸어 왔다


침대 가까이 온 호두를 번쩍 안고 부비부비를 하며 사랑의 인사를 나누었다


오전 산책을 마치고 간식을 먹을 때도 많은 댕댕이들 사이에서 자기의 순서를 지키며 차분하게 먹는다



"주세요~~" 요정 담비 앞에선 조심 할 말이 하나 생겨 버렸다

바로 담비의 이름을 부르면 어디서든 듣고 달려와 '끄~~으응'거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친구들과 노는 횟수도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다가도 깜빡 잊었던 내가 생각나거나 다시 관심을 받고 싶으면 '끄~~으응' 거리 곤 했다


이젠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들었나 보다

설거지를 하는 나의 발 끝에서 엎드리며 잠까지 들 정도로 나에 대한 집착의 시간도 짧아졌다

다른 댕댕이들 산책으로 내가 자리에 없어도 처음 조금만 끙끙거리다 조용해 진다고 했다


참~~!!

나와 담비, 씨엘은 화장실파다

내가 화장실에 볼 일이 있어 들어 가면 언제 따라 왔는지 빼꼼하게 화장실문에 얼굴을 들이 밀며 들어 온다 ㅎㅎ

잠깐 손을 씻는 아주 짧은 볼 일도 상관없이 밀착 따라 붙는 담비와 씨엘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 ㅎㅎ


그냥 장난삼아 말해 준다

"안녕~~ 담비, 씨엘~~ 우리 여기서 또 만나네?"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거리며 그 다음 나의 동선 발작국을 처다 보며 몸을 유턴 한다


희한하게 꼬~~옥 담비와 씨엘이여서 나와 함께 화장실파로 동질그룹을 묶어 보았다 ㅎㅎㅎ



침대 위에서 자던 캐빈, 담비, 씨엘도 하루의 삶을 시작하려고 몸을 쭉쭉 피며 나의 다음 동선을 기다렸다

오른쪽 겨드랑이 가슴안에서 포근하게 자던 씨엘이 번쩍 일어났다

밤 새 폭죽소리와 생활소음 소리로 깊은 잠을 잘 못 잤을 것이다

다른 댕댕이들의 짖음은 씨엘에겐 학습이 되었고 한 두번 따라 하던 짖음은 댕댕이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합류됐다


소심하게 따라 하던 짖음은 몇 번의 학습 후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반응 없는 고요함속에서 씨엘 혼자서 짖다 보면 어느새 다른 댕댕이들도 박자를 맞추었다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은 소고기와 섞어서 주던 사료 한 그릇을 뚝딱 그자리에서 싹싹~~ 먹었다

이제 막 입소한 모르는게 많은 신입병처럼 하나 하나 빠르게 배우고 습득하며 공동생활을 잘 해냈다



사랑이가 어젯 밤 처음으로 나의 지시를 따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항상 큰 아이 방으로 들어가 먹고, 자던 사랑이였다

큰아이는 졸업을 하고 대학입학 준비로 집을 떠났다

큰 아이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양 사랑이는 좀처럼 큰 아이 방으로 들어 갔다가도 바로 나왔다


나는 사랑이가 혼자 있기를 좋아 하는 줄 알았다

쪼꼬미 댕댕이들이 사랑이 근처로 몰려 오면 사랑이는 자리를 자주 피하곤 했었다


그랬던 사랑이가....

꿈쩍을 안 한다

그냥 쪼고미 댕댕이들 사이에서 간식도 함께 먹고, 거실 한 복 판에서 늘어져 낮잠을 자기도 했다

늘어져서 쉬고 있거나 잠을 자는 사랑이를 나는 얼굴과 머리, 등을 쓸어 주며 나의 사랑을 표현했다


특히,

목덜미 둘레에 가득 차 있는 보들보들 털이 너무 좋아서 쓸어 주다가 야금야금 주물러 주면 나른한 눈꺼풀로 스르르 잠기곤 했다


ㅎㅎㅎㅎ

어르신들이 손끝 시원한 안마를 받았을 때의 만족된 피로를 푸는 모습 같아 당당하게 뿌듯한 마음이 든다


너무 귀여운건...

내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거나, 식탁에 앉아 있으면 나의 위치에 따라서 고개의 방향을 바꾸었다


산책을 나가자고 하면 표정이 밝아지면서 꼬리를 흔들고 몸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큰 아이가 없는 빈 방에서 사랑이 혼자 자게 하는 게 여~~엉 마음에 걸렸다

나는 낮은 음성으로 "사랑아~~ 사랑아~~ 우리 자야지~~어여 이리 올까?" 불렀다


어머나?!

생각보다 빠르게 사랑이는 나를 따라왔다

사랑이 침대를 가리키주니 알아서 척척 자신의 침대로 몸을 올렸다


와~~우!! 이럴수가!!

사랑이까지 드뎌 한 방에서 자게 되다니!!

미완성 조립 블럭이 딱 맞게 조립된 기분이다


다만 아쉬웠던 건...

조용하게 자던 댕댕이들이 중간 중간 잦은 짖음으로 불편했는지 잠들기 초반 거실로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갔다


그래도~~좋다

짧게라도 한 방에서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있었지 않은가 ㅎㅎㅎㅎ



캐빈이 초코와 단촐하게 지내던 시간들을 느끼는 것 같다

모든 활동들이 오래 걸리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에서 조금씩 한 걸음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특히

간식을 먹을 때 우르르 몰려 앉아서 자기 순서를 차분하게 기다린다


캐빈의 순서가 올 때가 예전 만큼 빨리 오지 않는 다는 걸 알아차렸다

눈치 바른 캐빈은 혹여나 옆 친구가 간식을 놓치면 잽싸게 놓친 간식을 쓸어 마신다 ㅋㅋㅋ


그러곤 언제 먹었냐는 둥 다시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초롱초롱 눈 빛으로 기다렸다


다행히도 특별히 스트레스 받거나 불편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밤이 되면 캐빈은 항상 침대의 모서리 끝 자리 부분에서 잔다


한 번은 담비가 침대에 오르려고 시동을 걸으며 침대 아래에서 점프를 시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짜기 캐빈이 침대 위에서 담비를 향해 날카롭게 짖었다

나는 깜짝 놀래서 캐빈의 이름을 불렀고 캐빈은 바로 흥분된 감정을 가라 앉혔다


캐빈의 짖음에 사실 담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낮은음으로 으르릉 거리며 나름 무서운 표정(앞니와 송곳니가 보이며)을 지으며 캐빈을 향해 쏘아댔다


그리 길지 않은 기 싸움이 끝나고 나는 캐빈과 담비를 서로 이름을 불러 주며 다독여 주었다


어? 그런데 잠시후

이유가 무엇이었일까?


다시 침대를 향해 오르는 담비를 캐빈은 그냥 물끄러미 받아들이는게 아닌가?


뭐지? 벌써 서열정리 끝?

서로 몇 번 짖고 으르릉 이빨 조금 보여준것 뿐인데?

짧고 강렬했던 분쟁은 홀가분한 웃음으로 해결되면서 잔잔한 일상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 후로 침대에 오르면 캐빈은 침대 끝자리로, 담비는 침대 위쪽 모서리로, 씨엘은 나의 오른쪽 겨드량이 자리로 암묵적 지정석이 되었다


담비가 나이가 좀 있는 걸 안건가?

씨엘이나 호두가 오를 때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캐빈은 독톡하게도 자신 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을 바로 알아 보곤 했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 좋고 싫음을 정확히 표현했다


우리 말년재대병장 캐빈이 서열정리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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