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니_2.나의 눈을 보면서 산책의 즐거움을 유지했다

by 이화

첫날엔 쪼니의 하네스를 풀지 못해서 반나절을 답답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하네스의 원리를 이해하고 풀어 보려고 이리 만지고 저리도 만지는 나의 손을 쪼니는 얇은 가르릉 소리로 싫다는 표현을 했다

잠잘 시간 전엔 꼭 풀어 주고 싶었다

보호자님에게 미리 쪼니의 하네스 푸는 방법을 물어봤다

입질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한다는 보호자님의 피드백과 염려로 조심스럽게 다시 시도했다


쪼니는 또다시 내가 하네스를 만지는 분위기가 싫다며 가르릉 가르릉 거렸다

그때 번쩍 드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입마개다

입마개를 착용한 상태에서 목에 걸려 있는 하네스를 얼굴을 통해 통과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완전 성공!!이다 ㅎㅎ

쪼니의 가르릉 가르릉 거림은 더욱 약해졌다

목에 걸린 하네스도 부드럽게 갸름한 얼굴을 쇼~~옹 통과했다


캬~~ 어찌나 개운하던지 ㅋㅋㅋ

내 속이 다 시원했다


그 뒤로 산책 때마다 이 방법으로 하네스를 벗고 있다


몇 주 전 아이들이 기침감기에 하나 둘 걸리더니 급기야는 나에게로 까지 전염이 되었나 보다


더 심해지면 안 되었기에 산책 시 나는 마스크를 꽁꽁 싸매며 다녔다

초코와 쪼니도 입마개를 착용하고 나는 마스크를 착용했더니 우린 서로 눈 밖에 보이질 않았다


산책 시 나는 가급적 나의 얼굴을 보이며 동선이 바뀔 때마다 나의 목소리와 얼굴을 동시에 전달하곤 한다


감정적 전달을 더욱 신뢰하는 강아지들은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으로 상대를 파악하곤 한다고 한다


크게 위험한 구간이 아니거나, 일상적 칭찬은 자제하는 편이다

비교적 질서를 지켜야 하는 곳이나,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때 이름을 부르며 동행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늘처럼 내가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지면 초코와 쪼니는 나의 목소리 톤으로 파악해야 한다


초코의 영역 표시가 끝나면 그 뒤로 쪼니가 그 영역을 덥고 표시한다

동선이 서로 다르게 갈라지면 알아서 기다려 준다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를 지나던 길이였다

차 한 대가 출입구에서 나오고 있었나 보다

거의 가까이 와서야 나의 시야에 보였고 나는 급하게 쪼니와 초코를 불렀다


이름을 부르는 그 짧은 찰나의 시간에 민첩하게 쪼니와 초코는 멈췄다

쪼니는 나의 목소리 싸인을 알아 들었다며 여유있는 눈빛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몇 번을 초코와 쪼니는 나의 눈을 보면서 산책의 즐거움을 유지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 오로지 나의 눈 빛 싸인을 읽어 내는 쪼니의 예리함에 나의 마음을 빼았겼다 ㅎ


아파트 앞 공터에는 사람도 거의 오지 않아 나는 초코의 목줄을 풀어 주곤 한다


초코는 익숙한 장소여서 산책줄이 풀리는 그 순간부터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린다

갑자기 달리는 초코의 분위기에 쪼니가 달리기 시작한다

마음 같아선 쪼니도 산책줄을 풀어 주며 함께 달리고 싶었다


몇 번은 쪼니와 함께 달려 주었지만,ㅠㅠ 강아지들의 속도는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음을.... 나는 몇 번이고 당해 봤다 ㅋㅋ


쪼니와 내가 산책루틴이 생기고 서로 간의 믿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꼭! 쪼니와 달리기 시합을 해 봐야겠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