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으로 완성하는 즉흥강의

컨텐츠가 강의가 되기까지

by 티치미

누구나 스티브 잡스 같은 연설을 하고 싶을 것이다. 자연스럽지만 잘 준비된 연설말이다. 물론 강의는 연설처럼 설득에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을 때도 있지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제부터는 정성스레 준비한 컨텐츠를 잘 전달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강연을 준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농담 하나까지 미리 적어 외우는 사람이 있고 몇 개 단어만 기억해 두었다가 즉흥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몫인데 필자는 ‘즉흥적 강의의 매력’과 ‘준비의 철저’함 모두를 강조하고 싶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단어를 하나의 문장으로 소개한 사람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다. 제61대 및 63대 영국 총리이자 제2차 세계 대전을 이끈 그는 암흑기 국민을 통합시킨 명연설로도 유명하다. ‘철의 장막’, ‘피, 땀, 눈물’ 등 그가 남긴 주옥같은 말들도 연설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는 ‘즉흥적인 연설을 미리 연습하라’고 말했는데 철저히 준비하되 생생함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처칠 이미지.jpg 처칠 연설 장면: 벌거벗은 세계사 화면 캡처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즉흥적인 연설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을까? 강의 준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함께 다뤄보겠다.


1. 반드시 대본이 필요하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많이들 고민하는 것이 ‘대본(스크립트)을 작성하고 외워야 할까?’이다. 대본 작성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본의 필요성에 대하 말하기 앞서, 대본의 장점을 먼저 살펴보자. 먼저 대본을 작성하면 강의 중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소개할 수 있다. 또 여러 번 쓰고 지우며 꼭 필요한 말만 골라낼 수 있다. (핵심개념을 설명하는 최적의 단어를 강연 중 즉흥적으로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마지막으로 강의 내용 중 어디가 빈약한지 알아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대본 작성은 마구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과정으로 그 결과로 강의에 사용할 말들을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정돈하게 된다.


대본, 어떻게 써야 할까?

대본을 작성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하버드 대학교의 댄 길버트 교수는 학생들에게 연설을 녹음한 후 이를 받아 적어 대본을 만들도록 한다. 언뜻 보면 순서가 거꾸로 된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글을 쓸 때는 말할 때는 쓰지 않는 단어, 문장, 억양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로 쓴 대본으로 연습을 하면 특유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진다. 가능한 각 장표마다 생각나는 말들을 간단히 녹음해 들어보고 그 내용을 초안으로 대본을 완성해 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연설에 능한 사람들도 몇 번이고 소리 내어 말하며 대본을 완성한다.


대본, 외워야 할까?

이렇게 작성한 대본을 외우는 것은 그래야만 안정감이 생길 경우 권하는 방법이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본을 외우고 나면 잊기 전에 빠르게 쏟아내고 싶어 지는데, 그럴 경우 청중은 함께 유쾌하게 산책하는 것이 아닌 숨 가쁘게 따라가기에 바빠 강행군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대본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는 연설을 ‘읽지’ 않고 ‘보는 것’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본다’는 점이다. 이것은 강의 내용을 통째로 외우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이 부분은 리허설에 대한 소개에서 좀 더 다뤄보겠다.


2. 리허설은 가능하면 한다?

리허설은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도 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청중을 두고 실제와 같이 해보는 게 좋다. 주변 사람을 대상으로 리허설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추천하는 방법이 아니다. 왜냐면 주변인에게는 강의를 준비하면서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관련 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주변인은 이미 강의 내용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서 청중의 귀를 가질 수 없다. 더불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솔직하기 어렵다.

리허설 이미지_축소.jpg 이미지 출처: freepik

리허설, 누구에게 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 리허설 대상은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타깃이다. 주변에 마땅한 사람이 있다면 부탁을 해도 되고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무료 강의를 열어 모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화상회의로 시간 장소 구애 없이 진행할 수 있어서 전보다 리허설을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리허설 대상을 모집할 때는 강의 주제와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적절한 대상이 리허설에 참여해 유용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허설, 마땅한 대상이 없다면?

만약 적합한 리허설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면 강의를 의뢰한 주최 측에 강의안이나 관련 글 등을 미리 전달해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내용이 강연 의도에 적합하고 내용이 충분한지 보완하거나 변경할 것은 없는지 문의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전달하고 답변을 받아보자.


리허설을 할 대상이 없을 때 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스스로 강의 내용을 녹화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때는 단순히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촬영하지 말고 상반신 혹은 전신을 촬영해 시선처리뿐 아니라 무대 매너나 제스처 등 청중 입장에서 눈에 거슬릴만한 것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떨거나 무대 끝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강의한다면 청중도 함께 불안함을 느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리허설, 몇 번이나?

리허설(연습)의 횟수는 정해진 바가 있는 것은 아니나 강의를 키워드로 정리해 머릿속에 펼쳐낼 수 있을 때까지 지속하기를 권한다. 키워드만 떠올리고 그 키워드에 담긴 스토리로 말을 이어가는 연습을 해보라는 말이다. 이 과정이 바로 즉흥연설을 준비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수차례 연습으로 몸에 익은 내용을 눈으로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하거나 추가적인 퍼포먼스도 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큐카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때도 키워드를 적어서 읽을 수 있지만 머리를 파묻고 읽을 정도의 긴 문장을 적으면 안 된다.


3. 피드백은 평가로 받으면 충분하다?

리허설을 할 때는 물론 실전 강의 때도 피드백을 받기를 권하는데 이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강사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받는 게 좋다. 강의 평가에 포함해서 말이다. 이때도 적절한 why를 드러내면 청중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번이 제 첫 강의였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았을 텐데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는 더 잘하고 싶습니다. 오늘 강의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주신다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강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만 문항이 3~4가지를 넘지 않는 게 좋겠다.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우선 중요하고 시급한 것부터 처리하자) 그리고 답변은 ‘그렇다’, ‘아니다’ 형태의 단답형보다는 글로 적을 수 있는 열린 질문이 좋겠다. 또 한 가지로 통일할 것이 아니라 질문을 준비해 뒀다가 대상에 따라 편집해 디지털 링크를 보내거나 출력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기본적인 피드백 체크리스트로 강사가 원하는 것을 추가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피드백 체크리스트]

- 강의 내용이 논리적이며 이야기(설명)의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 청중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다루었나?

- 지나치게 길거나 짧게 설명한 부분은 없나?

- 기억에 남는 내용이나 에피소드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다음 강의 때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인 소통이 적절했는가?




지금까지 실전을 대비하는 대본, 리허설, 피드백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러 편의 강의를 제작하면서 이 과정을 거치며 점차 완성도가 높아지는 강의를 많이 보았다. 제 아무리 베테랑도 이 세 가지를 무시하고 좋은 강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강의안(컨텐츠)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다음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것 까지가 컨텐츠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이나 영상과 달리 강의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까지 컨텐츠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선물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전달하면 아쉬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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