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_ 1보들보들 털을 눈물을 머금고 깎았다는.....
4개월 전 아기 곰 토리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by
이화
Feb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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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주말 저녁 쯤 토리와 도착한다고 보호자님은 연락을 주셨다
토리를 지난 9월에 봤으니 어~~언 4개월 만의 상봉이다
그렇지 않아도 토리는 자주 생각나는 아이였다
보들보들 럭셔리 하얀 털이 꼭 아기 곰 같아 인상에 오래 남았다
성격도 순하고 얌전해서 좀 더 같이 지내고 푼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아이를 다시 만난다고 하니 기다리는 마음이 설렜다
캐리어 속에 있던 토리는 밤 잠이 들었다며 조심조심 나에게 건네주셨다
바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보호자님과는 간단한 토리의 펫 시팅 이야기와 안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잠에서 깬 토리는 캐리어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움직였다
망사 사이로 보이는 낯 선 장소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얼굴을 보며 갑작스러운 이 상황을 불안해했다
집으로 들어와 캐리어 문을 열어 토리를 조심히 나오게 했다
꿈결인지 현실인지 잠시 멍하니 멈 춰 서 있던 토리
낯 던 집과 자신에게 마구 달려오고 들이대는 초코를 보며 어리둥절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거렸다
토리의 보들보들 털을 눈물을 머금고 깎았다는 보호자님의 아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4개월 전 아기 곰 토리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날씬하고 말끔하게 변한 토리가 너무도 낯설어 나의 고개도 토리와 마찬 가지로 갸우뚱~~갸우뚱거렸다
ㅎㅎㅎㅎ
토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정말 그때의 그 아이가 맞나 하며 잠시 의심까지 했다 ㅎㅎ
털의 디자인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니.... 디자인의 힘이 느껴졌다
탁월한 미모를 오래 간직하며 유지한다는 건 오랜 수고와 노고가 따르는 법인가 보다
토리의 그 가늘고 하늘 거렸던 털은 우아하고 고귀했다
바람이 불 때면 더욱 빛이 났다
애니메이션 실사를 보는 듯한 섬세함과 리얼함은 보는 눈을 호강시켰다
보기와는 달리 현실은 할 일이 많은 털이었을 것이다
매일 빗 질을 해 주어야 하고, 뭉친 곳은 없는지, 얼룩이 묻은 곳은 없는지 공이 많이 들어간다
사실, 나도 초코의 털을 길러 주고 싶었다
라면땅처럼 꼬불꼬불 꼬인 털이 풍성하게 자라면 귀여움이 폭발해 한 번 안으면 포근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뭉친 털 속으로 피부는 습해져 있고, 긴 털은 눈 주위를 덥혀 시야 확보를 어렵게 했다
아름다움은 눈만 즐길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아쉽지만 다시 현실에 보이는 토리를 안고 초코를 부르며 잠자리로 향했다
바뀐 잠자리를 불편해 하며 익숙하지 않아 했다
내 곁에 있다가도 침대 끝 자리로 멀리 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노이 야경을 어두워진 방에서 무심히 바라만 보았다
'여긴 어디? 나는 왜?'
한참을 쉽게 잠들지 못하며 가는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이름을 불러 주며 등을 쓸어 주고 있었다
바닥에 있던 초코가 침대로 껑충 올라왔다
서로 동선을 겹치지 않도록 각자가 편한 위치에서 평화를 유지했다
토리의 마음속에선 초코와 내가 보이지 않나 보다
초코가 곁에 있어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 했다
내가 이름을 부르며 손 짓으로 곁에 오라고 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둑한 새벽 잠자리를 바꾸려 나는 잠시 눈이 떠졌다
곧곧 하게 창밖을 보다 철퍼덕 엎드려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토리를 보았다
토리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물밀듯 나는 잠이 들었다
토리의 등을 겨우 한 번 쓸어 주다 나는 스르르 잠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벽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을 찾으며 더듬거렸다
먼저 일어난 토리는 나의 얼굴 이곳저곳을 핥으며 텐션이 올라 간 감정이 느껴졌다
눈 곱 세수를 후다닥 마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12월의 하노이는 습한 공기와 회색빛 하늘을 몰고 온다
춥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선하지도 않은 밋밋한 새벽 공기지만 산책하기는 좋았다
토리는 하루 자고 난 후로 낯 설던 집과 나를 받아들였다
나도 외모가 달라진 토리의 낯 섬이 받아들여졌다
함께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아직 남아 있는 낯 섬들을 뽀송한 제습기로 하노이 습기까지 걷어보려 한다
우리 모두가 숨 쉬고 싶은 집이 될 것이다
4개월 전 토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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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17
칸쵸_2. 말뚝박이 하노이댁 가정집 호텔링 일정표
18
칸쵸_ 3.산책줄을 보는 순간' 지붕 뚫고 하이킥'
19
토리_ 1보들보들 털을 눈물을 머금고 깎았다는.....
20
토리_ 2. 토리의 밥 먹이기 프로젝트
21
토리_ 3. 유일하게 토리의 음성이 나오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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