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야기의 시작은 why
족히 100개는 넘을 것 같다.
지난 14 년간 내가 만들어온 강의안 숫자 말이다.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만들었지만 모든 시작은 같았다.
why.
대체 바쁜 와중에. 왜 이 강의를 들어야 하는가?
강의를 시작하는 Why는 매우 다양한데, 강의의 목적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무언가를 배우거나 알아가는 why
하나. 취미 생활, 새로운 기술 등 배움을 목적으로 한 강의라면 학습자가 무엇을 배워갈 수 있을지.. 배우면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배워서 '도움'된 사례가 어떤 것이 있는지가 why가 된다. 포토샵을 배우면 '뚱뚱하게 나온 내 사진을 보정할 수 있고, 회사에서 이미지 편집할 때 도움이 된다'와 같은 예시나 실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예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일수록 강의를 듣는 사람은 학습 의지를 자극한다.
둘. 정보 공유 목적의 강의라면, 이것을 왜 알아야 하고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가 why에 해당한다. 새로운 시스템 사용법을 소개한다면 이 내용을 모르면 무엇이 불편한지, 알면 무엇이 편리해지는지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이 좋다.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당 프로젝트 또는 절차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시간 계획을 먼저 제시하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모두 그 시간 안에 그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다.
변화가 필요한 why
셋. 강의를 듣고 수강생이 변화해야 한다면, 변화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가 why가 되어도 좋다. 플라스틱 사용 자제에 대한 강의를 예로 들어보자. 이대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계속 만들면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게 수강생에게 어떤 직접적 영향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강의안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나 통계가 인상적일수록 혹은 파격적일수록 청중은 강사에게 귀 기울이게 된다. '정말 그렇단 말이죠? 그럼 날 도와줘요!'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변화에 희망을 거는 것보다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는데 더 적극적이다.
리고 세 번째. 언제라도 먹히는 why: 해봤어? 해봤지!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외에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네 번째 why는 개인과 집단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는 것. 공감이 학습의 동기나 목적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매우 상관관계가 깊다. 당신은 당신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 혹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의 말에 신뢰가 가는가? 아니면 ‘그게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누군가의 말만 전하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가? 여기에 답이 있다. 저 사람도 나와 같았는데 저렇게 바뀌었구나! 저 사람은 내 마음을 좀 알겠구나!라는 공감대가 강의를 듣거나 글을 읽어야 하는 why가 되는 것이다. 최근 대학의 교수만큼이나 실무자들이 콘텐츠가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해 본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더불어 강의 도입 자기 소개에도 why를 포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경험과 철학을 가진 사람인지가 왜(why)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부분을 잘하는 사람이 드물다. 이력과 경력, 수상 경력 또는 저서로 나열하는 프로필이 가장 전형적인 자기소개 방식인데, 이는 청중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얻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학력이나 이력을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은 서열을 매기고 상대와 자신의 위치를 비교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상대의 수준을 멋대로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화려한 경력의 프로필을 보고 속으로 '너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나열식으로 소개하기보다는 한 편의 글 또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로 강사를 소개하는 것은 책의 저자 소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무엇을 해온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왜 이런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다양한 저자들의 글을 읽으면 자신을 소개할 좋은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저자의 why에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소개에 참고하기 위해 아래에 몇 가지 인상적인 작가 소개의 예를 공유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불화로 이혼에 이른 부모 밑에서 자란 외동딸의 기억에 단란한 가정은 없었다. 게다가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표현된 어린 시절은 늘 어둡고 폐쇄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조리는 소설가로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 소설가 '소노 아야코' -
문구인.
용돈의 8할을 문방구에서 탕진하는 어린이였는데 이제는 월급의 반 이상을 문구 구입에 탕진하는 어른이다. 작은 문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하나씩 써보거나 바라보는 것이 삶의 가장 즐거운 오락거리다. -중략-
우연히 한 문구 회사의 소개말에서 '문구인'이라는 단어를 만난 후로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했다.
-김규림, '아무튼, 문구'의 저자 -
이와 같은 소개로 청중은 강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내용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낼지 예상할 수 있다. 또 그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하며 인간적인 호기심 또한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경력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는 평범에 가까운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의 자기소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중년의 의사가 있다.
- 전국 명산을 두루 등반한 산악인이 있다.
-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가 있다.
이 세 명을 각각으로 보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 모든 일을 한 사람이 겪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크고 작은 경험을 연결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있는 점들을 연결하면 여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도형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why는 강의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이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심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why를 '강의의 척추'라고도 여긴다. 어떤 이론을 보여주건 어떤 사례를 들어 설명하건 이야기는 결국 그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쓰는 목적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관통할 Why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런 의미로 콘텐츠 구성의 시작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