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삼천포로

컨텐츠 작성하기 (3) : 강의 중 자주하는 실수

by 티치미

잘은 몰라도 '삼천포'는 매우 버라이어티 하고 흥미로우며 매혹적인 듯하다.

강의를 할 때 강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그곳,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의에 등장하는 삼천포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자기소개에 20분을 할애하고, 누군가는 장표에는 나오지 않은 얘기를 하느라 정작 준비한 장표는 급히 건너뛰게 된다. 자신이 잘못된 곳에 있다는 걸 의식했을 쯤엔 이미 시간은 속절없이 지났고 어렵사리 얻은 상대의 관심 또한 잃은 후다.


삼천포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권한다.

(아래 설명은 강의에 활용되는 PPT를 예로 들었으나, 이를 스토리보드나 스크립트에도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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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표에 중요 키워드 적어 두기

계획과 달리 강의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는 정작 중요한 얘기는 마구 뛰어넘고, 책이나 블로그 등을 참고하라거나 '이미 아시죠?'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앞에서 빠뜨린 내용이 뒤에서 생각나는 바람에 청중 입장에서는 흐름상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어지럽게 앞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일부러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매우 불쾌하며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리허설을 통해 강의 내용을 꼭 전해야 하는 키워드 위주로 정리하고 가능하다면 이에 더해 강의 시간 별 시나리오를 작성해 관련 장표만 추리는 것이 좋다. 강의안을 만들다 보면 이것저것 관련 있어 보이는 것들을 마구 나열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관련 있어 보이지만 정확한 쓰임이나 목적 없이 그 내용을 발표하면 청중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만약 보안이나 개인 정보 등을 이유로 필요한 내용을 강의안에 담기 어려운 경우에는 따로 메모를 작성하고 계획한 내용만 발표하는 것이 좋다.


청중의 흥미를 지속하기 위해 강의안은 너무 많은 내용을 담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빠뜨리는 것이 없을수록 계획대로 강의할 수 있다는 말이다.


2. 타임 키퍼(time keeper) 활용하기

조별 토론이나 발표 등에서 타임키퍼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의에서도 활용해 보길 권한다. 강의나 연설 자리에 관계자와 동행할 경우, 그 사람을 타임 키퍼로 지정해 시간을 관리하며 강의하는 것이다. 간혹 준비해 간 분량보다 많거나 적은 시간을 강의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엔 머릿속에서(혹은 미리 계산해 둔) 강의 part나 분량 별로 할애할 시간을 계산하고 이를 타임 키퍼에게 알려주어 중간중간 시간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청중에게 타임키퍼를 요청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고, 누군가를 지정하기 어려울 경우엔 전자시계나 핸드폰 등에 알람을 설정해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3. 별표(★) 활용하기

간혹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질문에 부딪혀 강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당황하거나 계획한 내용을 무시하고 갑작스럽게 개인기를 펼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강의안 안에 '꼭 다루어야 하는 장표'와 '상황에 따라 건너 띄어도 무방한 장표'를 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강의안 하단 등 '잘 보이지 않지만 강사만 아는 위치'에 별표로 꼭 다뤄야 하는 내용을 표기하고, 급한 경우 그 외의 장표는 빠르게 넘어가거나 건너 띄는 것이다. 청중에게 나누어주는 자료도 별표 위주로 구성하고, 만약 시간에 여유가 있거나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그 외 장표를 언급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엔 해당 자료를 원하는 사람에게 강의 후 전달하는 방법으로 관심도가 높고 적극적인 청중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4. 내비게이션 활용하기

웃기는 이야기지만 강사도 간혹 다음 장표가 무언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주제의 강의를 번갈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최근에 내용을 일부 삭제하거나 추가해 그럴 수도 있다. 강사도 길을 잃는 데 청중은 어떠하겠는가? 물론 청중도 길을 잃는다, 그것도 아주 자주... 강의 도중에 중요한 연락을 받는 등 자리를 비울 수도 있고, 이미 아는 내용이라 생각해 다른 생각을 하다 중요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이때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비게이션은 아래와 같은 장표로 목차를 시각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목차가 강의 도입부에 한 번 등장하는 것과 달리 내비게이션은 강의 시작은 물론 파트가 바뀌거나 흐름상 변화가 있을 때 등장하도록 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단순히 글로 나열하기보다는 주요 개념과 이미지 등을 포함하도록 만들면 시각적으로 전체 흐름이나 각 파트의 관계 등을 파악하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내용을 들어왔고, 전체 이야기 흐름 중 어디쯤에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어 누구라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네이게이션 활용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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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강의를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강의는 그만큼 다양한 역량을 요한다는 말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주제를 찾아 강의안을 구성하는 능력은 물론, 뛰어난 연변, 적당한 유머와 쇼맨십 등 따지고 보면 필요한 요소가 제법 많은 것이 강의다. 그러나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한들 갑작스레 삼천포로 빠지게 되면 어떤 기회던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실망스러운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미리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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