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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_ 2. 오늘 밤도 떡실신 모드

송이의 집요함이 보통이 아닌 게 보인다

작고 아직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털목도리를 서로 가지려고 버디와 옥신각신 사뭇 진지하다

앞 발을 들어 올려 두발을 꼿꼿하게 세우며 기합소리를 한 번 내 지루고 달려든다


"깨~~개깽~~"

송이의 앙증맞은 기합소리는 버디를 움찔하게 한다

겁이 많은 버디는 송이의 가늘지만 짧고 강렬한 목소리를 신경 쓰며 달려들었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면 서로 암묵적 타임아웃을 한다

촵촵촵 물을 먹고는 다른 장난감으로 기웃 거려 본다


이가 간질간질한 시기여서 송이는 닥치는 대로 씹고 싶어 했다

나는 두툼한 빨대를 반으로 잘라 주었다

냅다~~ 받고는 질겅질겅 씹어 댄다


다 쓴 칫솔도 입에 물고 씹도록 했다

이것도 얼씨구나!! 받고는 이쪽 저쪽 간지러움을 해소한다


송이는 밝고 경쾌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딱히 두려움이나 불리 불안 장애도 보이지 않았다


먹는 건 또 어찌나 잘 먹는지 밥을 먹어도 항상 배고파 한다 ㅎㅎ


하루 두 번 닭 가슴살을 조금 먹이고는 있지만, 병아리 눈물만큼 이여서 간에 기별이나 갈는지... 미안하긴 하다


푸들 답제 퐁퐁퐁 높이 뛰기 만큼은 프로급이다

소파 위로 올라 오려는 굳은 의지는 열 번에 한 번을 성공하고 있다


아마도,

곧~~ 슈~~웅 날아 올라올 듯하다


밥은 또 어찌나 순삭인지 정말이지 씹기는 하는 건지 나는 사료를 반 반 나누어서 중간에 한 텀 쉬고 나머지 반을 주었다

너무나 식성이 좋아서 버디와 초코는 쫒기듯 밥을 먹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소파 위로 피신하며 먹어야하는 수난을 겪이도 했다 ㅎㅎㅎ


마음 같아선 배가 부르도록 주고 싶지만 알맞은 성장을 위해선 체중 조절도 필요하고 건강도 생각하다 보니 적당량을 준수해야만 했다

밤이 대고 잠자리를 준비하면 안전가드에 침대를 넣어 주면 포근하게 침대로 올라간다

안전가드 안에서 몇 변을 퐁퐁 뛰며 내가 있는 침대로 오고 싶다는 표현을 하지만 그리 길게 하진 않았다


불을 끄고 방안이 고요해지면 송이는 포근하게 자기 침대로 들어가 떡실신 모드로 잠이 들었다 ㅎㅎㅎ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작고 짧은 생활 소음이 들리면 짧고 약하게 짖고는 다시 잠을 잔다

오늘은 자주 오는 단골 고객님? 이 된 뽀미와 다솜이가 오는 날이다


워낙에 사이도 좋고 자매 우애가 좋아서 우리 송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침 일찍 뽀미, 다솜이가 익숙하게 집으로 들어와 정신없이 송이와 버디, 초코와 데면데면 인사를 했다


활발하고 밝은 뽀미, 다솜이는 송이가 보이질 않나 보다

새로운 친구의 등장이 마냥 좋은 송이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오~~오 그러나...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아직 모르는 송이는 뽀미와 다솜이에게 자주 외면당했다


'나는 너랑 아직 놀 마음이 없어'라는 표현이라 해봤자

으르렁 으르렁 거리며 앙칼진 짖음으로 감정이 고조된다


혹시라도 감정 조절이 어려 울 수 있다 싶으면 재빨리 송이를 안고 뽀미와 다솜이와 분리 시켰다


송이를 안고 등을 쓰다듬으며 이름을 불러 주어도 으르렁 으르렁 흥분된 감정을 계속 쏟아내곤 했다


싸우려고 그러는 건 분명 아니었다

뽀미와 다솜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직 어떻게 놀아야 하는 건지 경험이 없어서 무조건 달려들다 보니 서로가 감정이 격해진 모습이었다


특별히 오늘은 큰 아이 친구들이 한 해 마무리를 우리 집에서 하고 싶다고 몰려왔다

작고 앙증맞은 귀염둥이 송이, 뽀미, 다솜이, 버디는 덩치 큰 아이들의 발 사이사이를 해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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