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그럼 이제 무엇(what)을?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이유, 또는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Why)를 도입에서 충분히 제공했다면 상대는 의자를 고쳐 앉거나 필기도구를 꺼낸다. 본격적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더 이상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사족.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말하자.
그런데... 눈치챘겠지만 이때가 또 한 번의 고비이다.
'그런 거창한 이유에 고작 그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고?'라고 생각하거나 '또 뻔한 소리군, 역시 그랬어!'하고 자리를 뜨게 할 수도 있다. 콘텐츠가 좋다는 것은 상대의 관심을 끝까지 유지하고 읽거나 듣거나 보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같은 이야기를 A에게 들었을 때는 매우 재미있었는데, B에게 들었을 때는 그저 그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강의도 그렇다. 같은 콘텐츠로 강의를 해도 그 결과와 반응은 천차만별!
그럼 what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선 기존에 알려진 what인가, 새로운 what인가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다.
하나, 만약 당신의 what이 기본에 충실하자(back to basic)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알면서 못 하고 있는 적나라한 사례나 기본을 무시해 실패한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 흔히 빠지는 함정이나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보여주는 것도 좋으며 그 예는 자신 또는 지인의 사례도 좋고 유명인 또는 전문가의 것을 들어도 좋다.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나만한 실수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 기본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 좋다. 그럼 안 그러면 이렇게 된다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한 what이 될까?
아니다. 중요성을 알지만 실행이 어렵다면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차별화된 what을 제시해야 한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금연이 쉽지 않은 것처럼.. 이미 시도해 봤지만 실패한 사람들 또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금연을 성공하게 하는 key인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즉, what에서는 기존의 방식이나 이론에서 느낀 불편함이나 애로사항, 실패 원인 등을 알려주고 화자가 제안하려는 해결 방안의 차별점을 드러내야 청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뻔한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해결하는지, 어떻게 차별화된 방식으로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시행착오와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what의 실효성을 증명하고, 세부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는 how에서 다룬다고 알려주어 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
둘, 전혀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싶다면 가능한 기존 방식과의 차별점을 극적으로 드러내라.
생소한 방식이나 새로운 방법론 등을 소개하고 싶다면 무턱대고 '새로운 것이 좋다, 해봐라'가 아니라.. '몇 배 빨라진다. 쉬워진다 또는 몇 % 더 절약한다' 등등.. 그 장점을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만약 정량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진짜 믿을만하고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설득해야만 청중은 당신을 사기꾼이 아닌 '전문가'로 인식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 읽은 책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애로사항 중 '온라인 화상 회의'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불편'하다고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므로 상대가 새로운 것을 하도록 설득하려면 불편함을 넘어서는 이점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 해본 사람들의 반응이나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 구체적인 변화 또는 수긍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누군가 새로운 것을 해내는 모습을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지를 고무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앞이 아찔했지만 초등학생 아이가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과감히 도전했던 나의 번지점프 경험기가 그러하고 군대 선임이나 대학 선배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듣고 용기를 냈던 경험도 이에 속한다.
간혹 what에서 어떤 내용까지 다루면 좋을지 궁금해하거나 what과 how의 차이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간혹 강연 중에는 바로 how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경우는 제외하고 설명하도록 하겠다.)
what은 구체적인 방법인 how를 제시하기에 앞서 듣는 이를 준비시키는 절차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트레이너도 바로 덤벨을 드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트레이너는 우선 방문 목적(why)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운동 코스와 장비들을 소개한 후에 각 기구의 사용법 등 구체적인 how를 알려줄 것이다. 이처럼 강의나 영상, 글 등에서도 우선 어떤 콘텐츠를 다루게 될지 what을 먼저 제시해 청자 또는 독자를 준비시키는 것이다.
모두 잘 아는 바와 같이 상대의 흥미를 끄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은 매우 쉽다. 무언가를 배우다 포기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일 것이다.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중간에 강의 듣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가능한 쉽게 표현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찾아오는 길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랜드마크 위주로 알려주거나 간단히 그린 약도가 훨씬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설명의 수준은 상대의 인지 또는 지식수준에 기초해야 한다. 이미 그 주변 지리를 다 아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설명이면 충분하지만, 한 번도 그 지역을 방문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알려주려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모든 것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수준으로 설명할 것인가 또는 어디부터 설명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청중의 수준과 수강 목적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