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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들을 위한 응원 기록장D+0

혼자서 비자신청, 발급 받아 보기

"엄마 내가 생각보다 깔끔하쥬!"

"어머머머머... 정리 정돈이 끝내주네 ㅎ"


외할머니가 사는 작고 허름한 집엔  

작은방이 하나 남아 있었다

변두리 서울이지만 외출하기 편한

버스와 지하철도 가깝게 있다



밤 비행기-----

공항 철도-----

지하철 -----

택시 -----


산 넘고 바다 건너 온 땅을 다 걷고 걸어간 후

도착한 할머니 집

무거운 눈꺼풀과 천근만근이 된 몸을 겨우 추스르고

짐을 풀고 나니 배터리 0 %처럼

갑자기 몸의 기능이 꺼져버렸다고 한다



외출복을 입은 셀카 사진을 보내주며...


"엄마 나 이러고 외출혀유... 잠바가 맘에 들어유"


하노이로 출발 하루 전 기적으로 아이 마음에 드는

따뜻한 잠바를 입혀서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맨투맨 티셔츠를 내 돈 내산으로 산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다 보다


눈꼽세수 때나 겨우 잠깐 보던 거울을 보며

셀카를 찍으며 배시시 웃는 얼굴이다



고가의 굿즈 잠옷이라면서 잠옷입은 사진을 보여주며..


평상시 돈과 연결된 사회적 연결망엔

외딴 무인도 사람처럼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


돈의 쓸모란 모름지기 생존에만 쓰면 된다는 철칙으로

지내던 아이가 조금씩 자본주의 물질 속 풍요와 즐거움이 느껴졌다고 한다


늘어질 때로 늘어진 빗 바랜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자던 스타일이었다


 말끔하고 단정한 잠옷을 입고 자니  

잠이 더욱 풍요롭고 부드러워  

더욱더 많은 잠을 자고 싶다고 한다



베트남 대사관으로 가는 길이라고 사진을 보여주며...


"엄마 뭐야 하나도 어려운 거 없네...

거바 엄마 없어도 된다고 했쥬?"


아이는 어느 때부터인가

나에게 존칭을 쓰기 시작하더니

'거시기가 거시기 녀' 같은

한 단어로 억양만 달리 표현하면 뭐든

 통하는 대화의 함축법을 사용했다


일주일 후 비자 발급이 완료되었다

국가기관에서 서류를 준비하고 작성하고 제출하는

 어른들의 일을 경험하고 해냄으로써

자기효능감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사람은 태어나 1년이란 세월을 지내야 걷기 시작한다


걷기 전 앉아서 보던 세상에서

두 발의 중심과 힘으로

높은 곳은 더 가까이  볼 수 있고

멀리 있는 곳은  갈 수 있도록

왕성한 호기심을 도 주게 된다


스스로 서류를 준비하고 대사관 위치를 파악하고

교통편을 알아 본 후 두 발의 걸음을 믿어 본다



한국에서의 중요한 일 처리가 잘 마무리되었다


"엄마 나 이제부터 논다~~~~~"


하노이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입이 함박만 해졌다


궁금했던 어른들의 공간으로

당당하게 들어 갈 수 있다는 재밌는 현실을

온전하게 즐기고 싶다고 한다



시끌벅적 맥줏집

눈부신 조명과 가슴을 두들기는 노래방

예술 문화가 어우러진 공연장

미디어 속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게임박람회

끝이 보이지 않는 눈부신 고층 빌딩들


깜깜한 밤을 한낮으로 착각하게 만든 대학가 먹자 거리

지하철 막차에서 쫓겨나 시내버스를 찾아

헤매던 어느 음침한 버스정류장


어릴 적 엄마 손에 이끌려 타던 기차를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갬성시간


"엄마... 엄마... 한국 재밌다 재밌어

또 소식 전할 게유~~~ 사랑해 유"


 

나의 아들을 위한 응원 기록장 D+0은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다음 편

나의 아들을 위한 응원 기록장 D+20은

친구들과 보낸 소중한 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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