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 깜빡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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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치미

운전하다 욕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특히 깜빡이도 안 켜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만나면, 제 아무리 고상한 사람도 험한 말이 입가에 맴 돌 것이다. 그나마 욕 할 정신이 있다는 것은 간신히 사고는 피했다는 것이니 다행이라 해야 하겠지만...


언제 깜빡이를 켜는 게 좋을까? (이미지 출처: 카카오 1boon)

강의할 때도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 깜빡이 없이 갑자기 주제(차선)를 변경하거나 언제 깜빡이를 꺼야 할지 몰라 내내 켜 두는 바람에 상대를 긴장하게 한다. 강의 중에는 자동차 사고와 같은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의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뇌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지 않고 갑작스레 화제를 전환하면 청중의 머릿속은 엉망이 되고 생각도 헝클어져 집중력을 잃는다.


강의 중 청중의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집중력을 흐리는 일만큼 빠르게 청중을 잃는 법도 없다. 당신 앞에 있는 청중이 멍하니 앉아 있지 않고, 진정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변화하길 원한다면 적절한 사인으로 상대를 준비시키고, 반응을 꾸준히 챙겨봐야 한다.




그럼, 강의 중에는 언제 깜빡이를 켜야 할까? 그리고 청중의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한 다른 장치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가 보자.


1. 청중의 눈길을 끄는 깜빡이


앞서 강의를 구성하기 위해 why, what, how의 구조가 기본이 된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각 단계로의 이동하는 시점에는 무조건 깜빡이가 필요하다. 더불어 강의가 여러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을 때는 새로운 파트로 들어가기 전에도 깜빡이를 켜줘야 한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내용일 때는 간단히 지금껏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랩업(wrap-up)으로 청중에게 사인을 보낼 수 있다. 새로운 파트나 내용이 나오기 직전에 한 장 정도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그중 기억해야 할 내용 또는 뒤 내용과 연결되는 한 문장이나 단어를 정리해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환경보호의 필요성(why)에 대해 이야기했고 앞으로 그 방법(what)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앞에서 다룬 내용을 “환경보호의 필요성:0000”과 같이 정리해 보여주고 이제부터 그 방법에 대해 소개하겠다고 하면 된다. 이 같은 과정을 말로만 하기보다는 이미지나 글 등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주위를 환기하고 떨어진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내용이 복잡하거나 각 파트의 호흡이 긴 경우에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활용할 수 있다. "자, 여기 보세요. 저희가 저기에서 출발해서 이곳을 거쳐 저 멀리 목적지에 가는 중입니다."하고 전체 흐름을 보여주면서 각 단계의 주요 내용과 그 관계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는 상대를 격려하는 역할도 할 수 있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 거나 '다음이 정말 중요한 내용이니 조금만 더 집중해 보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또한 청중이 원하는 이야기나 궁금한 것이 언제쯤 다뤄질지 알려줘 차분히 기다릴 수 있도록 돕는다.


2. 가끔은 멈추어 가도 좋다.


가끔은 멈추어야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미지 제작: 챗GPT)


꼭 주요 변화가 있는 장(깜빡이가 필요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청중의 주의가 요구되거나 강의 경험 상 청중이 자주 혼동을 느끼는 곳에서는 멈춤(stop) 사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잠시 말을 멈추고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이해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청중에게 질문을 하는 등 지금까지의 패턴을 벗어나 주의를 환기하고 잠시 멈추었다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휴식 시간을 이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쉬는 시간은 전체 흐름을 깨지 않는 때에 가져야 한다. 오븐을 예열하는 것처럼 쉬는 시간 후에는 가라앉거나 한껏 산만해진 분위기를 다시 잡아 집중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드라마틱한 전개나 반전이 필요하다면 비상등을 켜기도 한다. 강의 중 비상등은 빈 슬라이드나 짧은 문장 또는 단어와 같이 이목을 끄는 것이 좋다. 빼곡한 슬라이드 사이에서 등장한 빈 페이지는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수업 중에 갑자기 조용해지면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면 영상이나 음악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전체적인 맥락을 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레드썬’ 효과처럼 시각적 자극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시청각자료의 사용 목적은 메시지의 전달만이 아니다. 메시지는 얼마 든 글이나 말로 전달 가능하다. 이때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감각적 자극을 통한 공감과 이해이다. 단순히 알아듣는 것을 넘어 마음에 와닿아야 한다는 말이다.

*레드썬: 방송에서 한 최면술사가 사용하며 유명해진 말로 상대에게 최면을 걸 때 사용한 비공식 용어




지금까지 강의 중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다양한 사인(sign)을 알아보았다. 이는 영상이나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용하다. 영상에서도 빈 페이지나 음성을 활용해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고, 글에서도 글자 크기나 여백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그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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